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시장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의 간판 포수이자 FA 최대어 강민호가 데뷔 이후 줄곧 뛰어왔던 롯데를 떠나게 된 것이다.

21일 강민호는 삼성 라이온즈와 4년 8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4년 전 첫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을 때도 포수 최대어로 꼽혔던 강민호는 롯데와 4년 7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는 5억 원 상승한 가격으로 삼성과 FA 계약을 체결한 것. 계약금 40억 원에 연봉 10억 원 씩 총 80억 원이다.

강민호는 그 동안 정들었던 롯데와 부산을 떠나게 됐다. 2004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17순번으로 롯데에 지명된 이래 13년 동안 롯데의 간판 포수로 뛰었던 강민호이기에, 그의 이적은 롯데 팬뿐만 아니라 타팀 팬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전한 기량, 2번째 FA 계약 체결한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

2004년 프로 데뷔한 강민호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KBO리그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롯데의 주전 포수였던 최기문(현 NC 다이노스 배터리코치)이 병역 문제로 전력을 이탈하며 강민호는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다. 2006년 최기문의 부상 이후 주전으로 자리 잡은 강민호는 이대호와 함께 '롯데의 상징'이었던 선수다.

포수는 경기 중 수비 내내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어야 해서 체력 소모도 가장 많고 부상 위험도 크다. 포수 포지션의 수명이 짧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민호는 타격에 있어서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목 받았다.

강민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4강전에서 김광현(SK 와이번스), 결승전에서는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호흡을 맞추며 승률 100% 금메달을 이끌어냈다.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심판에게 볼 판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더그아웃을 향해 분노의 미트 던지기를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였다.

또한 강민호는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이 10시즌이나 되며(현재 8시즌 연속 진행), 2015년에는 35홈런 시즌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2013년에는 도루 저지율 0.381을 기록하는 등 포수로서의 뛰어난 수비 능력까지 입증했다.

이만수(라오 J 브라더스 구단주), 김동수(LG 트윈스 스카우트 총괄), 박경완(SK 와이번스 배터리코치) 등 KBO리그 역대급 포수의 계보를 잇는 강민호는 현재도 한국 야구 포수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롯데 소속으로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갖고 있으나 이 기록은 향후 국내로 돌아온 이대호가 선수 생활을 얼마나 이어 가느냐에 따라 깨질 가능성이 생겼다.

또한 강민호는 그랜드 슬램(만루홈런) 통산 10개로 KBO리그 역대 공동 4위다(1위 이범호 17개, 2위 심정수 12개, 3위 박재홍 11개). 현재 공동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이승엽과 이호준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고, 가시권에 있는 2위와 3위도 은퇴 선수 기록이기 때문에 강민호는 현역 생활을 이어나갈 경우 그랜드 슬램 역대 2위까지 노려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강민호는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내구성이 장점이었다. 2009년만 부상으로 다소 많은 경기를 결장했고, 나머지 시즌은 모두 풀 타임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다만 롯데에 백업 포수 전력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총 1495경기 출전).

 지난 8월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2 회초 1사 상황에서 롯데 강민호가 타격하고 있다. 강민호는 4회초 솔로 홈런으로 추가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2 회초 1사 상황에서 롯데 강민호가 타격하고 있다. 강민호는 4회초 솔로 홈런으로 추가점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강민호까지 떠나다니, 내부 FA만 10명째 놓친 롯데

이제 강민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 "롯데의 강민호~" 응원가는 들을 수 없게 됐다. 21일 강민호와 원 소속구단 롯데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삼성과의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의 최종 제시 조건은 삼성과 같은 4년 80억 원이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강민호와 그의 에이전트를 수차례 만나면서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된 협상 결과에 충격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부분 제시 조건이 비슷하면 익숙한 원소속 팀과 재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롯데와 삼성은 같은 80억 원을 제시했고, 강민호는 삼성을 택했다. 그러나 같은 80억 원이라도 롯데와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FA 보상선수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를 영입한 삼성은 이전 소속 팀이었던 롯데에 강민호의 2017년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보상 선수 없이 연봉 300%로 대체할 수도 있다. 보상금액까지 감안하면 삼성은 강민호를 영입하기 위해 사실상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푼 것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삼성의 영입 의지를 확인한 강민호는 일사천리로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강민호는 고심 끝에 삼성과의 계약을 최종 결정했다.

