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주에 걸친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매주 켜졌던 무대의 불은 당분간은 켜지지 않는다. < SNL 코리아 시즌9 > 마지막회 '크루쇼'로 펼쳐진 방송에서 크루들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 아쉬운 마음은 카메라 뒤에 선 피디나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소 세 시즌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들이라 그 감회가 더 남다르다. < SNL 코리아 시즌9 > 마지막회를 끝내고 난 피디들의 감상은 "한 마디로 시원섭섭하다"는 것이었다. < SNL 코리아 시즌9 >을 연출한 권성욱 피디(시즌5~9)와 백승룡 피디(시즌2~4)를 지난 20일 상암동 CJ E&M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다.

< SNL 코리아 시즌9 > 뒤풀이 자리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고 한 이들은 "거의 가족처럼 매일 보다가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허전하고 아쉽다"(백승룡)며 '시즌 종료' 소감을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크루? 신동엽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9>의 권성욱 PD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tvN 예능프로그램 의 권성욱 PD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SNL 코리아 >를 연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크루를 물으니 두 피디에게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신동엽'이 나왔다. 시즌3부터 < SNL 코리아 >에 합류한 신동엽은 그 자체로 < SNL 코리아 >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다.

백승룡 피디는 처음 신동엽과 함께 야외 촬영 간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대선배와 함께지 않나. 설렘과 걱정을 갖고 야외촬영에 나갔는데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신동엽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 SNL 코리아 >가 있었을까? 코미디(프로그램)를 할 수 있는 피디로서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며 "언젠가부터 뭐가 잘 안 풀리면 신동엽 선배님을 괜히 쳐다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동엽이형은 인생이 그냥 코미디 아냐? (웃음) 가끔 대본리딩을 하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그 에피소드를 방송에 많이 넣었다. 주변에 코미디 소재가 되게 많은 것 같다. 어찌 보면 행복한 사람인 것 같고. 어쩔 때는 계속 대본리딩을 해야 하는데 (신동엽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잠시 대본리딩하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콩트에 있어서는 베테랑이고 정말 많이 배운다. < SNL 코리아 >의 큰형님 같은 존재다."(권성욱)

이어 권성욱 피디는 코미디언 '강유미'를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유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유미는 크루도 했지만 작가 역할도 동시에 했다. 유미는 글도 되게 잘 쓴다. 작가로서 맡겨 놓으면 재밌게 써와서 많이 시켰다. 8시에 야외촬영에 가겠다고 한 날에도 새벽 5시 30분이나 6시쯤 대본을 완성해 올려두고 8시에 야외촬영을 다녀온다. 그리고 오후에 하는 회의에도 들어온다. '오지마 쉬어'라고 말해도 '아니에요 그래도 가야죠' 하면서 온다. 유미가 뒤풀이 때 많이 힘들었다고 정말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다고 하더라." (웃음)

"코미디와 풍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tvN < SNL 코리아 > 관련 사진

tvN < SNL 코리아 > 관련 사진 ⓒ tvN


초기 장진 감독이 < SNL 코리아 >의 정체성은 '정치 풍자'라고 했을 만큼 < SNL >은 '정치 풍자'를 강조한 프로그램 중에 하나였다. 마지막회에 '여의도 텔레토비'가 다시 돌아온 것도 그리고 최순실과 박근혜의 패러디가 다시 모습을 보인 것도 '정치 풍자'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권성욱 피디는 "코미디에 풍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지만 "'까야겠다'고 마음 먹고 접근한 적은 없고 풍자 또한 재밌는 캐릭터 소재 발굴의 연장선상이다"라고 밝혔다. 권 피디는 "나도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 "작년 연말에 여러 일이 터지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래서 이후 '미우프'(미운우리 프로듀스101)라는 코너를 만들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재밌는 소재를 찾으려다 보니 그 중 하나가 '정치 풍자'였다는 것.

< SNL 코리아 시즌9 >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코너 '미우프'는 대통령 선거에 발맞춰 코너를 짜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시청자가 뽑는 <프로듀스101>의 '국민 프로듀서'와 대선이 미묘하게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한창 대선 관련 기획을 시작했을 때 <프로듀스101> 티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프로듀스101>이 매 회 연습생의 순위를 정하지 않나. 대선도 여론조사를 통해 순위를 정하고.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지." (웃음)

시즌10은 "아직"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9>의 권성욱 PD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 이정민


시즌10에 대한 기약 없이 '시즌 종료'를 선언한 < SNL 코리아 >인지라 시즌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뜬소문이 무성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피디들은 < SNL 코리아 >를 이어갈 경우 오래 잡고 가는 것보다 시즌제로 짧게 '끊으면서' 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미국은 비록 한국과 시스템이 다를지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 SNL 코리아 시즌9 >만 해도 33주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다.

 tvN < SNL 코리아 > 관련 사진

tvN < SNL 코리아 > 관련 사진 ⓒ tvN


그 와중에 한 번 회식을 하면 "해가 뜨는 걸 보고 집에 간다"는 이들은 회식 자리를 '아이디어 회의'로 활용한다.

"(회식은) 단순히 녹화 끝났다고 노는 자리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자리다. 회식 자리에서 정해지는 캐릭터나 코너가 굉장히 많다."(권성욱)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다 보니 크루들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크다.

"우리가 '할 수 있겠어?'라고 물어본다든지 '나 그 패러디 요즘 연습하고 있어'라고 말을 먼저 걸어온다든가. 다들 웃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그들 안에 무언가가 있을 때 딱 잡아서 끄집어내주고... 어떻게 보면 그게 피디나 작가들의 역할인 거고 그렇게 해서 캐릭터를 살려주는 게 크루들의 역할인 거고."(권성욱)

< SNL 코리아 >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양꼬치 앤 칭따오'도 회식 자리에서 정해졌다고 한다.

< SNL 코리아 >는 피디들 사이에서도 한 번쯤 하고 싶어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게 권성욱과 백승룡 피디의 전언. 드라마면 드라마, 콩트면 콩트, 패러디면 패러디까지 "모든 것이 버라이어티한 프로그램"(권성욱)이라는 것. 피디 본인이 생각한 걸 짧게 한 코너에 압축적으로 넣을 수 있다는 건 < SNL >의 큰 장점이다.

"< SNL 코리아 >는 내게 여자친구라고 해야 하나? 매주 설레고 기대되고 그 다음 방송 날짜가 기다려지고 같이 있으면 재밌고. '오늘은 또 어떻게 웃길까' 그런 기대감이 있다."(권성욱)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9>의 권성욱 PD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PD ⓒ 이정민


권성욱 피디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걸 꼭 인터뷰에 넣어달라"며 거듭 부탁을 했다.

"카메라 뒤에서 고생을 하는 스태프들이 많다. 밤을 새가면서 33주를 달려왔고 야외에서 촬영하는 스태프들도 너무 고생을 한다. 워낙 베테랑들이어서 생방송을 할 때도 방송사고가 거의 없었다. 그런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 뒤풀이를 하면서 거의 다 오셔서 피디들도 챙겨주고 하셨다. 아쉬운 건 같이 일하지 못해서다. 33주 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당분간 쉬어야 한다는 것? 빠르면 몇 달 안에 돌아올 수도 있는데 (웃음) 그때 또 같이 열심히 해야지. 피 튀기면서 치열하게."

SNL 코리아 시즌9 권성욱 백승룡 정치 풍자 신동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