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호실 메인포스터

7호실 메인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01.

지난 2012년 우선호 감독의 <시체가 돌아왔다>(2012)는 거의 말라 있던 코미디 장르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이범수, 류승범 등 출연자들의 출중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두고 벌어지는 코믹한 쟁탈전이 점증적 구조로 촘촘히 쌓여가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이 강했던 캐릭터들의 뛰어난 설정 역시 한몫했다.

그리고 5년.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코미디 장르에 대한 관심이 바닥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제작이 진행되어 시장에 나오더라도 범죄와 액션, 스릴러에만 치중된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 7호실>은 장르의 위치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 물론 흥행의 결과와는 무관하다. - 스스로를 블랙 코미디라 규정하며 나타난 이 영화는 그 중심에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 <킬러들의 수다>(2001), <서프라이즈>(2002), <지구를 지켜라!>(2003), <박수칠 때 떠나라>(2005) 등의 작품에서 특유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온 이가 바로 신하균이라는 배우였으니 말이다.

7호실 스틸컷 두 사람 각각의 비밀이 7호실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 7호실 스틸컷두 사람 각각의 비밀이 7호실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02.

영화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망해가는 DVD 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두식(신하균 역)과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 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게 안에 위치한 7호실 방 안에 각자의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숨기는 두 사람. 졸지에 두 사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 7호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의 긴장감을 갖는다.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비밀을 숨긴 두 사람의 눈치 싸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화는 조금씩 템포를 높여나간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두식이 긴장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인 형사(전석호 역)를 제시하기도 하고, 태정이 애가 탈 수밖에 없게 만드는 VIP 고객의 확보 등의 장치들을 번갈아가며 제시한다. 이와 같은 시점 전환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보다 흥미를 유발하는 데 더 효과적이며, 후반부에서 필요한 문제의 발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두 가지 상황의 적절한 교차는 관객들에게 속도감을 주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도 동일하게 활용되는 방식이다.

03.

이 작품이 코미디라고 해서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선족 노동자인 한욱(김동영 역)과 관련한 최저임금 문제는 물론, 학자금 대출, 마약 밀매매, 열정페이 논란 등의 문제는 태정의 모습으로, 권리금 문제, 뇌물 수수 문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문제 등은 두식과 교감 선생님(김종구 역)의 모습을 통해 그려진다. 비록 그 정도가 무겁지 않고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모든 사회 문제들 위에서 바동거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공감을 일으키면서도 반대로 더 큰 웃음을 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는 이 작품 < 7호실>이 블랙 코미디 장르를 자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7호실 스틸컷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절박한 이는 두식인지도 모른다.

▲ 7호실 스틸컷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절박한 이는 두식인지도 모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04.

"사람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재밌지? 나는 지금 타들어 가고 있어."

작품 속 의외의 무게감은 인물들의 우스운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통해 드러난다. 몇 개월째 팔리지 않는 가게를 어떻게든 팔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두식과 망해가는 DVD 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태정의 이야기를 찬찬히 곱씹어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삶에도 각자 나름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고, 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감독은 명확히 표현한다. 단순히 서로의 목적에 의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물질적인 이익에 대한 보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장 잘 표현되고 있는 장면이 바로 건물 관리인을 찾아가 기름을 쏟아붓는 두식의 모습이다. 영화는 그 모습조차 곧 웃음으로 환원하여 코미디 장르의 역할을 해내지만,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그렇게나마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조선족 출신의 아르바이트생 한욱은 그 속에서 인간미라는 따뜻함을 채우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자신도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며 버티면서 늦은 밤 돌아가는 그에게 2만원을 건네며 택시를 타고 가라는 두식의 마음이나, 그 돈으로 두식과 함께 먹을 햄버거 세트를 사는 한욱의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 길에 잊지 않고 명함을 뿌리며 출근하는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우기 힘들다.

7호실 스틸컷 그는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7호실 스틸컷그는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05.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태정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청산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다. 자신의 삶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습이다. 반대로 두식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동안 착실하게 살아왔다며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교감 선생님 앞에서 차마 그 가게가 장사하기에 위치가 좋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적인 행위다.

두 사람이 선택한 결과에 선과 악의 대비가 그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두 사람이 선택 이후에 스스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다르게 느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두식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선 장면들에서 쌓여온 그의 인간성을 생각해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한욱에게 쥐어준 2만원, 돈을 빌려주었던 누나에게 보낸 500만 원, 그리고 태정에게 건넨 500만 원. 뒷좌석에 실려있던 닌텐도 박스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만든다. – 그에게 속은 교감 선생님의 뒷이야기는 영화의 쿠키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자신에게 먼저 여유가 있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06.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장르적 선택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시기마다 특정 장르가 인기를 얻는 것은 순환적으로 반복되어 온 일이지만, 지금처럼 특정 장르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제작에서 배제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코미디 장르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장되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 가운데 하나다. 이번 작품 역시 알려진 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이 120만 명으로 현재 상태로는 달성하기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작품 < 7호실>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분명히 시장에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영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joyjun7)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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