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공모에 도전장을 낸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MBC 사장 공모에 도전장을 낸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 임흥식 제공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이 21일 <오마이뉴스>에 MBC 사장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MBC 새 사장을 뽑는 공모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최승호 전 MBC PD에 이은 세 번째 출마 선언이다. 

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1984년 MBC 기자로 입사해 홍콩 특파원, 사회부장, <시사매거진 2580> 부장 등을 거쳐 MBC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정년퇴직했으며, 성신여대, 수원대, 동양대, 프론티어저널리즘스쿨 등에서 예비 언론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임 전 논설위원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언론을 다른 시각에서 지켜보다 보니 기자로 일할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였다.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것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출마 결심 이유를 말했다.

"요즘 '확증 편향의 시대'라고들 하잖아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시대라고요. 이런 시대에 MBC 같은 공영방송은 진실을 알려줄 수 있는 신뢰도 있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공영방송을 만들어 보자, 이게 제 포부입니다." 

임 전 논설위원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이고, 후배들이 아파할 때 가까운 후배들을 만나 이야기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 앞에 나선다는 것이 너무 염치없는 것 아닌가 싶어서다.

"지금 사장 후보로 나선 분들, 거론된 분들,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누가 되든, 무너지고 황폐해진 MBC를 다시 세우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접근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죠. '어떻게' 다시 MBC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이번 사장 공모는 전보다 투명하게 진행되잖아요. 여러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발전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2010년 5월,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보직자 기명 성명에 참여했다가 보복성 인사를 당했고, 2012년 파업 당시 표준FM 간판 뉴스프로그램 <2시의 취재현장>을 진행하다 파업에 동참했다. 보직자였던 데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해도 후배들에게 지탄 받을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임 전 논설위원은 파업 때마다 회사보다 후배들의 편에 서서, 후배들의 공정방송 투쟁에 힘을 보탰다.

"사실 후배들이 당한 불이익에 비하면, 저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입장이죠. 퇴직 얼마 안 남은 뒷방 노인네라 그랬는지, 제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고요. 

다만 학생들에게 지난 시간 MBC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보수-진보의 대립도, 좌우 갈등도 아니에요. 상식과 몰상식, 옳고 그름, 나아가 선악의 문제죠. 이건 어떤 이들이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욕심, 한 단계라도 발돋움하고 싶다는 욕심을 '이념 문제'로 포장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입니다." 

"'청산'보다 '잘못된 것 바로잡는다'가 더 적합"

임흥식 전 논설위원은 퇴직 후 MBC를 생각하면 늘 "갑갑하고 암울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승리가 담보된 싸움'이라는 생각에, 격려하는 마음과 감사함, 뿌듯함을 느끼며 지켜봤다고 했다.

"MBC 구성원들이 촛불 시민들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아요. 촛불 시민들 덕분에 MBC는 다시 일어날 기회를 얻었어요. 큰 지지와 응원으로 후배들의 뒷배도 되어주셨죠. 또, 후배들은 지난 상처를 딛고 다시 용기를 내 싸웠어요. 예상보다 파업이 길어져서 후배들 걱정도 되고, 초조한 마음도 들었지만 끝이 있는 싸움이구나, 승리로 가는 싸움이구나 싶었어요. 공식 행사에 나타날 위치도 입장도 아니라 개별적으로 후배들을 격려하는 정도였지만요."  

지금 MBC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적폐 청산부터, 시용·경력 기자들과 이번 파업 참여 언론인들 간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저는 '청산'이라는 표현보다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아요. 우선 MBC의 암흑기에 있었던 많을 일들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겠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았잖아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규명하고, 그때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을 조사해야죠.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받도록 할 겁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내부자 결속도 더 단단해질 거라 생각해요.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도 '이전의 일은 없는 것으로 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건 자기가 쓴 기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기사는 기자의 판단과 책임 아래 나오는 건데, 누가 시켜서 했다고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응당한 대가를 받게 해야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사장 공모 서류 제출할 때 이런 내용에 대한 플랜도 짜서 내야 하거든요. 지금은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0일 사장 공모 접수를 시작했다. 오는 27일까지 공모자 본인이나 대리인은 방문진에 지원서와 MBC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방문진 이사들은 이들의 서류를 검토해 3배수로 압축한다. 최종 후보자 3인은 12월 1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정책설명회에서 MBC 경영 계획과 재건 청사진 등을 발표해야 한다. 정책설명회는 공개로 진행되며, MBC 홈페이지(www.imbc.c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다.

임흥식 M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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