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신임 감독을 선임해 내년 시즌 가을야구 복귀를 노리는 LG트윈스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적토마' 이병규의 은퇴, 이진영(kt위즈)의 보호선수 제외 때부터 항상 문제가 되던 베테랑 선수들의 대우 문제가 이번에도 LG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LG는 지난 22일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손주인(삼성 라이온즈)과 작은 이병규(롯데 자이언츠), 유원상(NC다이노스)을 다른 팀으로 떠나 보냈다.

LG팬들의 분노를 키운 본격적인 계기는 정성훈 방출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LG에서 무려 9년 동안 활약했던 정성훈은 6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며 LG의 3루와 1루를 든든하게 지켰다. 정성훈은 1년짜리 FA계약을 받아 들인 올 시즌에도 타율 .312 6홈런30타점으로 묵묵히 제 몫을 해낸 바 있다. 하지만 정성훈에게 돌아온 것은 방출이라는 차가운 통보였다.

LG는 30일 발표된 한국야구위원회의 2018년 보류선수 공시에서 정성훈을 포함해 총 8명의 선수를 제외시켰다. 야수 쪽에서는 정성훈이 단연 눈에 띄는 가운데 투수 쪽에서도 유난히 LG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2군 페드로'로 불리며 LG팬들을 수년 간 희망고문에 빠지게 했던 우완 장진용이다.

1차 지명 출신의 유망주, 끝내 극복하지 못한 1군 울렁증

배명고의 에이스였던 장진용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물론 그 해 신인 드래프트가 2003년의 박경수(kt), 2005년의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같은 대어는 없었지만 장진용은 서울지역에서 또래 중 가장 뛰어난 구위를 인정 받은 투수 유망주였던 셈이다(그 해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는 중앙고의 유격수 김재호를 지명했다).

프로 입단 후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장진용은 5년 동안 27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6.95로 큰 발전을 보이지 못했다. 2005년 프로 첫 승을 올린 후 자신감을 찾아갈 때 즈음 찾아온 발목부상도 장진용의 성장을 막은 악재였다. 장진용은 LG가 창단 후 두 번째 최하위에 머물며 가장 깊은 암흑기에 빠졌던 2008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다.

깊은 인상을 남겨 하루 빨리 1군에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퓨처스리그 일정을 치를 수 있는 상무에서의 생활은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던 장진용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 왔다. 장진용은 2009년과 2010년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하며 단숨에 LG 마운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역 후 곧바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상승세를 이어갈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2012년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며 시즌을 통째로 거른 장진용은 2013년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에 등판해 2승을 거뒀지만 끝내 1군에는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4년 본격적으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한 장진용은 그 해 선발로 두 번, 불펜으로 두 번 1군에서 공을 던질 기회가 있었지만 2패에 그치며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위(3.60)라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팔꿈치 수술 후 구속이 오르지 않으면서 힘보다는 제구 위주의 투수로 변신했지만 퓨처스리그 레벨에서 더 이상 장진용이 증명할 것은 남지 않았다. 장진용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1.82의 압도적인 평균자책점으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잠재적 5선발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1군 무대에서는 11경기에 등판해 1승3패 6.40으로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했다.

2군 에이스 장진용은 내년에도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퓨처스리그에서는 언제나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지만 1군만 올라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LG의 '아픈 손가락'이 된 장진용은 2016 시즌에도 변함없이 퓨처스리그에서 출발했다. 그 해 5월 상무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등 여전히 '2군 페드로'의 위용을 과시하던 장진용은 작년 6월 두 번의 선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4이닝 6실점과 1.1이닝6실점 난타. 그 후 장진용은 다시 1군의 콜업을 받지 못했다.

2016년 31세의 나이에 3년 연속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장진용은 상무 시절 두 번의 다승왕을 포함해 개인 통산 5번째 연말 시상식에 참석했다. 장진용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매년 "내년에는 1군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다짐을 했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인했다. 1차 지명 출신 유망주에 퓨처스리그에서 보인 압도적인 성적 때문에 장진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LG의 인내심에도 점점 한계가 찾아왔다.

장진용은 올 시즌에도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 차우찬, 임찬규, 김대현 등으로 이어지는 LG의 선발진에 끼어들 자리가 없어 시즌 내내 퓨처스리그에만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퓨처스리그에서도 예년과 달리 7승2패1세이브5홀드3.66으로 2015년 같은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장진용은 30일 발표된 보류 선수 명단에 이름이 포함되지 못하며 14년 만에 LG 유니폼을 벗게 됐다.

2004년 입단 후 상무 시절을 포함해 LG에서만 14년을 활약한 장진용의 1군 통산 성적은 44경기 3승7패 7.15에 불과하다. 반면에 2014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21승10패 3.19에 달한다. 퓨처스리그 투수로는 흠 잡을 곳이 없지만 그 어떤 구단도 2군에서 써먹기 위한 투수를 영입하진 않는다. LG에서 방출된 장진용의 재취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장진용은 과거 모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시절 LG의 신바람 야구에 반해 그 때부터 LG를 응원해 오던 '엘린이' 출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엘지를 좋아했고 엘지에 입단해 엘지 유니폼을 입고 엘지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던 장진용이 이제 엘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1군 마운드에만 서면 불운과 부진에 시달렸던 '2군 페드로' 장진용은 내년 시즌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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