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FC와 발렌시아CF 경기 결과를 알리는 BBC 기사

바르셀로나FC와 발렌시아CF 경기 결과를 알리는 BBC 기사 ⓒ BBC 갈무리


심판진의 결정적인 실수로 한 골을 '도둑맞은' 바르셀로나가 알바의 동점골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27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아래 라리가) 13라운드 발렌시아 CF와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스페인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의 관심을 받은 빅매치였다.

먼저 홈팀 발렌시아는 새롭게 부임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리그에서 9승 3무를 기록, 승점 30점을 챙기면서 2위에 올라 있었다. 상대 바르사는 같은 기간 동안 11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면서 승점 34점을 획득해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1위와 2위 팀 사이의 승부이자 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팀끼리의 대결인 만큼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메스타야에서 오랜만에 바르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원했던 발렌시아는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자원들을 꺼내 들었다. 이번 시즌 찬사를 받고 있는 마르셀리노식 4-4-2 포메이션을 바르사와 경기에서도 들고 나왔다. 네투가 어김없이 골키퍼 장갑을 꼈고, 포백라인은 가야-파울리스타-가라이-몬토야가 구축했다. 미드필더진은 게데스-콘도그비아-파레호-솔레르가 선택을 받았고, 최전방에는 자자-호드리고 조합이 바르사의 골문을 노렸다.

한편 쉽지 않은 발렌시아 원정길에 오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의 바르사는 다소 선발 라인에 변화를 줬다. 선발 골키퍼로는 역시 슈테켄이 나섰다. 포백 라인에는 징계와 부상으로 빠진 동료들을 대신해 베르마엘렌이 길었던 기다림 끝에 선발로 출격했다. 발베르데 감독은 중원에 이니에스타-부스케츠-파울리뉴-라키티치 라인을 꺼내 들었다. 전방에는 메시와 수아레즈가 배치됐다.

바르셀로나의 완벽한 통제, '도둑맞은' 선제 득점

선두권 팀 간의 경기답게 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허나 이런 중압감 높은 상황에 보다 익숙한 바르사가 전반전 초반부터 경기를 자신들의 흐름으로 가져왔다. 발베르데가 꺼낸 선발 라인이 적중했다. 이날 바르사의 허리 라인을 구축한 선수들은 모두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이었다. 수비시에는 수비 간격을 위해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측면에서 풀백들을 도왔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중앙으로 들어와 중원의 밀도를 높였다.

여기에 공격수 메시도 수시로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바르사가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를 옥죄는 데 힘을 보탰다. 이에 맞서 발렌시아는 공격수까지 하프라인 밑으로 내리며 선수비-후역습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중원에 배치된 미드필더의 숫자가 바르사보다 적었기에, 발렌시아는 바르사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을 방해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공을 거의 잡지 못했던 발렌시아는 간간히 발생한 역습 상황에서도 바르사의 전방 압박에 당했다. 바르사가 중원 성향의 미드필더를 다수 배치한 만큼 후방 지역에는 발렌시아가 공략하기에 비교적 넓은 공간이 있었지만, 바르사 선수들의 강한 전방 압박에 번번이 공의 소유권을 내준 발렌시아다.  

발렌시아의 '선 수비-후 역습'에서 역습을 지워버린 바르사는 완벽에 가깝게 경기를 통제했고, 결국 전반 29분 발렌시아 골문에 공을 집어넣었다. 수아레즈의 땅볼 크로스를 메시가 곧바로 슈팅으로 이어갔고, 슈팅을 정확히 캐칭하지 못한 네투 골키퍼 다리 사이로 흐른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주심이 바르사의 선제 득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골라인까지 늦게 복귀한 부심과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주심이 정확한 판정에 실패했다. 카메라에 잡힌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서도 메시의 슈팅이 골라인을 완벽히 넘었음이 드러났다. 골 세레모니를 하던 메시와 낙심하던 발렌시아 선수들을 무색하게 만든 치명적인 오심이었다. 바르사는 '골 도둑'을 맞은 이후 곧장 이어진 장면에서 발렌시아에게 슈팅을 허용하면서 두 배로 억울한 오심을 경험할 뻔했다.

완벽한 전술적 준비로 좋은 페이스에 있었던 바르사는 오심 이후에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발렌시아의 돌격 대장 곤살루 게데스가 살아났다. 주포 시모네 자자도 투쟁적으로 바르사의 수비진과 부딪치며 균열을 내고자 애썼다. 그럼에도 전반전은 바르사가 지배했다. 부스케츠가 후방에서 경기를 건설했고 수아레즈와 파울리뉴가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발렌시아 수비의 라인을 벌렸다. 그 사이 공간을 메시와 이니에스타가 유려한 드리블과 패스로 공략하면서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다. 도둑맞은 골을 제외하고는 바르사의 압도적인 전반전이었다.

