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A매치의 달이었다. 한국 3대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 축구, 농구의 국가대표팀이 나란히 중요한 A매치를 치르며 국제 경쟁력을 점검받았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종합 대회를 제외하고 세 종목의 A매치가 같은 달에 동시에 열린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야구의 선동열, 축구의 신태용, 농구의 허재 감독에 이르기까지 '태극호'를 이끄는 3명의 전임 감독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이들은 모두 해당 종목의 프로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이자 한국 구기종목이 배출한 '레전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먼저 첫 스타트를 끊었던 축구 대표팀 '신태용 호'에 대한 평가는 '기사회생'으로 요약된다. 신태용 감독은 강호 콜롬비아(10일)-세르비아(14일)와의 2연전에서 1승1무라는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 6월 출범 이후 첫 4경기에서 2무 2패에 그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신태용 호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으나, 이번 11월 A매치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4-4-2 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꼽히지만 대표팀에서는 한동안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손흥민은 이번 2연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며 콜롬비아전(2-1)에서 멀티골을 작렬했고 세르비아전(1-1)에서도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태용 호는 기존의 점유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선수 전원이 유기적인 포지션 스위칭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압박 축구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 기존의 장점을 다시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11월 A매치의 호성적에 힘입어 지난달 62위까지 하락했던 피파랭킹도 59위로 상승했다.

한동안 히딩크 복귀설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신태용 감독을 향한 신뢰도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신 감독은 유럽파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12월 동아시안 컵을 통해 국내파 선수들과 수비 조직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한국은 다음달 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최하위 4그룹에 속해있다.

 연합뉴스 선동열 장현식 한국 대표팀 APBC

1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대표팀 훈련에서 선동열 감독이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아래 APBC, 16~19일)에 출전했다. 야구대표팀 최초의 전임감독인 선동열 감독은 평균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첫 국제대회인 APBC에서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기록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젊은 선수들의 국제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며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진의 장현식과 임기영·장필준, 야수진의 박민우·김하성·이정후 등은 국제 경험이 많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열정 넘치는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라이벌 일본에게 두 번이나 패하며 실력 차이를 드러낸 것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특히 개막전에서는 종반까지 일본에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불펜진의 난조로 승부치기 끝에 뼈아픈 1점 차 역전패를 당했다. 결승전에서는 오히려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며 영봉패의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당초 우려했던 선발진이 호투한 반면 오히려 믿었던 계투진이 고비마다 볼넷 남발으로 무너진 장면이 아쉬웠다.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전반적인 '제구력' 수준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 데다, 당초 투수 운영의 대가로 꼽혔던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도 아쉬움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경험 쌓기'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연연하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고작 3개국이 출전한 대회에서 1승 2패에 그쳤고 모두 일본에게 당한 패배인 만큼 내용을 놓고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대만은 물론이고 한국보다 전력이 앞선 일본도 이번 대회에서 25세 이상 와일드카드를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한 명이라도 더 국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로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았다. 우려한 대로 한국은 이번 대회 장타력 부재와 함께 1루수와 대타 요원의 부재로 공수에서 모두 약점을 노출했다.

당장의 성적보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20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린 결정임은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과 격차를 더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출범 이후 첫 대회를 치른 '선동열 호'가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허재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2019 중국 농구월드컵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허재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2019 중국 농구월드컵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은 2019 중국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홈앤 어웨이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뉴질랜드 원정(23일)에서 86-8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홈에서 열린 중국전(26일)에서는 81-92로 패배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허재호'는 지난 8월 FIBA 아시아컵(3위)에서 보여준 '패싱&스페이싱'이라는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했다. 선수 전원이 고르게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내는 모션 오펜스와 정교한 3점슛은 한국농구 특유의 조직력과 맞물려, 뉴질랜드-중국 같은 강호들도 충분히 긴장하게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강점이 '슛'과 '지역방어'라는 무기가 막혔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숙제를 남긴 경기이기도 했다. 뉴질랜드전에서는 이정현-전준범 등 슈터들이 고비마다 클러치능력을 과시하며 4쿼터 위기를 이겨냈지만, 중국전에서는 선밍후이, 딩안유항 등 장신의 듀얼가드를 앞세운 상대의 돌파와 높이를 감당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발목부상으로 아예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김선형을 비롯해, 중국전에서 오세근의 파울트러블과 김종규의 부상으로 인한 골밑 공백을 대체할 수 없었던 '얇은 선수층'도 한국농구의 약점을 보여준 부분이다. 후반 폭풍돌파로 한국의 골밑을 유린하던 딩안유항의 플레이를 보며, 한국 농구는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능력으로 흐름을 바꿀어 줄 수 있는 '일대일 능력을 갖춘 해결사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프로화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과, 새롭게 도입된 홈앤 어웨이 제도의 도입으로 국내에서도 농구 A매치의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어쨌든 '절반의 성과'라고 할만하다.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국내 농구에 대한 인기와 투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전임감독제에서 긴 호흡으로 대표팀을 만들어나 가고 있는 허재 감독에 대한 꾸준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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