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상하이 광밍유베이)

김연경 선수(상하이 광밍유베이) ⓒ 인스포코리아


김연경(30세·192cm)은 지난 5월 터키 리그를 떠나 중국 리그의 상하이 광밍유베이 팀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단숨에 중국 리그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상하이는 2017~2018시즌 중국 여자배구 리그에서 21일 현재 6전 전승(승점 17점)을 달리고 있다. 1라운드 조별 리그 B조 7개 팀 중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했던 상하이가 올 시즌은 우승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김연경 영입 효과 때문이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단순히 공격 결정력만 높은 게 아니라,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력도 뛰어나다. 서브까지 강하고 까다롭다. 기존 선수들과 친화력은 물론, 경기를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최고다. 이런 선수는 어느 리그를 가든, 팀 전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 김연경이 중국 리그로 옮긴 이유에 대해 언론에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자주 언급한 부분은 '체력 관리'와 '국가대표 일정 맞추기'였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중국 여자배구가 왜 세계 최강인지를 몸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김연경은 지난 9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톱 수준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며 "중국 리그에서 직접 뛰면서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리그만 잘 살펴봐도 왜 중국 여자배구가 세계 최강인지 금방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경기를 뛰면서 목격하고 있으니 두말할 것도 없다.

화수분 같은 '20대 초반-190대 장신' 유망주

중국 리그의 팀별 선수 구성과 경기력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장신과 젊음'이다.

우선 중국 선수 중에 190cm대 장신들이 넘쳐난다. 185cm~189cm대 선수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다.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다. 파워와 스피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도 좋다.

한국 V리그는 전체를 통틀어 190cm 이상 선수가 단 2명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의 양효진(29세)과 김세영(37세)만 190cm다. 185cm~189cm 선수도 전체 10명뿐이다.

중국 리그는 14개 팀 중 12개 팀이 190cm 이상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 선전은 등록 선수 19명 중 무려 8명이 190cm 이상이다. 그 중 중국 국가대표 최장신 주전 센터인 위안신웨(22세)가 201cm이고, 가오이(20세)도 193cm다. 기량이 뛰어난 데다 나이도 어리다.

장쑤, 허난도 190cm 이상의 선수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 저장, 톈진, 광둥도 190cm 이상 선수가 3명이다.

중국 여자배구에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것은 13억 인구의 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국 여자배구의 '세계 최강 선전'을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의 다른 단체 구기 종목도 다 세계 최강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중국 여자배구는 쏟아져 나오는 어린 유망주들을 중국 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적극 육성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14세 프로 선수, 17세 주 공격수... '젊은 세계 최강'

 김연경,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경기 모습

김연경,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경기 모습 ⓒ 인스포코리아


어린 선수가 주 공격수 또는 주전으로 활약하는 팀이 많다는 점도 한국 V리그와 크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중국 리그는 현재 만 14세~17세(2003년~2000년생)의 선수가 19명이나 등록돼 있다. 만 20세(1997년생) 이하의 선수는 '넘치도록' 많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팀들도 있다. 허베이는 등록 선수 17명 전원이 만 15세~21세에 불과하다. 팀 최고령 선수가 21세인 것이다. 허난도 최고령 선수가 24세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인 장쑤도 전체 20명 중 절반인 10명이 18세~20세에 불과하다. 산둥도 장쑤와 똑같다. 윈난대학도 절반이 15세~20세다.

나이만 어린 게 아니다. 현재 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는 선수들도 많다. 톈진의 주 공격수이자 주 득점원은 만 17세의 장신 유망주인 리잉잉(192cm)이다. 지난 18일 펼쳐진 상하이-톈진 빅매치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득점을 올렸다. 혼자서 '몰빵 배구'를 한 것이다. 향후 주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중국 국가대표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쑤의 궁샹위(186cm), 텐진의 왕위안위안(195cm), 산둥의 양한위(192cm), 상하이의 장위쳰(183cm) 등 만 18세~20세에 불과한 주전 선수가 적지 않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해서 팀을 운영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세계 톱급이나 정상급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면, 세계 최강인 중국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실력과 경쟁력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중국 리그는 14개 팀 중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곳이 상하이, 베이징, 광둥, 윈난대학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팀 중 현재 상하이만 6전 전승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이징, 광둥, 원난대학은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 온다. 자국 선수들이 리그에서 경기를 뛸 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중국 여자배구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부러움보다 개선을'... 한국 배구에게 주는 교훈

여자배구 리그 수준만 놓고 보면, 중국 리그가 아직 세계 최고는 아니다. 터키, 러시아, 이탈리아, 브라질 리그 등이 세계 정상급 리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리그가 이들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리그 규모와 적극적인 투자 등 최근 흐름으로 보면, 향후 중국 리그가 추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중국 리그는 중국 여자배구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배구가 중국에게 시급히 배우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이 어린 장신 유망주'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조기에 실전 경기에 투입하면서 육성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 배구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핵심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국 배구도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어린 장신 유망주 몇 명은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해서 교체 멤버로라도 경기에 투입해야 한다. 프로 무대인 V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실력이 모자라도 자주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게 하고, 좀 더 나은 시스템에서 체계적인 체력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장신 유망주가 근본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그나마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올해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출전 엔트리 12명의 평균 연령은 한국 나이로 28.4세였다. 가장 어린 선수가 올해 프로 7년 차의 25세였다.

1~3그룹까지 총 32개 출전국 중에서 출전 엔트리 최연소 선수가 25세나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선수 구성을 한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가 16세~20세 이하 선수 일부를 성인 국가대표팀에 포함시켜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해주었다.

김연경의 중국 리그 경험은 한국 배구의 미래에 분명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경험을 담아낼 그릇이 국내에 존재하는지 아직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김연경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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