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WBC 1라운드 탈락, '금전거래' 최규순 전 심판 사태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원정 관중이 많은 KIA와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순위경쟁도 이어졌다. 이승엽 은퇴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IA의 한국시리즈로 2017 KBO리그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다. 2017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시즌 KBO리그를 돌아보는 의미로 마련한 팀별 결산 시리즈, 여덟 번째 팀은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이대호의 가세는 롯데에게 큰 보탬이 됐다. 여기에 '박 트리오'(박세웅-박진형-박시영)까지 제몫을 다했다. 특히 박세웅과 박진형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안정감 있는 마운드로 정규시즌을 3위로 끝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구도 부산'의 열기가 느껴졌던 한 해, 롯데의 2017년을 정리해본다.

이대호 복귀+손아섭 활약으로 탄력 받은 타선,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지난 겨울, 황재균이 팀을 떠났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롯데는 당장 핫코너를 맡을 야수가 없다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롯데의 팀 타율은 0.285 전체 6위로 황재균이 활약하던 지난해(팀 타율 0.288, 전체 8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는데, 주전 3루수에 대한 고민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래도 타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대호의 복귀였다. 4년간 총액 15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 속에서 KBO리그로 돌아온 이대호는 홈 개막전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올 시즌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0 34홈런 111타점을 기록, 팀 타격에 있어서 황재균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이번 겨울 재계약 도장을 찍으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된 손아섭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전 경기(144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0.335 20홈런 80타점 25도루를 기록,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여기에 193안타를 기록하며 최다 안타 부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손아섭 특유의 근성을 발휘하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황재균의 공백으로 주전 3루수 자리가 공석이 됐고, 김동한과 황진수가 핫코너를 맡았으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규현, 신본기가 나선 유격수 자리 역시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졌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오윤석이 경쟁에 가세하는 2018 시즌에는 3루수와 유격수의 활약이 필요하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시기는 역시 준플레이오프였다. 4차전에서 손아섭의 맹활약을 비롯해 타선의 대폭발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나머지 네 경기에서는 타선이 다소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손아섭(준플레이오프 타율 0.381), 이대호(0.350), 전준우(0.348) 총 세 명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시리즈를 마감해야만 했다.

결국 내년 시즌 롯데의 순위 상승 여부는 타선이 키를 쥐고 있다. 지난 11월 '오버페이 논란'을 감수하고도 민병헌을 FA로 영입한 것 역시 외부 전력 보강을 통해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겠다는 롯데의 계산이 반영되었다. 안정된 마운드 속에서도 2% 부족했던 타선은 2018년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반가웠던 마운드, 후반기 대반격을 이끌다


개막전 이후 4월 30일 두산전까지 26경기에서 13승 13패를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5할 승률로 출발한 롯데는 5월 한 달간 24경기에서 12승 12패로 꾸준하게 5할 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6월, 위기가 찾아왔다. 6월 13일 KIA전~6월 18일 넥센전까지 6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25경기에서 10승 1무 14패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86경기 41승 1무 44패, 결국 4할대의 승률과 7위라는 성적으로 전반기 일정을 끝냈다.

그러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후반기 58경기 동안 39승 1무 18패, 승률 0.684로 두산에 이어 후반기 승률 2위를 기록한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은 3.93으로 두산과 함께 유일한 3점대 팀이었고, 전반기 7위였던 순위도 네 계단 뛰어오르면서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투명했던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이다.

롯데의 반등을 이끈 요인은 단연 마운드의 각성이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98로 5점대 가까이 치솟았던 것과 달리 후반기에는 3점대까지 하락하며 마운드가 한층 탄탄해졌다. 선발진에서는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한 레일리(13승), 박세웅(12승), 송승준(11승)이 있었고 박세웅과 함께 선발진에 활력을 불어넣은 김원중(24경기 7승 8패 ERA 5.70)의 등장도 눈에 띄었다. 불펜에는 구원승으로만 8승을 챙긴 배장호를 비롯해 '세이브왕' 손승락, 박진형, 장시환, 박시영 등이 버티고 있었다.

'박 트리오' 3인방의 성장은 롯데 마운드의 가장 큰 성과였다. 12승 6패 ERA 3.68을 기록한 박세웅은 팀 내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나면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박진형은 45경기(선발 9경기 포함)에 등판해 4승 4패 10홀드 2세이브 ERA 5.11을 기록, 불펜에서 맹활약했고 박시영 역시 47경기(선발 3경기 포함) 2승 3패 5홀드 ERA 6.47로 잠재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다. 2010년 6월 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2583일 만에 7월 9일 사직 SK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조정훈은 올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23이닝을 소화, 4승 2패 8홀드 ERA 3.91을 기록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않았지만 팀이 필요한 순간에 등판해 큰 도움이 됐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1.2이닝 동안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해 박진형, 손승락과 함께 팀의 시리즈 첫 승을 만들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롯데 마운드의 견고함을 엿볼 수 있었다. 타선에서 많은 득점으로 투수들의 짐을 덜어냈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년 마운드에 큰 변화가 발생할 일은 없다. 올 시즌 후반기의 좋은 흐름이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일찍 나타난다면 롯데는 더 무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롯데, '구도 부산'의 열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롯데는 다른 팀들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주전 포수였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했고, 두산의 주전 외야수였던 민병헌이 롯데에 왔다. 다행스럽게도 주전 외야수 손아섭과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아직 내부 FA 최준석, 이우민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고 린드블럼을 대체할 외국인 투수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당장 큰 문제는 역시 주전 포수의 부재이다. 지난해에는 핫코너를 책임질 선수가 떠났다면, 올해에는 오랫동안 롯데의 안방을 책임진 강민호가 정든 팀을 떠났다. 나종덕, 안중열, 나원탁, 김사훈 등 백업 포수들이 주전 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스프링캠프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주전을 차지할 주인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타선, 그리고 외야진 정리도 이뤄져야 한다. 민병헌의 가세로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타선에서는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이 상위 타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 시즌 내내 손아섭과 전준우가 한 자리씩 맡게 되면 나머지 한 자리를 맡는 야수는 때에 따라 바뀌었다. 주로 그 자리는 최준석 또는 김문호의 몫이었는데, 이들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두산에서 톱타자, 3번 타자 경험이 많은 민병헌의 합류는 호재이다.

또한 민병헌의 포지션에 따라 나머지 외야수들의 자리가 결정된다. 현재로선 중견수 경험이 많은 민병헌이 주전 중견수로 나서고 나머지 야수들이 좌익수와 지명타자는 맡는 것이 가장 인상적인 시나리오다. 기존에 활약하던 전준우, 김문호, 박헌도 그리고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이병규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오랜만에 사직구장에서 가을야구가 치러졌다. 롯데를 응원하는 붉은 물결로 가득했고,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결과와 관계없이 부산에서 가을야구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롯데 팬들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전력 손실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2년 연속 가을야구는 결코 꿈이 아니다. 올 시즌 3위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롯데 팬들도 단순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팀이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를 원한다. 구도 부산의 뜨거운 열기는 2018년에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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