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송일준 MBC PD 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지난 8월 3일, MBC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송일준 MBC PD협회장의 모습이다. ⓒ 권우성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이 MBC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송일준 PD는 지난 22일 오후에 열린 PD연합회 운영위원회에서 출마 계획을 밝히며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MBC < PD수첩>의 진행자로도 친숙한 송일준 PD는 1984년 MBC 시사교양 PD로 입사해 도쿄 특파원, 교양제작국 부국장, 외주제작센터장, 국제협력팀장 등을 지냈고, < PD수첩> <김혜수의 W> <화제집중> <인간시대> 등 다수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8년 <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 방송 당시 교양제작국 부국장이자 < PD수첩>의 진행자로, 해당 방송을 연출한 이춘근·김보슬 PD 등과 함께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김재철 전 사장 취임 후에는 제작 일선에서 배제돼 현재는 심의국에 배치됐다. 23일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사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 중 유일하게, MBC에 소속된 상태다. 이우호·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정년퇴임했고, 최승호 전 PD는 해직됐다.

송일준 PD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장직은 김장겸 사장의 잔여임기 2년 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인사왜곡 등의 잘못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무거운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라 감당할 능력과 각오가 필요한데, 내가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인가 끝없이 자문자답했다"면서 사장 출마를 결심하기까지의 고민을 털어놨다.

송 PD의 출마 결심을 도와준 것은 아들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번 결정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고. 고민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사장 자리가 욕심나서라면 나서지 말고, 무너진 MBC를 다시 세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면 도전해보라'는 답을 줬다고 한다. 송 PD는 "아들의 조언이 결심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아들이 대견한 데가 많다"며 웃었다.

"망가진 MBC 스테이션 이미지 회복하고, 선순환 구조 되살리겠다" 

송 PD의 고민처럼, 차기 MBC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송 PD는 "사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면서, "MBC를 온전하게 재건하려면 '두 기둥'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BC에는 혹독한 탄압의 시간 동안에도 자기 신념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고통과 고난을 감수해 온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요. 새 사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각 분야의 유능하고 올곧은 신념을 지닌 사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이들을 통해 땅에 떨어진 MBC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인사를 행한 적폐 세력을 청산해야죠. 이게 우선 바로 세워야 할 한 기둥입니다. 

다른 한편에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에 급속히 추락한 지상파의 존재감과 역할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실 지상파의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지상파 콘텐츠를 보지 않는 건 아니에요. 스마트폰, PC, IPTV 등 방송을 보는 창구가 다양해진 거죠. 변화된 환경에 어서 적응하려면, MBC의 콘텐츠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플랫폼에서 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추락한 MBC 브랜드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에요. 이를 회복해야 MBC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방송사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년 동안 무너진 스테이션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송 PD는 지금 추락한 MBC 호감도를 "MBC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이, MBC에 정나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방송사가 만드는 콘텐츠의 기본은 '신뢰도'인데, 보도·시사가 엉망이 되니 이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예능·드라마에 대한 호감까지 접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MBC의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가장 자유로운 창의성이 발휘되어야 할 예능·드라마에까지 관료주의와 상명하복 문화가 퍼졌어요. 정윤회 아들 캐스팅 사건에서 확인됐듯 경영진이 캐스팅에까지 간섭했잖아요. 결국 이런 자율성 침해가 예능·드라마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겁니다.  

예능·드라마가 단지 돈을 잘 벌고 못 벌고...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에요. 시사·보도·교양은 돈이 안 되지만 방송사의 '저널리즘' 역할을 위해 꼭 필요한 영역이죠. 예능·드라마를 중심으로 돈을 벌고, 이 돈은 의미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되고, 이 프로그램들로 얻어진 긍정적인 스테이션 이미지는 다시 예능·드라마의 흥행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게 과거 MBC에 있었던 선순환 구조에요. 이런 구조 속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송일준 PD에 앞서 공개적으로 사장 공모 지원 의사를 밝힌 후보자는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최승호 해직PD, 임흥식 전 논설위원 등 3명이다. 이들은 모두 MBC에 대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전성기 MBC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모두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사장했던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방송인들입니다. 누가 되든 MBC의 앞날은 밝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우선 이 분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제가 가진 생각과 포부를 잘 어필하는 데 집중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MBC 재건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야죠. 지금 MBC 구성원들도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사장 레이스를 관람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0일 사장 공모 접수를 시작했다. 오는 27일까지 공모자 본인이나 대리인은 방문진에 지원서와 MBC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방문진 이사들은 이들의 서류를 검토해 3배수로 압축한다. 최종 후보자 3인은 12월 1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정책설명회에서 MBC 경영 계획과 재건 청사진 등을 발표해야 한다. 정책설명회는 공개로 진행되며, MBC 홈페이지(www.imbc.c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다.

송일준 M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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