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2-1 승리를 거둔 한국 이승우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승우 선수. 사진은 지난 5월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대한민국 역대 어느 선수보다 기대가 컸던 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19세에 불과한 선수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이 어린 선수가 유럽에서도 빅리그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경쟁하고 있단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하나하나 메워가면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이승우가 선발 출전한 헬라스 베로나가 30일 오전 2시(한국 시각)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마르칸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코파 이탈리아 16강 키에보 베로나와 경기에서 페널티킥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베로나는 전반 8분 만에 세르지오 펠리시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3분 루카 가리타노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은 모하메드 살림 파레스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선 수비 후 역습을 통해 역전을 노렸지만 득점은 터지지 않았고,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을 치른 뒤 페널티킥에서 승부가 갈렸다.

베로나는 키커 5명 전원이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키에보는 선제골의 주인공이자 첫 번째 키커였던 펠리시어가 실축을 범하면서 경기는 마무리됐다.

첫 선발 이승우, 팀 공격의 중심이었던 전반전

이날 경기의 관심은 이승우에게 쏠렸다. 파비오 페키아 감독이 경기 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승우의 선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승우는 프로 데뷔 이후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였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많이 접했던 포지션이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리그에서도 경험한 바 있었다. 다만, 전방에 포진한 이승우와 다니엘 베사 모두 단신이란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의 전반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승우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 후방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경기 출전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승우에겐 확실히 번뜩이는 재능이 있다. 이승우는 전반 14분, 중앙선 부근 앞에서 볼을 잡았다. 곧바로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을 시도했고,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에보 수비수 4명이 이승우의 드리블 막기 위해 압박해 들어왔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이승우는 전반 24분에도 속도감 넘치는 드리블 돌파를 보여줬다. 전반 31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볼을 차단한 뒤 빠른 패스를 연결해 역습을 주도했다. 박스 부근에서 볼을 받아낸 뒤 절묘한 침투 패스를 시도했지만, 파레스의 마무리 슈팅이 아쉬웠다. 

전반전 베로나 공격의 중심은 이승우였다. 특히, 이승우는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했다. 동료가 전해주는 패스의 강도, 속도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볼을 받아냈다.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도 상당했고, 좌우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볼을 빠르게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승우는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볼 소유권을 넘겨주면 누구보다 앞서 압박을 시도했고, 드리블이나 패스의 길목을 예측해 막아서는 움직임도 보여줬다. 최후방까지 내려와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선수들과 공중볼 경합에 나서는 투혼도 보였다.

경험 부족이 낳은 오버페이스, 보완할 부분이 명확했던 후반전

이승우는 전반전에 너무 많이 뛰었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탓에 의욕이 필요 이상으로 넘쳤다.

이승우의 움직임은 전반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체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면서, 전반에 보여준 풍부한 활동량이 사라졌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때, 누구보다 빠르게 역습으로 나아가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후반 20분이 넘어가면서는 걷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실수도 잦아졌다. 이승우가 공간을 찾아 움직여 패스를 받아내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이후가 아쉬웠다. 스피드와 드리블의 폭발력이 전반만 못했다. 패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강약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움직임도 부족했다. 특히, 골문 안쪽으로 침투해야 할 시기에 제 자리에 머무는 모습이 많았다. 여기에는 부족한 경기 감각과 경험, 동료와 호흡이란 문제가 숨어있었다. 올여름, 이적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시간은 충분하다. 베로나는 안 그래도 약한 전력(올 시즌 세리에 A 19위)인데 후보 선수들까지 대거 투입한 경기였다.

이승우는 동료들의 지원을 바라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실수와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승우보다 잔 실수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이승우는 후반 43분 슈팅 시도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너무 많이 뛴 탓에 근육경련을 일으킨 것.

이날의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드리블을 더욱 가다듬어 베로나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고, 감각과 경험을 더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랴. 성급할 것 없다. 이승우는 아직 19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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