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동아시안컵을 대비한 신태용호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동아시안컵 우승과 대표팀 조직력 향상을 위해 조기소집을 발표한만큼 명단에 오를 이름들이 주목되었다. 그리고 발표된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간 대표팀의 수비를 맡아왔던 중국리그 선수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점이다. 도전과 기량 향상을 외치며 중국으로 떠난 선수들은 왜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김영권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중국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수비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김영권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축선수로 주목을 받았던 김영권은 2012년부터 광저우 헝다로 이적해 뛰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만 5년을 보낸 대표적인 중국리그의 한국인 선수다.

그래서였을까. 김영권은 지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시리아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중국화 논란'에 대해 "중국화가 답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말을 했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로 대표팀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논란에 대한 답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영권은 이란전과 시리아전에 출전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대표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신중하지 못한 인터뷰로 논란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중국화가 답이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이어진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중국리그 출신 선수는 김영권이 아닌 권경원이 더 좋은 활약을 보였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정우영과 김영권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정우영과 김영권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이번 동아시안컵 명단에서 김영권은 24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도 기회를 받았던 김영권이지만 결과물은 처참했다. 출전 경기마다 고전을 면하지 못했고, 김영권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김영권의 예비명단행은 이번에 포함된 수비수들을 보면 당연해 보일 정도다. 안타깝지만 김영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우연의 일치처럼 같은 날, 한 중국언론은 김영권의 그리스행 이적 소문을 기사로 내보냈다.

'중국화 논란'의 본질은 경기력이다

'중국화 논란'이 앞서 벌어진 시점은 슈틸리케 감독 시절이다. 최종예선이 거듭될수록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은 나빠졌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수비였다. 조직력이 없어짐은 물론이고,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실제로 중국리그에 진출해 있는 한국 선수들 중 대다수가 수비수다. 김영권을 비롯해 홍정호, 김기희, 권경원, 김주영 등 중앙수비수 자원이 가장 많다. 이들은 번갈아 대표팀에 소집되었고,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았던 김영권과 홍정호는 매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결국 경기력이다. 201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런던 올림픽에서도 이 둘은 발을 맞췄다. 당시 단일팀으로 출전한 영국과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한 이들의 호흡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5년 뒤 이 둘은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놓았다. 기본기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둘은 공교롭게도 나란히 중국에서 뛰고 있는 중이었다.

 28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홈경기에서 홍정호가 선취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홈경기에서 홍정호가 선취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중국에서 뛴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기량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올해 여름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해 활약하고 있는 파울리뉴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자신의 기량을 되찾은 경우다. 권경원 역시 전북을 떠나 중동을 거쳐 중국에 온 뒤 경기력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결국 본질은 경기력이다. 김영권과 홍정호 등을 비롯한 슈틸리케호의 중국리그 선수들에게 쏟아진 논란은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다면 지켜보는 이들이 의심을 할 이유가 없다. '중국화 논란'의 시작점과 마무리 모두 경기력이었고, 이에 대한 해답도 경기력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화는 적절한 방향이 아니었다

김영권의 입에서 시작된 "중국화가 답"이라는 발언은 결국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김영권의 발언은 '중국화'가 아닌 '경기력'이 답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정작 중국화 이야기를 꺼낸 김영권은 대표팀에서 밀려났고, 그 자리에는 김민재, 권경원과 같은 실력파들이 들어섰다.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중국화 논란'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권경원과 정우영 단 두 명만이 중국에서 뛰고 있고, 이들 역시 대표팀에서 명확한 주전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화 논란'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중국리거들의 대표팀 명단 제외가 아니다. 대표팀 명단을 구성함에 있어 무조건적인 기회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화 논란'뿐만 아니라 경기에 뛰지 못하는 해외파 선수들을 중용함에 있어 "기존의 전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들이다"라는 변명을 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결국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경기력이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한 사례다.

중국화가 '오답'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더 이상 경기력이 뛰어난 한국선수들이 중국에서 뛰고 있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중국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동아시안컵 명단은 이를 증명했다. 김영권의 명단제외는 '중국화 논란'의 끝이자 새로운 대표팀의 시작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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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동아시안컵 김영권 홍정호 중국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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