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가 일본과의 재대결에서 설욕에 실패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안타 무득점의 빈공에 허덕이며 0-7로 완패를 당했다. 개막전에서 일본에게 당한 7-8 역전패를 설욕하려 했던 한국은 일본과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실감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타석에서는 4번타자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이 4회 2루타를 때려냈을 뿐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나 멀티 출루를 기록한 선수조차 없었다. 그만큼 일본 선발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위에 철저하게 눌렸다는 뜻이다. 한국 타선은 대만전부터 2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친 빈약한 득점력으로 투수진을 전혀 지원하지 못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이은 볼넷 이후 적시타로 선취점 허용

역시 일본은 강했다. 대만전 결과에 따라 탈락도 가능했던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18일 대만에게 8-2로 완승을 거뒀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즈)는 6이닝1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고 도노사키 슈타(세이부 라이온즈)는 결승 홈런 포함 3안타를 폭발시켰다. 일본은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리턴매치에서 다시 한 번 승리해 전승 우승을 거둘 필요가 있었다.

첫 경기에서 일본에게 7-8로 역전패를 당한 후 대만을 1-0으로 간신히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올 시즌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선발 등판했다. 대만전 결승타의 주인공 이정후(넥센)가 2번으로 전진 배치됐고 예선 라운드에서 대타로 활약했던 류지혁(두산 베어스)이 최원준(KIA 타이거즈) 대신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1회초 공격에서 1사 후 이정후가 몸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우익수 플라이, 김하성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첫 번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일본도 1회말 마츠모토 고의 2루타와 곤도 겐스케(이상 니혼햄 파이터스)의 볼넷으로 1사 1,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박세웅이 일본의 중심타자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와 우에바야시 세이지(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2회에도 도노사키에게 볼넷, 니시카와 류마(히로시마 도요 카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8번타자 카이 타쿠야(소프트뱅크)의 보내기 번트를 3-5-4의 병살로 연결시키면서 또 한 번 실점 없이 이닝을 넘겼다. 경기 초반 두 번의 실점 위기를 넘긴 박세웅은 3회 안정을 찾으며 일본의 1, 2, 3번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하지만 팽팽하던 0의 균형은 4회 일본에 의해 깨졌다. 일본은 4회말 야마카와의 볼넷과 한국의 야수선택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도노사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야수선택을 했던 포수 한승택(KIA)이 날카로운 견제구로 3루 주자를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한국으로서는 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선두타자 야마카와의 타석 때 삼진이 돼야 할 공이 1루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볼넷으로 연결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후에 웃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

선취점을 내준 한국은 5회초 2사 후 류지혁과 한승택의 연속안타로 2사 1,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박민우(NC 다이노스)가 2루 땅볼로 물러나며 또 한 번 무득점에 그쳤다. 그리고 5회 득점권 기회에서 동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곧바로 한국에게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이어진 5회말 수비에서 일본에게 대량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5회말 공격에서 도노사키의 적시타와 니시카와의 2타점 2루타를 묶어 대거 3점을 추가했다. 한국은 도노사키의 적시타 때 김성욱(NC)의 홈 송구로 곤도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꿀 기회가 있었지만 김윤동(KIA)이 니시카와에게 통한의 2루타를 맞으면서 대량 실점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일본은 6회에도 야마카와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타선은 투구 수 100개를 넘긴 다구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채 7회까지 무기력하게 물러났고 일본은 7회 니시카와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축포를 터트렸다. 일본은 8회부터 셋업맨 이시자키 츠요시(한신 타이거즈)를 투입해 한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고 9회에는 최근 3년 동안 96세이브를 기록했던 요코하마의 마무리 야마사키 야스아키를 투입해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16일에 있었던 개막전이 '지키는 야구'를 하지 못해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면 결승전은 일본과의 전력 차이를 절감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일본의 선발 다구치를 상대로 7회까지 단 1점도 내지 못한 반면에 한국의 선발 박세웅은 4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대만전에서 결승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쳤던 '요주의 인물' 도노사키에게 2안타 2타점 1볼넷을 허용한 부분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3장의 와일드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성적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경험 쌓기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한국은 결승전에서도 박세웅, 심재민(kt 위즈), 김명신(두산), 김대현(LG 트윈스) 등 예선 라운드에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이 모두 마운드에 올라 경험을 쌓았다. 지금의 값진 경험은 분명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과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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