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신항의 모습. 진실이라는 글자에 사람들의 말들이 적힌 노란리본이 묶여있다.

목포 신항의 모습. 진실이라는 글자에 사람들의 말들이 적힌 노란리본이 묶여있다. ⓒ 주철진


싸늘한 바람이 계속 맴돌고 있는 곳.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가족이 세월호와 함께 돌아오지 않게 되면서 아직까지 가족의 시신마저 만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는 곳 목포 신항에는 슬픔에 찬 울음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았다. 유가족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던 그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 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의 선체 수색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 떠나보낸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한 것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찌 시신조차 만나지 못한 가족을 가슴에 묻는 것이 쉬울까.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 씨, 권혁규 군을 기억해달라는 그들의 말은 그래서 더욱 아팠다.

어느새 3년을 지나 4년으로 향해가고 있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의 현황이다. 수많은 촛불들이 모여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가 세워진 이후 세월호가 인양되고 선체 수색이 시작됐다. 그로 인해 미수습자 중 고창석 교사, 허다윤 학생, 조은화 학생 등 4명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세월호가 침몰된 이유나 책임자의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제 2의 특조위를 구성하여 진상규명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가족을 가슴에 묻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건 진상규명일 것이다.

최근, 안타까운 미수습자 가족들의 소식과 함께 겹쳐 보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매드독>이다. 보험조사관이라는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직업에 관한 이야기라 흥미로웠던 이 드라마는 화를 거듭하면서 감춰져있던 진상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권력을 탐하고 돈을 탐했던 자들에 의해 인재가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비행기 부조종사의 자살, 그로 인해 죽은 수많은 사람들

주한항공의 801편이 하늘 위를 날았다. 푸른 창공을 잘 날던 주한항공 801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부조종사인 김범준(김영훈 분)이 비행기를 억지로 하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말리는 기장을 기절시킨 후에 김범준은 계속해서 비행기를 하강시키고 결국 끔찍한 참사가 발생한다.

67명의 사상자, 123명의 부상자. 이렇게 큰 참사를 만든 것이 부조종사의 우울증이라니. 언론은 부조종사의 우울증이라는 병력과 34억의 보험금을 노린 자살이라며 크게 보도했다. 이어진 보험 설계사 이미란의 자살로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34억을 수령한 동생 김민준(우도환 분)에게까지.

태양생명의 보험사기 적발률 1위를 유지시키고 있는 보험조사팀 팀장 최강우(유지태 분)의 가족들도 주한항공 801편에 타고 있었다. 일 때문에 비행기 수속에 늦었던 강우는 가족들을 먼저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 그 비행기가 마지막이 될 줄이야. 그 이후로 강우의 삶은 변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자신의 부하 직원을 죽인 연쇄보험살인마 고진철(박성훈 분)에 대한 분노로 날뛰던 강우는 태양생명의 보험조사팀도 그만두고 '매드독'이라는 사설 보험 조사업체를 만들어 운영한다.

그 앞에 나타난 김범준의 동생 김민준. '매드독'을 걸고 내기까지 하자는 민준으로 인해 두 사람은 계속해서 부딪친다. 가족을 죽게 한 사람의 동생이니 어떻게 곱게 바라볼 수 있을까. 34억이라는 거금의 보험금을 수령한 그는 왜 강우의 앞에 나타난 것일까.

검찰, 정부, 보험사, 재벌이 만들어내고 숨겨버린 참사

 권력욕과 돈에 눈이 먼 검찰은 국가기관을 압박했고, 국가기관은 무리하게 신규노선을 허가했다. 그로 인해 주한항공은 급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낡은 비행기를 마련했다. 보험사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며 보험을 갱신했으니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작이 합쳐진 작품이었다.