호드리고의 선제골, 알바의 극적인 동점골

바르사에게 전반전을 내준 발렌시아는 후반전 초반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바르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원에 배치된 파레호와 콘도그비아 조합이 살아나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 전반전에는 바르사의 전방 압박에 이렇다 할 전진 패스를 시도하지 못했던 두 선수는 후반전 초반부터는 과감하고 정확한 전진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전반전에는 중원에서 패스 자체가 공급되지 않다 보니 발 빠른 발렌시아 공격진들이 허무하게 수비진으로 복귀하고는 했지만, 후반전에는 후방에서 패스가 투입되자 공격수들이 신이 났다. 다소 높은 라인에서 전방 압박을 시도했던 바르사의 전략상 발렌시아는 압박을 피해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보낼 필요가 있었는데, 이것이 성공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급격하게 발렌시아로 기울었다.

전반전부터 수행한 강한 압박 때문인지 바르사 선수들은 후반전 초반부터 평소보다 지친 기색을 보였다. 지친 바르사 선수들을 뒤에 두고 발렌시아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후반 5분 역습 상황에서 게데스가 측면에서 내준 공을 자자가 과감한 왼발 슈팅으로 이어가며 바르사의 골문을 노렸다. 자자의 슈팅으로 흐름을 탄 발렌시아가 선제 득점을 터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높았고 시즌 내내 발렌시아 공격의 핵심이었던 왼쪽 측면이 이번 경기에서도 응답했다. 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게데스는 오버래핑하는 풀백 호세 가야에게 적절한 패스를 내줬고, 가야는 낮고 빠른 크로스를 구사했다. 크로스는 쇄도하는 호드리고의 왼발에 정확히 배달되면서 발렌시아가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호드리고의 일격에 당한 바르사는 빠르게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반 22분 영향력이 떨어진 라키티치 대신 헤라드르 데울로페우를, 후반 26분에는 이니에스타 대신 데니스 수아레스를 투입했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수비진은 단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민했다. 발렌시아가 선택한 4-4-2 포메이션은 구조적으로 2선과 3선 사이의 공간이 비교적 넓다. 더욱이 바르사에는 그사이 공간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메시라는 존재가 있다.

발렌시아는 막을 수 없는 메시를 막는 것 대신 다른 공격수들의 공격 자체를 무력화시키는데 집중했다. 메시가 놀라운 드리블로 차이를 만들고 침투하는 수아레즈에게 공을 찔러주는 순간 발렌시아 포백 라인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수아레즈를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렸다. 전반전부터 보여줬던 발렌시아의 환상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은 선제 실점 이후 마음이 급해진 바르사를 더 조급하게 했다.

바르사는 오른쪽 풀백 자리도 넬슨 세메두 대신 공격력이 좋은 알레이스 비달로 교체했지만 공격은 여의치 않았다. 선두 추격에 절호의 찬스를 얻은 발렌시아 선수들의 끈질긴 저항에 경기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바르사의 패색이 짙어지던 순간 전반전에 이미 한 번 번뜩였던 '에이스' 메시가 다시 차이를 만들어냈다.

후반 37분 패널티 박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자유롭게 공을 잡은 메시는 패널티 박스로 쇄도하는 왼쪽 풀백 알바에게 정확한 로빙 패스를 전달했고, 다소 어려운 패스였음에도 알바는 정확하게 크로스에 발을 맞추면서 동점골을 신고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올 시즌 리그에서 첫 골을 신고한 알바는 포효했다.

바르사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 메스타야에는 계속해서 폭풍이 몰아쳤다. 후반 추가 시간 2분 안드레아스 페레이라가 강력한 슈팅으로 바르사의 옆 골문을 때렸고, 이어진 상황에서 바르사는 파울리뉴의 저돌적인 쇄도로 발렌시아를 위협했다. 결국 승부는 마지막 역습 상황에서 나온 자자의 발리 슈팅이 허공을 가르면서 1-1로 종료됐다.

양 팀 모두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먼저 바르사는 도둑맞았던 골이 뼈아팠다. 전반전 흐름상 선제 골을 터뜨렸으면 경기를 더욱 완벽히 가져갈 가능성이 컸지만, 심판진의 오심이 발목을 잡았다. 알바의 극적인 동점골은 다행이지만, 승점 10점 차였던 3위권 그룹과 승점이 8점 차이로 좁혀졌고 2위 발렌시아와 승점 차이가 그대로 유지된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발렌시아도 웃을 수 없다. 바르사 격파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홈 경기에서 선제 득점을 뽑아내고도 동점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실망스럽다. 또한 바르사가 공을 대부분 소유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발렌시아가 더 많았다. 올 시즌 최상의 몸 상태를 보여주고 있던 자자와 게데스가 부정확한 슈팅을 때리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심판의 오심을 제외하면 라리가 1·2위 팀의 대결답게 경기 자체는 수준이 높았다. 깜짝 우승을 노리는 발렌시아는 탄탄한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날카로운 역습 축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줬다. 바르사는 이번 시즌 발렌시아를 상대한 모든 팀들이 고전했던 마르셀리노식 4-4-2 틈바구니 사이에서도 수준 높은 공격 패턴을 구사하면서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날의 승부로 바르사의 완벽한 독주로 이어지던 라리가의 선두권 경쟁이 다시 불이 붙을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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