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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여성 시의원이 어린 아들을 회의장에 데려왔다가 퇴장당한 일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의 한 여성 시의원이 어린 아들을 회의장에 데려왔다가 퇴장당한 일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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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여성 시의원이 아기를 데리고 시의회에 왔다가 퇴장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NHK에 따르면 22일 일본 구마모토 시의회 오가타 유카 의원은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동료 의원들은 의회에서 당장 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오가타 의원은 나가지 않고 버텼다.

시의회 의장과 운영위원회는 곧바로 회의를 열었고, 본회의에는 반드시 의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거듭 퇴장을 요구했다. 결국 오가타 의원이 친구에게 아들을 맡기고 오느라 본회의는 예정보다 40분 넘게 지연됐다.

오가타 의원은 본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육아 세대를 대표해 어린이와 함께 의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했다"라며 "육아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시의회가 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이 데려오자 퇴장 조치... "육아는 사회 전체가 하는 것" 비판도

오가타 의원의 퇴장은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한 누리꾼은 "육아는 여성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하는 것"이라며 "여성이 일하기 좋고, 육아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라고 지지했다.

반면 "여성의 육아 고충을 제기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전에 어린이 동반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주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며 "일반 회사에서도 회의 중에 갑자기 어린이가 들어오면 놀랄 수 밖에 없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의 전국 시의회 의장회는 "그동안 의원이 어린이를 데리고 회의에 참석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라고 밝혔고, 국회에 해당하는 중·참의원도 규정상 의원이나 직원만 회의장에 들어올 수 있다.

NHK는 오가타 의원의 행동을 계기로 여러 외국의 사례가 거론되며 의회에도 여성 의원들이 어린이를 데리고 참석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고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여성 정치 참여 최저 수준... "출산만 해도 비판"

호주 의회는 지난해부터 여성 의원이 회의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고, 최근 한 여성 의원이 처음으로 생후 11주 된 아이를 안고 회의장에 들어와 수유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질랜드 의회도 같은 내용으로 규정을 바꿔 2명의 여성 의원이 의사당에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 수유하며 "의회는 내 가족을 받아주었고, 나는 더 이상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카나가와 대학의 스기타 히로나리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호주에서는 회의장에 아기를 데려오거나 수유를 허용해도 의회는 물론 사회적 반발이 전혀 없었다"라며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성 의원이 출산만 해도 비판받는다"라고 지적했다.

NHK는 국제의회연맹 자료를 인용해 올해 10월 기준으로 일본 중의원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9.3%, 참의원은 20.7%로 조사 대상인 193개국 중에서 165위를 기록했다며 선진국으로는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이번 논란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태그:#일본, #여성,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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