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하게만 보였던 탈꼴찌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것 같다. kt 위즈가 황재균 영입 등으로 차츰 팀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kt 위즈는 지난 13일 이번 시즌 FA 시장의 대어 3루수 황재균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4년 88억 원의 화끈한 투자다. 이로써 kt는 부족했던 타선의 힘과 내야 포지션 정리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물론 kt는 2017 시즌 50승 94패로 창단 최다패와 최저 승률을 갱신할 정도로 전력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입만으로 5강에 도전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꼴찌 탈출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시즌은 '얻은 것'이 확실한 시즌이기 때문에, 이 목표는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올 시즌 활약한 타자 3인방의 2017 시즌 성적과 황재균의 미국 진출 직전(2016 시즌) 성적

올 시즌 활약한 타자 3인방의 2017 시즌 성적과 황재균의 미국 진출 직전(2016 시즌) 성적 ⓒ 스탯티즈


먼저 내야에서는 윤석민과 정현이 돋보였다. 시즌 중간 트레이드로 합류한 윤석민은 3할 타율에 20홈런과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4번 타자의 중임을 적절히 수행했고, 정현은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와 더불어 타격에서도 나름의 활약을 인정받아 APBC(Asia Professional Baseball Championship) 대표팀에 합류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황재균이 가세하고, 내년 후반기 즈음에는 상무에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문상철이 합류할 전망이다. 2루수 박경수 역시 올해 주춤했을뿐 지난 2년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포수 이해창 역시 두 자릿수 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내야의 빌딩은 이미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외야 역시 소득이 있었다. 가장 먼저 조니 모넬의 대체 용병으로 선택한 멜 로하스 주니어가 대박을 쳤다. 바뀐 타격폼과 함께 장타쇼를 선보인 로하스는 3할 타율과 18홈런, 준수한 외야 수비로 힘을 보탰다. 나이가 어린 만큼 재계약 성사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14일 재계약 성공으로 시름을 덜게 됐다. 이외 오정복의 활약도 나름 고무적이었고, 유한준 역시 초반 부진을 털고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내야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로하스의 영입과 재계약만으로도 충분히 소득이 있었다고 평할 만하다.

 주축 투수들의 2017 시즌 성적

주축 투수들의 2017 시즌 성적 ⓒ 스탯티즈


하지만 무엇보다 높게 평가할 만한 것은 단연 투수진이다. 제대로 된 에이스 하나 없이 흔들리던 마운드는 많은 투수들이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고영표는 불운에 울어야 했지만 든든한 토종 선발 투수로 거듭났고, 피어밴드와 이상화는 각각 너클볼과 커터를 장착하고 나타나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그 외 심재민, 엄상백 등의 성장도 인상적이었다. 이상화와 피어밴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젊은 편으로 이후의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창단 최다패로 3년 연속 꼴찌의 굴욕을 겪었은 것에 비해 얻은 것이 너무도 많았던 한 해였다. 여기에 1차 1번으로 뽑은 신인 강백호, 내년 2차 지명에서 뽑을 가능성이 높은 리턴파(이대은, 이학주 등) 역시 기대해볼 만한 재목들이다.

반면 kt와 하위권 다툼을 하던 팀들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두운 것은 kt 꼴찌 탈출에는 호재다. 먼저 9위 삼성은 올해 그야말로 구단 역사 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즌을 보냈다.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투수가 단 하나도 없었고, 외국인 투수들과 FA 영입 선수들은 모조리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윤성환이 외롭게 마운드를 지켰지만 이제 나이가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며 정신적 지주이자 하위 타선의 핵 이승엽은 올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삼성은 뒤늦게 대어급 FA 선수들과 접촉하고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을 선언하는 등 투자 의지를 표명했으나 아직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설혹 거물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더라도 당장 KBO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란 확신도 없다.

8위 한화는 아예 전면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했고,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천명했다. 물론 한화는 당장의 전력으로만 놓고 보면 kt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는 팀이다. 그러나 리빌딩 과정에서 나오는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결정적으로 한화의 투수 전력은 성장 정체, 부상 이력, 노화 등의 문제로 전력 자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클로저 정우람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몇 되지 않는다. 물론 저렴하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대활약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눈에 보이는 몇 가지 긍정적 요소들로 순위를 점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kt의 지난 시즌들에도 올해 정도의 소득을 올린 시즌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력 상 거물급 FA와 준수한 외국인 선수들을 갖추고 출발하는 시즌은 내년이 처음이다. 지난해들에 비해서는 충분히 기대를 살 만한 시즌이다. kt의 순위도 이제는 한 자릿수로 바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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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박윤규
KT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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