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서재덕이 빠진 미완의 한국전력은 선두 삼성화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신진식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한국전력 빅스톰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33-31,25-20,25-19)으로 승리를 거뒀다. 15일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3-0 승리를 거둔 삼성화재는 승점 20점 고지에 선착하며 단독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가 68.75%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24득점 올렸고 주장 박철우도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8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은 각각 5개씩의 블로킹을 주고 받았는데 한국전력이 4명의 선수가 나눠서 블로킹을 한 반면에 삼성화재는 한 명의 선수가 5개의 블로킹을 모두 책임졌다. 프로 입단 5년, 삼성화재 이적 2년 만에 비로소 기량이 꽃 피고 있는 센터 김규민이 그 주인공이다.

3년 만에 팀 내 입지 좁아지며 트레이드된 OK저축은행 창단멤버

 OK저축은행에서 입지가 좁아진 김규민은 입단 3년 만에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됐다.

OK저축은행에서 입지가 좁아진 김규민은 입단 3년 만에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됐다. ⓒ 한국배구연맹


모든 신생팀들이 그렇듯 지난 2013년 러시앤캐시 베스피드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OK저축은행 역시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우수 신인들의 영입이었다. 당시 OK저축은행이 노린 타깃은 송명근-송희채-이민규로 이어지는 경기대 '3학년 트리오'였다.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송명근과 공수를 겸비한 살림꾼 송희채, 그리고 대학배구 최고의 세터 이민규를 영입하면 단숨에 팀 전력의 기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2008년의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이 그랬던 것처럼 전체 1순위 지명권(전광인)을 포기하는 대신 2순위부터 8순위까지 내리 7장의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 때 OK저축은행이 노리던 경기대 3인방에 이어 전체 5순위로 지명된 선수가 바로 경기대의 센터 김규민이었다(엄밀히 말하면 당시 OK저축은행은 '경기대 트리오'가 아닌 경기대 4인방을 동시에 영입한 것이다).

11학번 3인방과는 달리 대학에서 4년을 모두 보낸 김규민은 창단 첫 시즌부터 삼성화재에서 영입한 김홍정(KB손해보험 스타즈)와 함께 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2013-2014 시즌 블로킹 10위(세트당 0.44개), 속공 7위(58.4%)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김규민은 로버트 랜디 시몬의 합류로 전력이 부쩍 상승한 2014-2015 시즌 블로킹 10위(세트당 0.54개), 속공 5위(58.46%)를 기록하며 OK저축은행의 첫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4-2015 시즌 인하대 출신의 센터 박원빈이 가세하고 군복무를 마친 김홍정마저 팀에 복귀하면서 김규민의 입지는 좁아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1월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OK저축은행은 김규민이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2015-2016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김규민이 없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팀으로서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김규민 개인에게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같은 시기 삼성화재는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주전 센터 지태환의 입대와 이선규(KB손해보험)의 FA 이적, 노장 고희진의 은퇴가 겹치면서 팀 내 센터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악재가 발생했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서 자리를 잃은 노장 하경민을 영입하고 곽동혁과의 경쟁에서 밀린 이강주 리베로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OK저축은행에서 입지가 좁아진 김규민을 영입했다.

이적 2년 만에 속공1위, 블로킹 2위 달리며 잠재력 폭발

 공격력과 블로킹 능력을 겸비한 김규민은 리그 최고의 센터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력과 블로킹 능력을 겸비한 김규민은 리그 최고의 센터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는 2016-2017 시즌 이적생 김규민과 2년 차 손태훈으로 센터진을 꾸렸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기량을 겸비한 지태환과 이선규의 공백을 급조한 센터진으로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김규민은 이적 첫 시즌 블로킹 6위(세트당 0.43개), 속공 4위(61.99%)에 오르며 제 역할을 다했지만 삼성화재는 4위에 그치며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화재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센터 박상하를 영입했다. 봄 배구 실패가 약한 센터진 때문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박상하 영입 만으로 삼성화재의 센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이는 곧 김규민이 '명가' 삼성화재의 주전 센터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의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규민은 이번 시즌 초반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을 의심하는 눈초리들을 모두 지워냈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가 치른 9경기에 모두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규민은 속공 1위(64%), 블로킹 2위(세트당 0.89개)를 달리며 V리그 정상급 센터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속공과 블로킹 부문에서 모두 3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센터는 리그에서 김규민이 유일하다.

18일 한국전력과의 경기는 김규민이 왜 리그 최고의 센터인가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날 김규민은 경기대 선배 황동일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며 공격만으로 7득점(공격성공률 85.71%)을 올렸고 팀이 기록한 5개의 블로킹을 모두 책임졌다. 이날 한국전력 선수단 전체가 기록한 블로킹 숫자와 김규민 한 명이 기록한 블로킹 숫자가 같았으니 한국전력은 김규민 한 명에게 공격이 차단 당했다고 표현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삼성화재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력, 끈질긴 수비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던 팀이다. V리그를 주름잡던 시절에도 높이로 상대를 압도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비록 초반이지만 팀 블로킹(세트당 2.57개)과 팀 속공(57.66%)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적 2년 만에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는 'V리그 정상급 센터' 김규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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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 김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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