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피겨 세계랭킹 1위 하뉴 유즈루(일본)`

남자피겨 세계랭킹 1위 하뉴 유즈루(일본)` ⓒ 국제빙상연맹 ISU


세계 피겨 선수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남녀싱글 세계랭킹 1위인 하뉴 유즈루(일본)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는 모두 발 부위에 부상을 당했다.

하뉴 유즈루는 지난 11일 자국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4차대회의 공식 연습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며 크게 넘어졌다. 당시 그는 쿼드러프 러츠 점프를 시도했는데 착지과정에서 발목이 꺾여 주저 앉고 만 것이다.

결국 그는 쇼트프로그램 경기 당일 기권을 통보했다. 그로 인해 결국 12월 자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도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회는 그가 지난시즌까지 4연속 우승을 달성할 만큼 인연이 깊은 대회다.

하뉴는 지난시즌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세계 남자피겨 선수들이 쿼드러플 전쟁을 시작한 이후, 정상권 선수들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5~7개가량의 점프를 뛴다. 하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시즌까지 그는 쿼드러플 루프, 살코, 토루프 등 세가지의 쿼드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평창을 앞둔 시즌 그는 이 점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쿼드러플 러츠 점프를 뛰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너무 무리했던 탓이었을까. 결국 이 점프가 그의 부상을 야기한 셈이 되고 말았다.

하뉴와 함께 세계 정상을 다투고 있는 하비에르 페르난데즈(스페인)는 지난 3일 중국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3차 대회를 앞두고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그는 이 대회를 최악으로 마무리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여자 세계랭킹 1위 메드베데바, 오른쪽 발등 '미세골절 진단'

 피겨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피겨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 국제빙상연맹 ISU


여자싱글 세계랭킹 1위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는 오른쪽 발등에 미세골절 진단을 받고 깁스를 했다고 알려졌다. 메드베데바는 하뉴와 마찬가지로 그랑프리 4차 대회에 출전했었는데, 당시 그는 이미 부상이 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때문이었을까. 당시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메드베데바는 초반 두 차례 점프에서 모두 무너지는 등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메드베데바의 부상은 자국에서 참가했던 그랑프리 1차 대회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메드베데바는 진통제를 맞고 그랑프리 두 개대회를 출전해 모두 1위를 차지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파이널 참가에 먹구름이 끼고 말았다.

메드베데바는 자국 신문 인터뷰에서 "나의 담당 의사가 그랑프리 파이널 불참을 권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면서 "반드시 출전하겠다"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로 출전했던 그레이시 골드는 올 시즌 결국 모든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평창에서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자국에서 열렸던 2016 세계선수권에서 4위에 그치며 충격에 휩싸였던 그는 이후 프랭크 캐롤 코치와 결별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등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올 시즌 피겨계는 유독 부상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한국 피겨의 기둥인 박소연(20·단국대), 최다빈(18·수리고), 차준환(16·휘문고) 등이 모두 부상 여파로 그랑프리 출전을 한 차례씩 포기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선수들도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평창을 앞두고 선수들의 로드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올 시즌 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유독 선수들이 과거 자신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을 다시 들고 와 연기를 펼쳐 '재탕 올림픽'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올림픽 시즌 선수들은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성점수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호평을 받았던 프로그램을 다시 사용해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자싱글의 경우 정상권 선수들 상당수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김이 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전망에 부상 소식까지 연이어 나오면서 평창올림픽 피겨계 전망이 더욱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평창에서의 경쟁을 앞두고 마지막 장애물을 만난 이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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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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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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