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오래도록 지속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인지도도 중요하고 팬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멤버들 간의 결속이 중요할 것이다. 팀원 중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팀으로 오래도록 '완전체'를 이루는 일은, 2017년 가요계를 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1990년대에 활동했던 1세대 아이돌 H.O.T.나 핑클 등을 떠올려보면 더욱 변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때만 해도 멤버 누군가가 탈퇴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난다면 큰 이슈로 조명됐을 것이다. 멤버 수로 6명도 많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10명 내외의 멤버로 구성되는 분위기다. 팀원이 많으니 탈퇴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탈퇴한 사례

'드림콘서트' 라붐, 퍼포먼스 선두주자 걸그룹 라붐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23회 사랑한다 대한민국 2017 드림콘서트'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라붐의 전 멤버 율희. ⓒ 이정민


2017년은 유독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탈퇴가 많았다. 오마이걸의 진이, 라붐의 율희, AOA의 초아, 크레용팝의 소율 등이 팀을 떠났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건강상의 문제부터 연예계 활동에 대한 회의까지 다양한 사유다.

지난 3일 라붐의 소속사 글로벌에이치미디어는 "율희가 연예계 활동에 뜻이 없음을 소속사 측에 여러 차례 알려왔고, 소속사 측은 율희와 오랜 상의를 하며 심사숙고 끝에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여 전속계약을 만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율희의 탈퇴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사자 율희 역시 이날 자필 편지를 통해 직접 탈퇴 배경을 밝혔다. "그간 제 자신에게 (이 길이 맞는지) 수없이 많이 질문했다"며 "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들도 있었다"고 썼다. 율희는 그룹을 탈퇴하기 2개월 전에 FT아일랜드의 최민환과의 열애를 인정하기도 했다.

AOA의 전 멤버 초아도 탈퇴 시기에 열애설이 맞물렸다. 한 기업의 대표와 열애설에 휩싸인 초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상대가 많은 힘이 돼준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초아는 AOA 탈퇴 소식을 알리면서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줄여오는 등 노력했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심리적인 이유를 언급했다.

크레용팝의 전 멤버 소율은 탈퇴와 결혼을 알렸다. 지난해 공황장애를 이유로 그룹 활동을 갑작스레 중단했던 멤버 소율은 이후 2016년 11월, H.O.T. 전 멤버기도 한 가수 문희준과 결혼을 발표했다. 소율은 지난 5월에 득녀 소식을 알렸다. 크레용팝은 해체 없이 소율이 빠진 4인조로 팀을 재편한 상태다.

'건강상의 이유' 때문예 탈퇴한 사례

오마이걸 '진이' 오마이걸 멤버 '진이' (본명 : 신혜진)

▲ 오마이걸 '진이' 오마이걸 멤버 '진이' (본명 : 신혜진) ⓒ WM엔터테인먼트


나빠진 건강 때문에 팀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오마이걸의 진이가 그런 경우인데 그는 지난해 8월 거식증 증세로 오마이걸 팀활동을 중단하고 치료에 집중해왔지만 지난달 30일 결국 탈퇴를 결정했다.

그는 오마이걸 공식 홈페이지에 자필 편지를 올려 심경을 전했다. "오랫동안 꿈꾸고 달려왔던 일이었기에 더 잘하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체력적, 심리적인 어려움들이 찾아왔다"며 "휴식을 가지며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는 시간을 보내던 숱한 날들 동안 수없이 바뀐 고민 끝에 지금의 결정(전속계약 해지)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진이는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꿈과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을 경험하고 도전해보려고 한다"며 멤버들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로써 오마이걸은 진이가 빠지고 일곱 명의 멤버들로 활동하게 됐다. 

'칼군무'를 보여주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크고 작은 부상과 늘 함께한다. 일전에 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인터뷰했는데 연습생 때부터 무릎을 너무 많이 써서 이젠 춤출 때 무리한 동작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피겨여왕 김연아 같은 운동선수뿐 아니라 몸을 과도하게 쓰는 직업인들은 이러한 신체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격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이돌에게 '건강하게' 활동하는 건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또한, 아이돌은 다이어트와 늘 함께하는 생활 패턴 때문에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컴백한 EXID는 리드보컬 솔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4명의 멤버로 앨범 활동을 시작했다. 솔지는 앨범 자켓 촬영도 했고 노래로써도 제 몫을 다했지만 방송 스케줄 등 대외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 온 멤버인 만큼 EXID 팀 전체를 위해 솔지의 건강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에게 중요한 게 팀워크인 만큼 멤버 한 명의 탈퇴는 팀의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반대로, 한 멤버 때문에 팀워크가 무너질 위기에서 그 멤버가 탈퇴했다면 오히려 팀은 좋아질 수도 있다.

2017년은 유독 여자 걸그룹의 탈퇴가 많았던 해다. 이런 사례가 빈번히 생겨나서인지 탈퇴 소식이 예전만큼 그리 충격적인 소식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돌 세계의 풍경은 이렇듯 서서히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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