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가 트윈타워의 높이를 앞세워 KDB생명을 완파했다.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0일 구리시 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WKBL) 2라운드 KDB생명 위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3-66으로 승리했다.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긴 KB는 우리은행 위비를 제치고 다시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가 25득점 6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보물센터' 박지수는 11득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으로 또다시 기록지를 풍성하게 채웠다. 에이스 강아정은 13득점과 함께 무려 11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그리고 최근 KB에서 단타스, 박지수, 강아정으로 이어지는 '빅3' 못지않은 활약을 이어가는 선수가 있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기량이 만개한 '주부 슈터' 김보미가 그 주인공이다.

'유망주' 김보미의 앞을 번번이 가로 막은 무릎 부상

 김보미는 기량이 꽃을 피거나 팀을 이적할 때마다 번번이 무릎 부상으로 좌절했다.

김보미는 기량이 꽃을 피거나 팀을 이적할 때마다 번번이 무릎 부상으로 좌절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광주 수피아여고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김보미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 시절의 우리은행은 김계령, 김영옥, 이종애, 김은혜로 이어지는 화려한 토종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고 김보미가 나설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김보미는 우리은행에서 주로 식스맨으로 활약하다가 2007년 10월 트레이드를 통해 금호생명(현 KDB생명)으로 이적했다.

매 시즌 우승을 다투는 명문팀 우리은행에서 뛰던 김보미는 상대적으로 성적 부담이 덜한 금호생명으로 이적한 후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 받으며 순조롭게 성장했다. 특히 이언주의 은퇴로 스윙맨 자리에 구멍이 뚫린 2009-2010 시즌에는 평균 29분44초를 소화하며 10.8득점 3.97리바운드 2.3어시스트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던 김보미는 2010-2011 시즌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 절반을 걸렀고 성장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말았다. 결국 해마다 성적이 떨어지던 김보미는 2013-2014 시즌을 앞두고 KEB하나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이적 첫 시즌에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좌절했다.

한창 좋았던 시절 30분 가까운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평균 10득점 이상을 책임지던 김보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경기당 15분 출전도 쉽지 않은 평범한 식스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보미는 2014년 4월 FA 자격을 얻어 하나은행으로 이적한 정선화(은퇴)의 보상 선수로 KB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후 9년 동안 세 번의 이적을 통해 네 번째 팀을 맞은 김보미는 어느덧 WKBL의 대표적인 저니우먼(?)이 됐다.

KB 역시 김보미와 같은 포지션에 강아정이라는 젊고 유능한 포워드가 있었다. 김보미는 KB 이적 후 세 시즌 동안 평범한 식스맨으로 활약했지만 크게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한 때 18.5%까지 떨어졌던 3점슛 성공률을 다시 30%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슈터로서 경쟁력을 찾았다는 점이다.

결혼 후 기량 만개한 김보미, 리그 3점슛 '1위'

 김보미는 이번 시즌 출전시간 대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과시하고 있다.

김보미는 이번 시즌 출전시간 대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과시하고 있다. ⓒ KB 스타즈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고려대의 배경한 코치와 백년가약을 맺은 김보미는 이제 '주부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새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김보미는 결혼 후 마음의 안정을 찾은 선수가 코트에서 얼마나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코트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비 시즌 동안 스텝을 빨리 잡아 공을 받은 후 슛을 던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한 것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시즌 KB가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는 김보미는 평균 28분 51초를 소화하며 10득점 4.38리바운드 2.25어시스트 1.13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김보미가 평균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무릎을 다치기 전이었던 2009-2010 시즌 이후 8년 만이고 리바운드와 스틸 등의 기록은 모두 커리어 하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김보미가 슈터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보미는 이번 시즌 8경기에서 20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3점슛 성공 개수 1위, 성공률 부문에서는 4위(40.8%)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KB에는 김보미 외에도 강아정(44.4%), 심성영(35.1%)이 35% 이상의 고감도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리그 최강의 트윈타워를 보유한 KB가 외곽슛까지 잘 터지고 있으니 좋은 팀 성적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20일 KDB생명전에서도 김보미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KB의 승리를 이끌었다. 주전이 아닌 식스맨으로 출전했음에도 30분 34초 동안 코트를 누빈 김보미는 11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기록하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고 다녔다. 특히 고비마다 터진 3개의 3점슛은 주얼 로이드를 앞세운 KDB생명의 추격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사실 김보미는 심성영처럼 빠르지도 않고 강아정처럼 개인 기술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박지수처럼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게다가 나이는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정미란 다음으로 많다. 그럼에도 김보미는 코트 안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부지런히 움직인다. 큰 언니가 그렇게 열심히 뛰니 동생들도 덩달아 부지런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김보미의 헌신은 이번 시즌 KB가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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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신한은행 2017-2018 시즌 KB스타즈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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