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 4기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달 8~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컵'에 나설 대표팀 명단 24명을 발표했다.

유럽파가 합류할 수 없는 상태지만, 최정예에 가깝다. 기성용과 손흥민을 제외하면, 핵심이라 칭할 수 있는 유럽파가 없기 때문이다. 구자철과 지동원, 이청용, 박주호 등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표팀 합류도 불투명한 현실에 처해있다. K리그를 비롯해 J리그, 중국 슈퍼리그 등 아시아 무대를 누비는 핵심 선수들이 합류한 신태용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직력 다지기에 나선 수비

골키퍼 포지션에는 11월 A매치와 변화가 없다. J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승규와 김진현이 대표팀에 승선했고, 지난 14일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가 합류했다. 다만, 조현우와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양한빈과 신화용은 이번에도 대표팀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삼켰다.

수비에는 큰(?) 변화가 있다. 신태용호 출범 이후 꾸준하게 후방을 책임진 김영권이 제외됐고, 윤영선이 깜짝 발탁됐다. 윤영선은 신태용 감독이 성남 FC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프로에 데뷔했고, 핵심 선수로 발돋움한 경험이 있다. 올 시즌에는 상주 상무 소속으로 1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신태용 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것에 기대를 건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김민재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민재는 지난달 일본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하고 있고, 실전에 나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엔트리를 하나 더 늘리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그를 합류시켰다. "대표팀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는 차원이다"라는 말에서 김민재가 신태용호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A매치에서 생애 첫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지만, 데뷔전은 치르지 못했던 정승현도 합류했다. 다만, 주전급으로 성장한 권경원과 신태용호 수비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현수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왼쪽 수비에는 김진수와 김민우, 우측에는 최철순과 고요한이 합류하면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에 선정된 오반석과 김민재 못지않았던 '괴물 신인' 황현수의 탈락은 아쉽다. 오반석은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했고, 공중볼 장악력과 수비 조율 능력까지 뽐냈다. 지난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의 약점이었던 수비가(38경기 57실점)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을 다투는 안정감(38경기 37실점)을 갖췄던 데는 오반석의 맹활약이 지대했다.

황현수도 마찬가지다. 황현수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며, 소속팀 FC 서울의 반등에 앞장섰다. 시즌 초반 선발로 활약했던 곽태휘가 벤치로 밀려났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둘 모두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는 데는 실패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됐다.

기대를 모으는 미드필더진

윤일록과 김성준의 발탁이 눈에 들어온다. 윤일록은 올 시즌 서울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35경기에 나서 5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소속팀 성적과 도움왕 타이틀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섀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대표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성준은 윤영선과 마찬가지로 신태용 감독의 지휘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2012시즌 성남 FC 소속으로 37경기에 나서 3골 5도움을 기록하는 등 중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었다. 올 시즌에는 상주 소속으로 19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하며,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는 데 성공했다.

군 입대(아산 무궁화)로 인해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했던 주세종과 이명주도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11월 A매치에는 출전 시간이 적었던 만큼,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겠다는 각오다. 이명주는 스플릿 라운드에서만 2골을 터뜨리는 등 물오른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주세종도 좋은 몸 상태를 보여 기대된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 이재성이 동아시안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정우영과 이창민, 염기훈 등도 신태용호에 재차 승선했다. 특히, 11월 A매치에서 최고의 모습을 선보인 이근호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합류하면서, 측면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도움왕을 거머쥔 손준호의 탈락은 아쉽다. 손준호는 넓은 시야와 예리한 킥, 풍부한 활동량 등을 자랑하며, 올 시즌 35경기 출전 4골 14도움을 올렸다.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성장했지만,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형 스트라이커를 찾는 것인가

공격진은 수비나 미드필더진과 비교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우선, 11월 A매치에서 또다시 한계를 맛본 이정협이 재신임을 받았다.

이정협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26경기에 나서 10골 3도움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인해 초반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 아쉬웠지만,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부산의 승격과 FA컵 우승까지 이끈다면, 최고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정협의 주 무대는 클래식이 아닌 챌린지였다. 이정협은 지난 시즌 클래식 무대에서 30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쳤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곳에서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11월 A매치에서도 아쉬움만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던가.

진성욱의 깜짝 발탁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진성욱은 최전방 공격수지만, 득점력이 저조하다. 2012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래로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 성공한 적이 없다. 2014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6경기에 나서 6골을 기록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에도 29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하며, 최전방 공격수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조나탄과 득점왕 경쟁을 벌인 양동현과 주민규의 탈락이 아쉬운 이유다. 양동현은 올 시즌 36경기에 나서 19골을 뽑아냈다. 그를 중심으로 하는 전술이 빛을 발했다고 해도 득점력은 확실했다. 주민규도 32경기에 나서 17골 6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클래식 무대가 처음이라 믿어지지 않는 맹활약이었다.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데도 능했던 만큼, 동아시안컵 명단에 합류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김신욱의 복귀는 예상대로다. 김신욱은 소속팀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냈지만,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는 성공했다.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두 자릿수 득점 달성만 여섯 번째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차례나 거머쥐었고, 대표팀 경험도 풍부하다. K리그에서만큼은 최고의 공격수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기대도 되고, 우려스럽기도 한 신태용호 4기. 대표팀이 동아시안컵을 통해 11월 A매치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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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신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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