권력욕과 돈에 눈이 먼 검찰은 국가기관을 압박했고, 국가기관은 무리하게 신규노선을 허가했다. 그로 인해 주한항공은 급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낡은 비행기를 마련했다. 보험사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며 보험을 갱신했으니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작이 합쳐진 작품이었다. ⓒ KBS 2TV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던 두 사람에게는 공통의 목표가 생기게 된다. 고진철과 이미란을 추적하면서 주한항공 801편 추락사건의 진상에 조금 다가가게 된 것.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보험금을 노리고 자살을 했다는 김범준은 자살을 한 것이 아니었다. 사고의 트라우마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장의 증언으로 김범준이 끝까지 비행기를 다시 뜨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이 밝혀지게 된다. 그렇다. 애초에 주한항공 801편의 추락은 조종사의 문제가 아니라 기체의 결함이었던 것이다.

"검찰은 압력을 가하고, 국가기관에서는 허가를 해주고, 보험사는 묵인하고, 항공사는 낡은 비행기를 띄우고. 그걸 우리 형에게 뒤집어씌운 거네요."

권력욕과 돈에 눈이 먼 검찰은 국가기관을 압박했고, 국가기관은 무리하게 신규노선을 허가했다. 그로 인해 주한항공은 급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낡은 비행기를 마련했다. 보험사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며 보험을 갱신했으니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작이 합쳐진 작품이었다. 그 결과는 여행을 떠나고자 했던 사람들. 그저 일이 있어 떠났던 사람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의 죽음이었다.

자연스레 세월호가 생각났다. 슬프게도,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세월호는 매번 다시 찾아왔다. 비슷한 일들을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세월호가 떠올랐다. <매드독>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운행되어서는 안 될 선박을 허가해준 국가기관, 이를 무리하게 증축하고 과적을 진행하며 운행한 회사. 보험금을 따지고 있던 언론의 모습들. 세월호 참사의 모습이 <매드독>의 주한항공 801편과 너무도 닮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적은 너무나 거대했다. 돈과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온갖 분노를 뒤집어써야 했던 김민준은 진실을 밝히려다가 망상증 스토커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여러 번 목숨을 위협받기도 했다. 세월호의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현실은 어땠나.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며 노숙농성도, 단식도 마다하지 않던 그들은 시체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하고, 경찰에 둘러싸인 채로 울부짖기도 했다. 자식을 찾아달라는 요구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치환됐고 이유를 알려달라는 물음은 지겹다는 답변을 들어야했다. 그 거대함에 가족들은 몇 번이고 상처받았다.

해피 엔딩이 온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매드독‘이 주한항공의 주현기(최원영 분) 부회장, 태양생명의 차준규(정보석) 회장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앞으로 행복한 나날만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악인들로 인해 위기들이 들이닥칠 것이고 ’매드독‘은 미친개처럼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매드독‘이 주한항공의 주현기(최원영 분) 부회장, 태양생명의 차준규(정보석) 회장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앞으로 행복한 나날만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악인들로 인해 위기들이 들이닥칠 것이고 ’매드독‘은 미친개처럼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 KBS 2TV


정말 안타까운 것은 비록 <매드독>의 주인공들이 몇 번이고 위기를 극복하고 거대한 적을 무너트리게 되는 것이 예견되어 있다고 해도(드라마의 결말이 엄청난 비극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촛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세워지면서 세월호가 인양되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한 적을 온갖 힘든 일들을 극복하며 이겨냈는데 끝이 아니라니. 너무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드라마의 악인들이 모두 처벌받는다고 해도, 국민들의 목숨에 관심이 없는 국정농단의 주범인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만들어 낸 이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이 사회. 남을 짓밟아야 올라갈 수 있는 이 사회에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악인들, 현실 속의 악한 기득권들은 수없이 차고 넘친다. 앞에 있는 자들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또 다시 새로운 자들이 나타날 뿐이다. 그렇기에 '매드독'이 주한항공의 주현기(최원영 분) 부회장, 태양생명의 차준규(정보석) 회장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앞으로 행복한 나날만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악인들로 인해 위기들이 들이닥칠 것이고 '매드독'은 미친개처럼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미수습자 가족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가슴에 묻으면서도 진상규명을 꼭 이뤄달라 말하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세워졌음에도 곳곳에서 더 나은 세상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미친개처럼. 

매드독 미친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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