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조, <프로듀스 101>

한국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조, <프로듀스 101> ⓒ Mnet

시작은 <프로듀스 101> 시즌1(2016년)이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성공'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처음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 발표회가 열렸을 때, 방송사 엠넷과 제작진, 그리고 참가 기획사까지 모두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아이돌의 성상품화, 일본 프로그램 베끼기, 그리고 악마의 편집 우려까지 부정적, 시선의 출처는 다양했다.

하지만 '논란=성공'은 꽤나 오랜시간 엠넷에서 성립해온 성공 방정식이었고, <프로듀스 101>도 예외가 아니었다. 1% 이하로 출발한 시청률은 최종화에서 4% 중반대까지 치솟았고, 이는 케이블 채널에서 대단한 성공으로 받아들여졌다. 젊은층 사이에서의 화제성도 갈수록 높아졌고, 프로그램의 결과물로서 런칭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는 1년간 정상급 걸그룹으로서의 인기와 성과, 그리고 활동량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2017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의 브라운관은 '<프로듀스 101> 판박이' 프로그램들로 넘쳐나고 있다. 몇 년 전 휘몰아쳤던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 광풍이 지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광풍의 모습으로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각종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먼저, <프로듀스 101>의 열기가 아직 현재 진행형일 때 <소년24>(엠넷, 2016년 6월)라는 프로그램이 런칭되었다. 이어 지난 4월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아이돌 학교>(2017년 7월)라는 타이틀을 단 새로운 걸그룹 제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들이 모두 엠넷 계열에서 시작된 시도였다면, 최근에는 다른 방송사들도 적극적으로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KBS에서는 <더유닛>(2017년 10월)이라는 제목 하에, 그리고 JTBC는 <믹스나인>(2017년 10월)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대상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YG로 이적한 한동철 PD가 직접 제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전작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소년24>나 <아이돌학교> 등은 제작 당시의 포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도 <믹스나인>과 <더유닛>은 실패한 위의 두 프로그램보다는 시청률이나 화제성의 측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프로듀스' 당시와 비교해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거나 부정적 여론이 강해 이런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내용을 둘러싼 논란들을 차치하더라도, 결국은 '시청률'로 증명해던 '프로듀스' 시리즈와 달리 상기한 여타 작품들은 훨씬 낮은 관심도와 화제성에 갇혀 있다. 하향하는 시청률 그래프는 이를 증명하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다.

'서바이벌 공화국'의 빛과 그림자


 2% 이상의 높은 시청률 속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낮은 관심 속에서 막내린 <아이돌 학교>

2% 이상의 높은 시청률 속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낮은 관심 속에서 막내린 <아이돌 학교> ⓒ CJ E&M


'아이오아이'나 '워너원'이 연이어 성공하고 화제가 됐을 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아이돌의 제작과 성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연습생, 혹은 무명 가수로만 살아온 이들을 발굴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그 결과 방송사는 흥행 성적표를, 참가자들은 인지도의 상승 혹은 스포트라이트 속 데뷔라는 '윈-윈(win-win)'이 가능했다. 비록 우승을 못한 아이돌 멤버가 소속된 뉴이스트, JBJ, 청하, 프리스틴 등 많은 그룹들이 재기 혹은 데뷔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앞서 런칭 초반 전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슈퍼스타K'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을 경험했듯, 아이돌 서바이벌 역시 마찬가지다. 전혀 새로움을 느끼기 힘든 구조 속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런칭되고, 참가자 중 일부가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들이 느끼는 식상함의 정도는 커져간다.

게다가 '엠넷식 편집 방식'에 대한 비판여론(악마의 편집)이나 흥행몰이를 향한 과도한 마케팅의 부작용 등도 겹치며 화려한 성공 이면의 문제점들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믹스나인>과 <더유닛>, 그리고 그 이후는 

그래서일까. 현재 진행 중인 두 서바이벌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믹스나인>은 최신 회차가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더유닛>은 황금 시간대에서 경쟁이 덜한 늦은 11시 전후로 방영 시간대를 옮기고도 4%초반가량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두 프로그램 모두 기존의 앞선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믹스나인>의 경우 YG라는 대형 기획사가 전면에 나서 양현석 사장이 직접 선발, 심사, 그리고 제작 과정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남녀 모두가 함께 서바이벌을 진행하고, 프로그램 내내 '남 vs. 여'의 대결 구도를 포커싱하고 있다.

<더유닛> 역시 '아이돌 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이미 데뷔했으나 기회를 못찾은 아이돌에게 도움을 준다는 달라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남녀 혼성으로 진행한다는 점과 유닛을 통한 데뷔가 최종 목표라는 것 역시 여타 프로그램들과 다르다.

하지만 제작진이 내세운 이런 차별점들은 막상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시작하면 무색해진다. 두 방송 모두 '선발-경연-투표'라는 '프로듀스'의 기본 골격을 차용하고 있고, 실제 스토리 진행 방식도 '프로듀스'를 연상시키기 충분하다.

특히 기대보다 낮은 성적이 지속되자, 프로그램 고유의 특징으로 내세웠던 것들은 빠르게 삭제되고 성공한 포맷만 반복·강조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무관심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믹스나인>과 <더유닛> 모두 상당한 홍보와 투자가 이루어진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도 결국 차별화된 특색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상업적 성공에 실패하게 될 경우, 이는 아이돌 서바이벌 열풍을 금세 사그라들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음악제작사협회 등에서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방송사의 음악 시장 개입으로 판단, 강한 반발에 나선 점도 주목할 점이다. 결국 <아이돌학교>는 직접 매니지먼트를 포기했고, KBS 측도 데뷔 예정팀의 계약 조건을 완화했다. 한정된 파이가 존재하는 아이돌 시장을 두고 이해 관계자들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래저래 프로그램 자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아이돌 서바이벌'의 3년차, 그리고 그 이후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다.
 KBS는 공중파 방송사 중 처음으로 <더유닛>을 통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중이다

KBS는 공중파 방송사 중 처음으로 <더유닛>을 통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중이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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