롯데는 KBO 최초로 내부 FA 선수를 10명째 잡지 못한 팀이 됐다.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가 9명씩 기록했지만 롯데는 이번 겨울에만 원소속 FA 선수 2명을 놓쳤다.

2002년 김민재가 SK로 이적한 이후 10년 동안은 내부 유출이 없었다. 그러나 2012년 겨울부터 선수들이 하나둘 롯데를 떠났다. 투수 임경완이 SK로, 2013년에는 외야수 김주찬, 포수 출신 지명타자 홍성흔이 각각 KIA와 두산(홍성흔은 친정 복귀)으로 이적했다. 특히 김주찬의 공백은 김문호가 자리 잡을 때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2014년 겨울 CCTV 사찰 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가운데 롯데는 그 해 겨울에만 내부 FA 3명을 놓쳤다. 장원준(두산), 김사율과 박기혁(이상 kt 위즈) 등 3명이나 팀을 이적했다. 게다가 장원준에게는 당시 선발투수 최고액이었던 4년 88억 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도 계약에 실패했다. 장원준은 84억 원에 두산으로 이적했다.

이후 베테랑 투수 심수창도 한화로 이적했고, 올 겨울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황재균마저 롯데가 아닌 kt와 계약했다. 황재균의 경우 수도권 구단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강민호의 이적 소식은 황재균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당장 강민호의 존재감을 완벽히 채울 수 있는 백업 포수가 없다. 일단 롯데는 김준태(상무), 나종덕 등 젊은 포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전 포수를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신분 조회 요청이 들어온 손아섭마저 놓친다면 롯데의 출혈은 더 클지도 모른다.

리빌딩 돌입한 삼성, 이승엽 뒤 이을 베테랑이 필요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 시리즈 챔피언과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2015년 한국 시리즈 1차전 승리 후 4연패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9위에 머무른 삼성은 2016년 겨울 류중일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김한수 감독 체제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 삼성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기약 없는 리빌딩에 들어간 상태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2016년을 끝으로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선수단에서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 선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가 됐다.

같은 해 은퇴했던 이호준은 마지막 시즌,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활약하면서 선수들 뒤에서 조언을 하는 선배로서의 역할이 강했다. NC 다이노스가 선수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환경이었기에 이호준은 후배들에게 새 길을 터 주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달랐다. 이승엽은 마지막 FA 계약 때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못 박으면서 은퇴 시점까지 정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승엽의 빈 자리를 대신해 선수단의 중심 역할을 해줄 선수를 마땅히 키워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엽은 2016년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선발 출전해 마지막 날까지 홈런을 추가한 채로 은퇴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삼성은 이승엽의 빈 자리를 채울 만큼의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자원을 확실히 구하지 못했고, 외야수 최형우도 1년 전 4년 100억 원 계약을 맺고 KIA 타이거즈로 떠났다.

이 때문에 삼성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줄 베테랑 선수로 강민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포지션의 중요도, 경험, 실력, 내구성에서 모두 뛰어난 강민호는 이러한 삼성에서 베테랑으로서 역할이 추가된 셈이다. 게다가 만32세가 된 강민호도 이제 어느 정도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삼성은 이지영, 권정웅, 나원탁 등 3명의 포수가 강민호의 체력 안배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다.

FA 제도는 베테랑 선수들의 권리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KBO리그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선수는 9년, 대학 출신 선수는 8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우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으며 권리를 한 차례 행사하면 이후 4년이 지나야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외부 선수 영입은 2명으로 제한되며, 내부 재계약에는 제한이 없다.

다만 선수들의 협상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A급 선수들 이외에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보상선수 문제가 크다보니 이적보다는 재계약이 많은 편이다. 다만 이번 강민호의 계약에 관해서는 롯데 구단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팬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결국 강민호의 이적은 FA 제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향후 생각해보아야 할 숙제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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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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