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24일부터 미국에서 개막하는 그랑프리 6차 대회 출전을 포기한 최다빈 선수

부상으로 24일부터 미국에서 개막하는 그랑프리 6차 대회 출전을 포기한 최다빈 선수 ⓒ 대한빙상연맹


빙상연맹이 무리하게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대표 선발전 일정을 짰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1일 피겨 국가대표 최다빈(18·수리고)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최다빈이 부상과 평창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을 준비하기 위해 그랑프리 6차 대회에 기권했다"고 밝혔다. 차준환 측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주 그랑프리 6차 대회 출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올 시즌은 그야말로 '수난의 연속'이다. '맏언니' 박소연(21·단국대)을 비롯해,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최다빈(18·수리고), 남자피겨 샛별 차준환(16·휘문고) 등이 모두 부상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출전을 포기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부상이다. 박소연은 지난 1년여 사이에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4차 대회에 참가했다. 1년만에 복귀한 것이지만, 앞서 2주 전 수술을 한 터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그랑프리 6차 대회 1주일 뒤 열리는 평창 선발전

부상에 부츠문제까지 겹친 최다빈과 차준환의 앞길은 더 험난하다. 두 선수는 비시즌부터 줄곧 맞지 않는 부츠문제와 부상에 시달려왔다. 어느덧 평창 올림픽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 국내대회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최다빈과 차준환이 직격탄을 맞았다. 내달 1일부터 목동 아이스링크에서는 국내 랭킹대회 겸 피겨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이 대회가 두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었던 그랑프리 6차 대회가 끝나자마자 불과 1주일 만에 열린다는 점이다.

그랑프리 6차 대회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즉, 두 선수는 미국에서 경기를 치른 후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다. 두 선수는 결국 그랑프리를 포기하기로 했다. 꿈의 무대인 평창을 위해 부득이하게 A급 대회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박소연과 지난시즌 그랑프리에 출전한 바 있는 김나현(18·과천고)도 마찬가지다. 박소연은 지난달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부상 때문에 포기했고, 김나현 역시 발목 부상으로 캐나다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2차 대회를 기권했다. 회수를 세어보면, 이번 시즌 그랑프리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권을 선택한 것은 무려 네 차례나 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홈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시즌에 열리는 것이라 더욱 안타깝다.

빙상연맹은 2018 평창 올림픽 대표를 선발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올림픽 대표를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고 결국 A급 대회인 그랑프리마저 여러 차례 기권하게 되자, '연맹의 선발 방식이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니어 선수들의 경우 대개 10월 말에 시즌이 시작된다. 하지만 올 시즌 한국 시니어 선수들은 이보다 훨씬 빠른 7월말부터 시즌을 시작했다. 평창 올림픽 대표 1차 선발전이 7월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선발전에 참가한 상당수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 선수들 대부분이 그랑프리 출전이 예정돼 있었고, 한국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 타격이 더욱 컸다.

세 차례나 선발전 치르는 빙상연맹, 의도는 알지만...

 부상으로 최다빈과 함꼐 그랑프리 6차대회 출전을 포기한 차준환 선수

부상으로 최다빈과 함꼐 그랑프리 6차대회 출전을 포기한 차준환 선수 ⓒ 대한빙상연맹


그랑프리 대회는 국제빙상연맹(ISU)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12위 이내에 들거나 시즌 베스트 24위 이내에 들어야만 초청이 가능한 A급 대회다. 그만큼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결과에 상관 없이 초청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피겨여왕' 김연아(27)가 등장하기 이전 만해도 한국 선수들이 그랑프리에 초청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연아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후, 이 대회에 지속적으로 출전했고, 그가 은퇴한 이후에는 김연아 키즈들이 꾸준히 초청을 받고 있다. 아직 피겨 걸음마 단계인 한국 피겨의 입장에서는 그랑프리 초청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빙상연맹이 세 차례나 선발전을 치른 데는 그만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동계올림픽이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선발하겠다는 의도였다. 연맹의 이런 취지는 좋지만 유연하지 못한 자세가 문제로 지적된다. 연맹 측이 국제대회와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 1, 2차 선발전의 시기를 조정하거나 선발전 회수를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연맹측이 시니어 그랑프리를 비롯해 주요 A급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선발전 참가 면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또는 피겨 강국들처럼, 국내 내셔널 대회(종합선수권)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성적을 합산해 선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택할 경우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국내 연맹의 선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제 80일여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아직도 부상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 시기에는 국제대회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최종 점검을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지만, 아직 몸 상태조차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이 많아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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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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