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포스터.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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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마블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와 흥행 성적을 하루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마음 급한 DC의 처지도 모르는지,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출발부터 숱한 내홍을 겪어야만 했다. 그 시작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를 제작하던 중 가졌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슈퍼맨과 배트맨은 마블의 '블라블라 맨'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식의 표현을 해버린 것이다. 이 발언으로 인해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찰나, 개봉한 영화는 2주 차 만에 흥행이 엄청나게 폭락한다. 처음에는 마블 팬들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는, 이로 인해 DC 측과의 관계에서도 그리 행복할 수 없었다. <저스티스 리그>의 촬영 감독이 함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래리퐁에서 파비안 바그너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물론 직접적인 사유는 알 수 없으나 정황상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래리퐁 촬영 감독은 < 300 >(2006)을 시작으로 <왓치맨>(2009) <써커 펀치>(2011)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까지 함께했던 사람이니 갑자기 교체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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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가 잭 스나이더 감독을 버리기는 쉽지 않았다. 마블이 성공하는 데 있어 케빈 파이기와 죠스 웨던 감독, 루소 형제의 존재가 큰 기둥이 되었던 것처럼, DC 측에도 시리즈를 떠받칠 스타 감독이 필요했기 때문. 가뜩이나 <배트맨> 시리즈를 연출까지 도맡겠다던 벤 에플렉이 연기에만 전념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시점이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예상만큼 큰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던 2017년 5월, 잭 스나이더 감독은 촬영이 한창이던 가운데 <저스티스 리그> 작품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내놓는다. 20살밖에 되지 않았던 친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작업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는 3월경 딸의 비보를 전해 들었지만, 어떻게든 작품을 이어가려고 버티다 못한 결정이었다고 알려졌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DC의 선택은 죠스 웨던 감독이었다. 마블 히어로 시리즈의 기둥이자 <어벤져스>(2012) 시리즈의 장본인. 놀라운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우려도 컸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감독직을 이어받은 죠스 웨던은 특정 캐릭터와 관련된 스토리를 상당 부분 폐기하고, 재촬영에 돌입. 후반 작업까지 맡았다고 한다.

 그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파이더맨 역할을 부여받은 듯 보인다.

그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파이더맨 역할을 부여받은 듯 보인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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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는 기대 이하다. 9600만 달러라는 개봉 후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이 이를 대변한다. 참고로 이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손익분기점은 자그마치 7억 50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재촬영 과정에서 제작비가 예상보다 더 많이 필요했고, 마케팅 비용이 DC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2주 차 성적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상위권을 사수하고 있는 <토르: 라그나로크>(2017)와 <오리엔트 특급살인>(2017)과의 경쟁, 12월 중순에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기에 기대 이하를 맴도는 첫 주 성적이 더욱 아프다. 일반적으로 2주 차 흥행 성적은 1주 차 성적을 바탕으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에, 다음 주 성적도 토탈 2억 달러를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과 VOD 등의 2차 시장의 수익이 있겠지만, 이 영화를 고작 손익분기점을 운운하려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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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작품에서의 문제 역시 스토리에서 기인한다. 이는 계속해서 언급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블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캐릭터의 솔로 무비로 <어벤져스> 시리즈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그 작업이 사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캐릭터 설명이나 합류 과정과 관련한 내용들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인데, <저스티스 리그>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으로만 1/3 이상의 분량을 써버리고 만다. 이는 동일한 측면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성을 갖는 배트맨(벤 에플렉 역)과 원더우먼(갤 가돗 역)을 보면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솔로 무비를 통해 사전에 구축이 되어 있었던 이 캐릭터들의 경우에는 빌런인 스테픈 울프(시아란 힌즈 역)와의 이야기를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물론 사전에 솔로 무비가 있다고 해서 작품을 수용하는 모든 관객이 그 모든 솔로 무비들을 이해하고 극장에 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솔로 무비를 통한 캐릭터들의 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까닭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익숙함의 문제와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함께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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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지속해서 언급되는 DC의 문제점인 빌런의 존재감에 대한 문제는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분량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이번 작품의 스테픈 울프는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슈퍼맨(헨리 카빌 역)과 싸우고 있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나타나 마더 박스를 훔쳐서 도망가거나, 입으로만 무서움을 보여주겠다고 하고는 슈퍼맨의 동결 능력 한 방에 무너지는 등 '입만 살아있다'거나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을 모으기 위한 용도'라는 등의 비난만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플 울프가 노리고 있는 마더박스가 위치한 장소가 공교롭게도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 아틀란티스 제국, 사이보그가 있는 곳이라는 설정이니 그가 등장할 때마다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다짐을 세우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작 위기의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히어로들이지만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2008) 시리즈가 아직도 회자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라는 빌런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슈퍼맨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히어로들.

슈퍼맨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히어로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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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무시할 수 없는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 문제도 이번 작품에서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다. 오로지 슈퍼맨의, 슈퍼맨에 의한, 슈퍼맨을 위한 저스티스 리그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슈퍼맨은 그 어떤 히어로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작인 코믹스에서는 플래시(에즈라 밀러 역)가 가장 빠른 캐릭터로 해석되지만, 영화에서는 한참 뒤에 출발한 슈퍼맨이 플래시를 가뿐하게 따라잡는 장면도 연출된다) 다른 모든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슈퍼맨 하나 더해졌다고 손쉽게 해결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관객들이 이 작품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될까? 이 작품에서 슈퍼맨이 통제되지 않던 순간에 등장한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역) 하나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던 부분의 허무함보다 더 큰 허무함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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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전작들과 달리 상당히 많은 부분에 있어 나름대로 해학적 요소와 코믹함을 더 하고자 했던 것은 긍정적인 시도로 보인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모든 요소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해석상의 의역 문제로 다소 느낌이 다르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정도로도 DC의 작품들 가운데는 가장 밝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아다니는 빌런을 잡아보겠다고 식탁 밑에 숨어 살충제 통을 집어 들던 러시아 소녀의 모습과 같은 부분들이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들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하차 이후 합류한 죠스 웨던 감독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DC가 이러한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인지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의 가장 큰 궁금증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의 주연 인물들은 갈수록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이 영화의 주연 인물들은 갈수록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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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설명한 대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커다란 프로젝트가 중간에 무너지지 않을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막 시작한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제작 계획이 쉽게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저스티스 리그 2>의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 주연 배우들의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최근 성추행 문제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벤 에플렉과 시오니스트 논란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는 갤 가돗, 그리고 제이슨 모모아 또한 과거 성추행 발언이 다시 재조명되며 홍역을 앓고 있다. 글쎄, 과연 저스티스 리그는 끝까지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영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joyjun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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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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