'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영화계의 '수직 계열화' 논란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다. 영화 제작-배급-상영 등을 CJ(CGV), 롯데 등 대기업 계열사가 일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각종 폐해가 발생한 것.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졌고 찬반 논란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가요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로엔, CJ, 카카오 같은 대형 기업 계열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로엔, 카카오의 자본력 + 음원 순위 + 인수 합병으로 덩치 키우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카카오 사옥 내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근엔 로엔을 인수하면서 음악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카카오 사옥 내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근엔 로엔을 인수하면서 음악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카카오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은 현재 국내 가요계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위치에 놓인 업체다. 그도 그럴 것이 음반·음원 제작 및 배급업 국내 최대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엔은 2017년 상반기 2685억 원 매출, 493억원 영업이익을 올렸고 11월 기준 440만 명의 유료 회원이 멜론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음원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관련기사] 독점 치닫는 '음원 공룡' 멜론 (2017년 10월 29일 <조선일보>)

갈수록 스트리밍 위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멜론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이른바 '5분 차트'로 대표되는 멜론의 실시간 음원 순위 하나에 각 기획사들, 유명 가수들의 대형 팬덤들은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멜론 실시간 순위 = 국내 가요 인기 순위로 사실상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이는 '한국의 빌보드'를 지향하는 온·오프라인 종합 순위인 가온차트가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덕분에 단순히 서비스가 좋아서 쓰는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 순위 때문에' 멜론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마저 조성되는 실정이다. 과거 시사영어사의 계열사 서울 음반으로 출발했던 로엔은 시대가 바뀌면서 SK텔레콤과 사모펀드를 거쳐 최근엔 거대 인터넷 기업 카카오의 품에 안기면서 탄탄한 자본의 뒷받침을 갖췄다.

로엔은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SK텔레콤의 각종 결합 요금 등 혜택에 힘입어 모바일 음악 시장을 선점했다. 로엔으로선 카카오의 지분인수는 또 다른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여기에 최근 몇년 사이 적극적인 관련 회사 인수로 매니지먼트 사업 분야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톱스타 아이유와 데뷔 예정 신인그룹 더보이즈 등이 속한 기존 페이브와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등 외에 중견 업체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씨스타, 몬스타엑스, 케이윌, 우주소녀 등), 플랜에이(에이핑크, 허각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는 모기업 카카오의 입장에선 손자 혹은 손녀 기업이 생긴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스타쉽이 연기자 전문회사 킹콩을 인수하기도 했으니 사실상 증손자 혹은 증손녀 뻘 업체도 존재하는 셈이다.

음악시장 수직 계열화는 왜 위험한 걸까?

 CJ E&M이 운영중인 다양한 케이블 채널. CJ는 현재 방송-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 E&M이 운영중인 다양한 케이블 채널. CJ는 현재 방송-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CJ E&M


지금의 음악 산업은 온라인 위주로 재편됐다. 한국 음악 시장은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로 굴러가는 실정이다. 음원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한 곡을 다운로드 받았을 때 음원 사이트 40%, 제작사 44%, 저작권자 10%, 실연권자 6%로 수익이 분배된다. 그러나 하나의 기업이 판매 및 유통(음원사이트 및 배급사 운영)과 제작(기획사 운영)을 동시에 소유한다면 이론상 전체 수익 중 무려 80% 이상을 한 업체가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제작-유통-판매를 모두 아우른다면 확실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영미권과 달리 기획사가 음반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의 활동 (행사, 방송, 연기 등 기타 연예 활동)을 통해 또 다른 매출을 확보한다.

여기에 CJ처럼 방송 미디어까지 보유했다면 다양한 콘텐츠(프로그램) 제작 , 신규 제작 음반 홍보 등에 더욱 손쉽게 활용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물이 <프로듀스 101 >,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부터 MAMA, K-CON 같은 각종 행사로 이어졌다. 이렇다보니 공영방송 KBS 조차 <더 유닛> 제작으로 이를 흉내내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사실상 '재벌 그룹' 형태의 방식의 경영을 지향하는 것도 결국 이런 점들이 크게 영향을 끼친 셈이다. 한국 음악 시장은 특정 업체의 독과점 상황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변질된 판국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수직계열화 및 거대화가 중소 업체들의 도태는 물론, 결과적으로 다양한 창작을 방해하고 소비자들의 취향 마저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음악 시장에서도 메이저 음반사 위주의 합병으로 인해 개성있던 마이너 장르 레이블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돈이 되는' 장르 위주로 제작·배급이 이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기에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의 계열사 음원 우대(추천곡 배치) 등 편법 운영까지 더해져 대형 업체만 배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작·편곡 등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노동력 착취'에 비유해도 좋을 만큼 여전히 쥐꼬리 수준이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조차 없는 실정이라는 점은 더욱 암울하다.

[관련기사] "내 정당한 밥그릇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2015년 10월 14일 <한겨레21>)

정부 차원의 적극 개입, 이젠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10월 열린 <로엔 프렌즈> 오디션을 치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아이돌 그룹 지망생들.  카카오 계열사인 로엔은 음원 배급, 유통 외에 자회사(레이블)을 통해 매니지먼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CJ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열린 <로엔 프렌즈> 오디션을 치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아이돌 그룹 지망생들. 카카오 계열사인 로엔은 음원 배급, 유통 외에 자회사(레이블)을 통해 매니지먼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CJ 역시 마찬가지다. ⓒ 로엔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음악)을 사용할 권리가 있고 생산자(창작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중소업체들 역시 공정한 경쟁 속에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환경은 이를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가 열리면 음원 시장 왜곡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항상 있어 왔다.

"자사 제작, 투자 음원을 상위 노출 시킨다"(2015년 당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로엔의 시장 지배력이 50% 이상을 넘어선 이상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 (2017년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 등의 의견이 개진되긴 했지만 그때 뿐이었고 실질적인 규제, 관련 규정 재정비 등의 큰 움직임은 없었다.

이른바 '줄세우기' 등 음원 시장 왜곡을 막자는 취지로 관련 협회 자율적인 의결로 2월말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제도 변경이 있었지만 소득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유명 스타들, 대형 업체들의 음원들만 이득을 보는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렇듯 시장 및 관련 기관의 자율적인 정비가 거의 불가능하다보니 결국 정부(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차원의 개입이 이젠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가오는 2018년엔 이런 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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