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017·201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환상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며 훨훨 날아올랐다.

토트넘 홋스퍼가 22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 시각)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CL 조별리그 H조 5차전 도르트문트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4승 1무 승점 13점을 기록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를 따돌리고 '죽음의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토트넘이 초반 분위기를 가져갔다. 해리 케인과 전방에서 호흡을 맞춘 손흥민이 전반 2분 만에 슈팅을 시도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수비에 막히며 코너킥을 얻어내는 데 만족했지만, 빠른 드리블과 슈팅이 인상적이었다. 양 측면 윙백 대니 로즈와 서지 오리에의 활발한 공격 가담이 더해지면서, 손흥민과 케인, 델레 알리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어 도르트문트가 역습을 노렸다. 아크서클 부근에서 짧고 빠른 패스로 토트넘 수비를 흔들었고, 전반 18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안드리 야르몰렌코가 스리백 수비 사이 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줬고, 파에르 오바메양이 위고 요리스 골키퍼와 마주했다. 하지만 오바메양이 깔아 찬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23분, 손흥민의 패스를 건네받은 케인이 반대편에서 빠르게 달려든 오리에에게 볼을 전달했다. 오리에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골문 안쪽으로 날아들었고,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쉽게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도르트문트 수비진에 막혔지만, 토트넘 공격의 중심이 손흥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꿀벌군단' 도르트문트 상대로 강해지는 '양봉업자' 손흥민

'역전 결승골' 기뻐하는 손흥민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역전 결승골' 기뻐하는 손흥민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EPA/연합뉴스


손흥민은 전반 29분에도 얀 베르통헨이 올려준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며, 맹활약을 이어갔다. 슈팅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자세였지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선제골은 도르트문트의 몫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30분, 빠르게 볼을 주고받으며 좌측에서 중앙으로 진입했다. 야르몰렌코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뒷발 패스를 연결했고, 오바메양이 다시 한번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오바메양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고, 침착한 슈팅과 함께 골망이 출렁였다.

토트넘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반 38분, 손흥민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이 로즈의 낮고 빠른 크로스에 이어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논스톱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로만 뷔르키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도 득점이나 다름없던 에릭 다이어의 헤더가 뷔르키를 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토트넘에는 '해결사' 케인이 있었다. 후반 3분, 로즈가 전방 압박을 통해 볼을 빼앗아냈고, 알리가 아크서클 부근에 있던 케인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케인은 자신의 앞에 마르크 바르트라와 단-악셀 자가드가 버티고 있었지만, 군더더기 없는 볼 터치와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팽팽하던 균형은 손흥민이 깼다. 후반 30분, 알리가 좌측에서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나왔고, 상대의 시선을 피한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은 슈팅하기 좋은 위치로 빠르게 볼을 놓았고, 도르트문트 골문 우측 상단을 정확하게 때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맹활약 덕택에 지난 시즌 UCL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털어냈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죽음의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괜히 '양봉업자'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도르트문트전 9경기 7골을 기록 중이었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7골을 넣었고, 토트넘 이적 후에도 2골을 뽑아냈다. '꿀벌 군단'만 만나면 훨훨 날았고, 도르트문트전 10번째 경기를 맞이한 이 날도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은 쉴 새 없이 박스 안쪽을 파고들었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4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드리블 성공도 2차례나 있었다. 좌측면을 지배한 로즈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고, 날카로운 패싱력을 뽐내기도 했다. 수비에도 활발히 가담하면서 2차례의 태클 성공을 기록하는 등 흠잡을 데 없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영국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결승골을 기록한 손흥민에게 평점 8.3점을 부여했고, '경기 최우수선수'로도 선정했다. 그야말로 '손흥민의 날'이었다.

'상승 흐름' 탄 손흥민, 꾸준함이 관건

최근 손흥민의 몸 상태가 너무나도 좋다. 지난 18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는 A매치로 인한 체력 및 시차 적응 등의 문제로 교체 출전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4번이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근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는 모두 결승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이 스리백에 확실히 적응하면서, 케인이나 요렌테와 호흡이 정교해졌다. 상대 수비가 이들에 쏠린 시선을 활용해 슈팅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물올랐다. 로즈와 왼쪽 측면에서 보여주는 연계 플레이, 알리·에릭센과 호흡도 부족함이 없다. 손흥민은 더 이상 포백에서만 선발 출전이 가능한 '반쪽짜리' 선수가 아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의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의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꾸준함'이다. 올 시즌 토트넘은 리그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등 우승 경쟁을 벌이는 팀들과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이 뼈아프다. 손흥민도 맨유전에서 선발 출전해 케인의 부상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아쉬움을 남겼던 아픔이 있다.

손흥민은 몸 상태가 어떠하든 3경기 이상 침묵하지 않는 케인을 배워야 한다. 케인은 부상 회복이 완전치 않은 이날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방에서 끊임없이 싸워주고,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기복이 잦아진 알리도 레알전과 같이 중요한 경기에서는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도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이 꾸준함을 유지하고, 중요한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

이제는 '양봉업자'를 넘어 '강팀 킬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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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VS도르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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