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변함없이 세계 최강이었다. '쌍두마차' 최민정(19·성남시청), 심석희(20·한국체대)가 이끄는 여자 쇼트트랙 팀은 1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2017-2018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 금2·은1·동1의 성적을 내며 마지막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민정이 2관왕에 오르는 등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문제를 노출하면서 남은 80일여 일간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잖았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1000m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가운데)과 은메달을 차지한 킴부탱(캐나다, 왼쪽)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1000m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가운데)과 은메달을 차지한 킴부탱(캐나다, 왼쪽) ⓒ 국제빙상연맹(ISU)


캐나다-엘리스 크리스티 강세

이번 시즌 월드컵 4개 대회를 진행하면서 공통적으로 보여진 점은 캐나다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본래 캐나다는 중국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과 경쟁하는 국가로 익히 알려졌는데 주로 단거리, 계주에서만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전통 메달밭인 1500m에서도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 중심에 킴부탱이 있다. 킴부탱은 올 시즌 1000m와 1500m를 중점적으로 타면서 매번 결승에 올랐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또한 오랜기간 동안 캐나다 국가대표의 기둥으로 있는 마리안 생젤레는 전 종목에서 고르게 활약해 역시 한국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는 최대 경계 대상이다. 지난시즌 후반부터 급격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그는 지난 3월 유럽선수로는 최초로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올 시즌 초반에는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주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옛 모습을 거의 회복해 가는 모습이었다. 주 종목인 500m는 물론 1000m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엘리스의 장점은 빠른 스타트와 막판 스퍼트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스 과정에서 거친 플레이로 부딪힘이 많은 것도 단점이다. 그렇기에 만약 한국 선수들이 엘리스와 레이스를 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외에도 항상 '나쁜 손'으로 위협하는 중국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유의해야 할 대상이다.

허를 찔린 계주, 보완 '시급'

올 시즌 여자 쇼트트랙 팀은 4번의 월드컵 계주 경기 중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팀은 매 시즌 계주에서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상을 굳건히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두 차례 허를 찔리며 보완이 필요하게 됐다.

여자팀은 1,2번 주자로 각각 심석희와 최민정을 유지하되 3,4번 선수를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기 다른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전반적인 레이스에서 스피드, 체력, 추월능력이 좋은 심석희와 최민정의 역할이 7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고민이 커졌다. 지난 2차 대회에서 마지막 바퀴 도중 최민정이 캐나다를 추월하고자 아웃코스로 탈 때 판커신(중국)이 기습적으로 인코스로 치고나와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차 대회에서는 5바퀴를 남기고 김예진(18·평촌고)이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다가 중국 선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남은 바퀴 수가 너무 적었던 탓에 앞에 팀들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레이스 도중 최민정이 김아랑(21·한국체대)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계주는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트랙을 타기에 여러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항상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게끔 해야만 한다.

현재 한국 여자팀의 레이스는 1, 2번 주자를 맡고 있는 심석희와 최민정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크다. 1, 2번 주자는 3, 4번 주자에 비해 한 바퀴를 더 타야만 해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 따라서 3, 4번 주자들이 순위변동을 일으켜야만 한다. 역대 동계올림픽 경기에서도 한국 팀은 3, 4번 주자들이 핵심 역할을 했었던 경우가 많았다. 평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심석희와 최민정 이외에 다른 선수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야만 한다.

또한 마지막 바퀴에서 순간 스피드를 앞세워 항상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판커신도 경계해야 한다.

 심석희의 역주 모습

심석희의 역주 모습 ⓒ 대한빙상연맹


여전한 최강, 베스트 컨디션으로 평창에 서라

여러 보완할 점도 떠올랐지만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여전히 강했다. 소치에서는 막내였지만 어느덧 베테랑으로 성장한 심석희, 탁월한 아웃코스 추월능력을 자랑한 최민정이 중심에 서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치러졌다. 평창을 코앞에 두고 분위기를 익히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다해줬다.

남은 기간 보완해야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친 곳 없이 평창에 출전해야만 한다. 따라서 앞으로 80일여 일간은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기존의 기량을 재점검하고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 늘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금2·은1·동1의 호성적을 내며 벤쿠버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아쉬움을 해소했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에서도 이들은 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평창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이들이 해야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유지'다. 마지막 월드컵까지 화려하게 마친 여자 쇼트트랙이 평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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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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