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KIA가 풀지 못했던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허전한 안방'이다. 김상훈, 차일목 두 명의 포수가 각각 은퇴와 2차 드래프트로 인한 이적으로 팀을 떠난 이후 기반을 잡아줄 포수가 나타나지 않은 채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팀 내 포수 자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성우, 이홍구, 한승택 세 명의 포수가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다 보니 안방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못했고 팀은 2011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네 시즌 동안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던 2016년에는 수비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한 한승택이 돋보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양현종이 잔류를 선택하고 최형우가 가세한 올시즌 역시 안방 문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KIA의 든든한 포수 두 명, 김민식과 한승택.

KIA의 든든한 포수 두 명, 김민식과 한승택. ⓒ KIA 타이거즈


모두가 이명기-노수광에 주목했던 트레이드, 김민식도 있었다

그런 KIA가 과감하게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이성우와 이홍구 두 명의 포수가 한꺼번에 SK로 이적하는 대신에 SK 안방의 미래로 주목받은 김민식을 영입했다. 2012년 SK 2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한 김민식은 2015년과 2016년 SK에서 주로 백업 포수로 경기에 나섰다. 이재원이 버티고 있는 안방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백업 포수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던 김민식은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선발 포수 자리를 꿰찼다. 파격적인 결정이었지만, 김 감독은 김민식에게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덕분에 올시즌 137경기에 출장하며 팀 내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SK와 KIA의 4:4 트레이드에 있어서 주목을 받았던 자원은 이명기와 노수광 외야수 두 명이었다. 두 명 모두 1군에서 활약한 시간이 적지 않고 즉시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식, 이홍구, 이성우 세 명의 포수가 이동한 것보다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민식도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다. 시즌 내내 팀의 안방을 지키면서 양현종, 헥터 등 팀 내 투수들과의 궁합이 잘 맞았고 팀의 선두 수성에 큰 보탬이 됐다. 결과적으로 팀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안방 문제 해결과 동시에 8년 만에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양의지, 강민호 등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들보단 타격에선 아쉬움이 남았으나 백업 포수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새로운 팀에서 자리를 잡고 자신의 능력을 뽐낸 것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한 시즌이었다. 이제 막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김민식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한승택은 누구보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게 많을 것이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한승택은 누구보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게 많을 것이다. ⓒ KBO


큰 무대 경험한 김민식-한승택, 이들의 성장은 아직 '진행중'

여기에 한승택까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현종과 함께 완봉승을 합작한 한승택은 올시즌 96경기에 출장하며 김민식의 뒤를 받쳤다. 83타수 19안타 타율 0.229로 많은 타석에 들어서진 못했지만 수비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한승택은 최근 마무리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주최 측이 선정한 BEST9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 투수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에서 안정감 있게 안방을 지켜 대표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 일본에 7-0으로 완패하며 대표팀의 수준 차이를 실감한 가운데서도 한승택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주전 포수가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백업 포수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KIA 안방은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우, 이홍구, 한승택 세 명의 포수가 경쟁을 벌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사정이 낫다.

아직 외국인 선수나 양현종 재계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KIA이지만 안방만큼은 크게 고민이 없다. 김민식은 타격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하던대로 안방을 지키고, 한승택이 조금 더 성장한다면 KIA가 포수왕국을 향한 기틀을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안방이 든든해진 KIA는 또 한 번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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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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