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A매치를 통하여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신태용호가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제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신태용 감독은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동아시안컵(12우러 9-16일 일본 도쿄)에 출전할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2연전이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의 베스트11과 플랜A의 기본 뼈대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동아시안컵은 세밀함과 대안 발굴에 초점이 맞춰진다. 유럽파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는 이번 대회를 통하여 국내파 선수들을 집중점검하고 전술적 다양성을 실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호의 이번 선수선발로 전반적으로 안정성과 연속성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이번 동아시안컵 명단 24인중 18명이 이미 기존 신태용호에서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다. 몇몇 새로운 선수들이 승선하기는 했지만 신태용호의 기존 스타일에 크게 이질적인 변화를 가져올만한 카드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같은 변칙을 즐기는 신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의외의 실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손흥민(토트넘)이 빠진 공격진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A매치를 통하여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4-4-2 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손흥민은 지난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시즌 4호골을 기록하는 등 소속팀 복귀 이후에도 쾌조의 골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같은 큰 무대에서 손흥민 한 명만 바라보고 공격을 의존할 수는 없는 법. 신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손흥민의 짝꿍 혹은 대안이 될수 있는 카드를 찾아야한다.

공격수로 기용됐던 이근호, 이번엔 미드필더로

이번 대표팀 공격진에는 이정협(부산)을 비롯하여 김신욱(전북), 진성욱(제주) 등이 승선했다. 지난 대표팀에는 공격수로 기용됐던 이근호(강원)는 이번엔 미드필더로 분류되어 다시 이름을 올렸다.

신태용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수의 유형이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이근호는 정통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최전방과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이며 이타적인 플레이와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이 빼어난 선수다. 지난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2연전에서도 특유의 장점을 살려서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기용된 여러 공격수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정협은 이근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 역시 플레이스타일상 연계능력에 장점이 있는 공격수다. 진성욱은 이번이 A대표팀 첫 발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에 일가견이 있으며 중앙에서의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측면에서 파고드는 움직임이 더 예리한 선수다. 골문 근처에서 머무르며 득점을 노리는 유형보다는, '많이 움직이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 수 있는' 연계형 공격수를 원하는 신감독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신욱은 유일하게 기존의 공격수들과 차별화된 스타일이다. 196cm의 장신인 김신욱은 신태용호에서 유일하게 포스트플레이에 최적화된 타깃맨이다. 대표팀에서는 활용도가 제한되어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선적인 공격루트로 빠르게 득점을 노려야하는 상황에서 김신욱의 머리만큼 유용한 옵션이 없다. 후반 '조커'로서의 활용도나 전술적 희소성 면에서 김신욱은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파격적인 부분은 중원과 수비에서 나왔다. 입대 문제로 합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명주와 주세종이 합류했다. 12월초 4주 군사훈련 일정이 잡혀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경찰청과의 협의로 두 선수를 차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럽파인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진 이번 대표팀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두 선수의 존재감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에서는 신태용호 출범 이후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센터백 김영권이 제외됐다. 신 감독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배려 차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11월 A매치에서 이름을 올린 장현수와 권경원이 동아시안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으로 경기 못 뛰는 김민재 발탁, 왜?

여기서 신태용 감독은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내렸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김민재를 발탁한 것. 어차피 김민재가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기에 분위기와 전술 적응 차원에서 불렀다고 하지만, 경기에 뛰지도 못할 선수를 발탁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굳이 소속팀을 놔두고 대표팀에서 재활을 시키겠다는 발상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여 명백히 '특혜'의 소지도 있다. 어쩌면 월드컵을 꿈꾸던 다른 선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신 감독의 구상 속에서 이미 월드컵 엔트리는 정해져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지난 최종예선에서도 부상으로 경기출전이 불가능한 기성용을 리더십이라는 명분으로 차출을 강행한 바 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드필더 김성준은 부상으로 지난 8월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선수다. 신 감독은 수비수 윤영선의 부상과 수술 소식을 명단 발표 회견장에서 처음으로 전해듣고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선택한 선수들의 컨디션과 근황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공격수 진성욱은 올시즌 K리그에서 주로 교체로 더 많이 출전하여 5골을 기록했는데, 리그에서 그보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신태용 감독과 성남이나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감독이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잘 알고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원칙과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보편적 기준은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A매치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신 감독이 월드컵에 데려갈 멤버들이 어느 정도 정해졌고 동아시안컵 명단이 그저 구색 맞추기나 땜빵 수준에 불과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감독의 의중이 뻔히 보이기 시작하면 선수들도 동기부여나 경쟁심이 줄어든다.

초반에 나름 잘 나갔고 큰 기대를 모았던 홍명보나 슈틸리케 같은 전임감독들이 왜 끝내 몰락했는지 신태용 감독도 분명히 기억해야할 대목이다. 과연 월드컵을 향한 신태용호의 문이 아직 열려있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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