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

배우 현빈이 케이퍼무비 <꾼>으로 관객과 만난다. 극중 머리 좋은 사기꾼 황지성 역을 맡았다. ⓒ VAST엔터테인먼트


전 국민을 속인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를 잡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지성(현빈). 사기꾼을 잡는 사기꾼으로 소문난 그가 시정잡배들과 심지어 검찰까지 속여 가며 자신의 계획을 하나씩 이뤄가는 게 영화 <꾼>의 큰 줄기다. 통쾌함과 반전의 묘미까지 담은 케이퍼무비(범죄영화)로 최근까지 유행한 흐름들이 대부분 담겨 있다.

하필 왜 사기꾼이었을까. 게다가 2000년대 초중반 실존했던 사기꾼 조희팔을 모티브로 했다. 앞서 <마스터> <원라인> 등 같은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등장했기에 현빈 입장에선 나름 부담이 클 수 있는 상황.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히려 침착해 보였다.

호흡 조절

"<꾼> 시나리오를 받을 무렵 이와 관련한 모티브로 여러 작품이 제작 중인 건 알고 있었다. 걱정을 안 하진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이 영화들이 개봉하면 어쩌나 걱정하긴 했다. 근데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니 다른 영화들과 사건의 진행 방향이나 결론이 다르더라. <마스터>와 <원라인>은 개봉한 뒤 따로 챙겨 봤다. 문제를 푸는 방식, 그걸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 다르더라."

오히려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사기꾼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죽임당하는 걸 보면서 복수를 계획한다는 설정에 그는 "오히려 지성이는 사기꾼들 틈에서 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인물이 유연함을 가지면서 튀지 않도록 표현하는 게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작품 외의 것보다 작품 자체에 몰입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아버지가 죽고 나서 혼자 있는데 사인이 자살이라고 나오잖나. 그걸 믿지 않는 것부터가 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범인을 잡든 못 잡든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성의 캐릭터는 거기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사기꾼들 세계에선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그런 인식이 있는데 지성이가 여러 사기꾼들을 움직이면서 티 안 나게 단서를 하나씩 밝히는 게 중요했지."  

 영화 <꾼> 관련 사진.

영화 <꾼>에서 지성(현빈)을 비롯해 고석동(배성우)과 춘자(나나)는 팀이 되어 장두칠의 행방을 쫓는다. 여기에 박희수 검사(유지태)가 이들의 지원자로 등장한다. ⓒ 쇼박스


일종의 두뇌싸움인데 정작 본인은 "머리가 그렇게 좋지 못한 것 같다"며 "영화 취향도 사실 시끄러운 것보단 조용한 걸 좋아한다"며 웃는다. 상업영화 배우로 오락영화도 좋아한다지만 그의 근작 <역린>이나 <공조>와 <꾼>을 보면 군 제대(2012년 12월 제대) 후 그의 작품 선택에 변화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꼭 군대가 기점은 아닌데 20대와 30대 초반까진 뭔가 작품을 보고 여운이 남거나 메시지가 있는 걸 더 선호했던 것 같다. 꼭 그걸 염두에 두고 선택한 건 아니고 돌아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도 오락성을 고민하는 건 아니고 나중에 돌아보면 아 내가 이런 오락성 있는 작품을 택했다고 느낄 것 같다. 최근 사회적으로 복잡한 일도 많았는데 관객 분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두 시간 동안 머리를 비우고 웃거나 울고 싶을 때 우는 작품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것 같다. 뭘 택하든 내가 추구하는 바는 같다. 카메라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자는 생각이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게끔 한다. 그것 때문에 내 스스로를 옭아맨 지점이 있긴 했다. 요즘은 스스로 좀 여유를 가지고, 좀 더 재미를 느끼며 작업하도록 노력하긴 한다."

"직업이 특수할 뿐 사람이 특별하지 않아"

매 순간 진지해 보이고 틈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현빈은 웃었다. "아마 하나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인 것 같다"며 그는 "지금도 사실 차기작 <창궐> 촬영 중인데 이렇게 <꾼> 홍보를 하고 있어서 좀 정신이 없긴 하다"고 전했다.

"내게 장난스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친구들 만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있다. 이번 지성 캐릭터는 대사 가지고 한번 놀아볼까 하는 느낌으로 했다. 뭔가 하나에 집중하는 성향은 잘 안 바뀌는 것 같긴 하다. 어떤 작품을 들어가게 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막상 결정되면 그때부터 모든 게 작품에 맞춰진다. 촬영 시작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도 일단 대본이 손에 들어오면 준비하게 되더라.

예전엔 이렇게 뭔가 겹치는 상황이 되면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그것도 마음먹기 문제인 것 같다. <창궐> 때 생긴 걱정과 문제를 이렇게 인터뷰 하면서 환기시키고, <꾼> 홍보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스러움은 <창궐> 때 풀 거다(웃음)."

 배우 현빈.

ⓒ VAST엔터테인먼트


이런 생활이 행복한지 묻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널리 알려진 스타로서 일부 일상이 제한받는 것엔 "스스로 받아들이는 지점이 있다"면서 그는 "고등학생 때 연극을 접한 이후 이 일이 직업이 됐는데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람은 다 비슷하잖나. 직업이 조금 다르고 그걸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특별한 것이지 사람 자체가 특별할 건 없다. 이 직업이 또 늘 좋은 건 아니다. 성공한 경우들만 눈에 보이니 좋아 보이지만 작품 준비 과정을 안다면 연기자가 참 좋은 직업이라고 가볍게 얘기하기엔 어려운 지점이 있다." 

로맨틱 드라마에 대한 향수

이렇게 대중적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지만 일부 대중들은 여전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 가든> 류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그에게 갖고 있다. 현빈 역시 "언제든 좋은 작품이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제가 출연한 작품을 가끔 보기도 한다. 예전에 갖고 있던 습관, 연기 방식을 보고 싶어서 그렇다. 되게 못했더라(웃음). 지금 그 역할을 다시 한다고 해도 저렇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빈 자신을 무슨 꾼으로 표현하면 어떻겠냐는 취재진 제안에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연인 강소라를 생각한 '사랑꾼'일까? 고민하던 그에게 그냥 '누리꾼'으로 하자고 농을 치기도 했다. 웃으며 그가 답한 건 다른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일 할 때도 왜냐는 질문에 답이 바로 안 들어오면 그걸 해야 할 타당성을 못 찾는다. 직원 분들에게도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작품에서도 묻고 왜 내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납득시켜야 한다."

현빈 그는 납득이 중요한 '질문꾼'이었다.

 배우 현빈.

ⓒ VAST엔터테인먼트



현빈 나나 박성웅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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