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5할 승률을 채우며 기분 좋게 2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20, 25-15)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승점 3점을 따낸 GS칼텍스는 시즌 성적 5승5패 승점11점으로 2라운드 일정을 마감하며 본격적으로 중위권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23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쌍포' 강소휘와 표승주도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29득점을 합작했다. 사실  GS칼텍스는 이날 옆구리 부상을 당한 주전세터 이나연 대신 프로 2년 차의 안혜진이 주전으로 나서며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안혜진은 과감하고 날카로운 토스워크로 언니들의 공격력을 살리며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신인왕이 목표라던 당찬 신인, 만만치 않은 프로의 벽 실감

 '청소년 대표 출신' 안혜진 세터의 루키 시즌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청소년 대표 출신' 안혜진 세터의 루키 시즌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 한국배구연맹


진주 선명여고는 2014년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다영(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자매와 하혜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을 앞세워 여자배구 여고부의 최강으로 군림했다. 3학년 트리오가 프로에 진출한 2015년 강소휘(GS칼텍스), 이한비(흥국생명)를 앞세운 원곡고에게 잠시 밀렸던 선명여고는 지민경(인삼공사), 유서연(도로공사)이 3학년이 되던 2016년 다시 최강의 위용을 되찾았다.

여고부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2016년의 선명여고는 1년 내내 단 한 번 밖에 패하지 않았는데 무적의 선명여고에게 1패를 안긴 팀이 바로 안혜진 세터가 이끄는 강릉여고였다. 고교 입학 당시만 해도 라이트 공격수였던 안혜진은 공격수로는 크지 않은 신장(175cm)에 한계를 느끼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세터로 전향했다. 그리고 세터 전향 1년 만에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선아(도로공사), 지민경에 이어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은 안혜진은 은퇴를 앞둔 정지윤의 뒤를 이을 세터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대부분의 신인들이 그런 것처럼 안혜진 역시 프로 지명 후 강점인 서브와 높이(공격수로는 작지만 세터로는 결코 작은 키가 아니다)를 앞세워 신인왕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GS칼텍스의 세터진을 생각하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도 아닌 듯 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시즌 중에 물러난 이선구 감독과 그 자리를 이어받은 차상현 감독은 안혜진이 아닌 프로 6년 차 이나연을 주전으로 중용하며 정지윤의 후계자가 이나연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안혜진은 프로 첫 시즌 정규리그에서 단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채 지민경이 신인왕에 오르는 장면을 쓸쓸히 지켜 봤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깜짝 활약', GS 시즌 첫 승점 3점 수확

 안정된 서브와 괜찮은 블로킹 능력을 겸비한 안혜진의 가세로 GS칼텍스는 더욱 다양한 세터진 활용이 가능해졌다.

안정된 서브와 괜찮은 블로킹 능력을 겸비한 안혜진의 가세로 GS칼텍스는 더욱 다양한 세터진 활용이 가능해졌다. ⓒ 한국배구연맹


안혜진은 GS칼텍스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천안·넵스컵에서도 이나연에 밀려 교체 선수로만 활약했다. 컵대회에서 GS칼텍스가 치른 4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토스워크를 선보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배구 경기에서 세터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 주전의 비중이 높아 한 번 경쟁에서 밀리면 코트에 나설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V리그에서도 호기롭게 프로에 진출했다가 주전의 벽을 넘지 못해 쓸쓸하게 은퇴를 한 유망주가 한 둘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GS칼텍스는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수원전산여고의 한수진을 영입했다. 한수진은 한국배구연맹에 왼쪽 공격수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세터,리베로까지 소화가능한 '만능 선수'다. 공격수로는 신장(165cm)에 한계가 있고 리베로 자리에는 나현정이라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있기 때문에 차상현 감독은 한수진을 세터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한수진이 가세하면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선수는 역시 기존의 백업세터 안혜진이었다. 실제로 안혜진은 시즌 개막 후 GS칼텍스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야속한 시간만 흐르던 29일 드디어 안혜진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한수진이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이나연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어진 것. 차상현 감독은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인삼공사전에서 안혜진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모든 팀이 마찬가지지만 평균 연령이 어린 GS칼텍스는 세터가 흔들리면 조직력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팀이다. 하지만 안혜진은 경기 내내 날카롭고 과감한 토스워크를 구사하며 코트 안의 공격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양 날개에 공격수를 배치해 놓고 낮고 빠른 토스로 기습적인 중앙 후위 공격을 시도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18번의 서브를 시도하는 동안 범실은 한 번도 없었고 10개의 디그와 2개의 블로킹을 곁들이며 GS칼텍스의 완승을 이끌었다.

안혜진이 인삼공사전을 통해 차상현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안혜진이 GS칼텍스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안혜진이라는 젊고 재능 있는 세터의 등장으로 GS칼텍스의 세터진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역시 GS칼텍스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각 포지션마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매력적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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