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선동열 장현식 한국 대표팀 APBC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과 넥센 히어로즈의 연습경기. 장현식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의 영건 장현식이 일본 격파의 선봉에 선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이하 'APBC 2017')이 16일 시작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선동열 감독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16일 일본과의 'APBC 2017' 개막전에서 우완 장현식(NC 다이노스)이 선발 등판한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9승9패 평균자책점(ERA) 5.29를 기록한 장현식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15승3패3홀드 ERA 2.58을 기록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에이스 야부타 가즈키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경기는 대회 개막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선동열 감독이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갖는 첫 공식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 코치 시절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유명했다. 야구에서 선발 투수의 중요성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과연 장현식은 자신의 대표팀 데뷔전에서 선동열 감독과 한국 대표팀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까.

병역 의무 일찍 마치고 NC의 미래로 성장하던 유망주

2013년 2장의 신생 구단 우선지명을 통해 우완투수인 천안 북일고의 윤호솔(NC, 당시 윤형배)과 영남대 이성민을 지명한 NC는 이어진 1라운드 지명에서도 서울고 우완 장현식을 선택했다. 장현식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였지만 1군에서 활용하기엔 안정감이 떨어지는 투수였다. 실제로 장현식은 입단 첫 시즌 엔트리 확장 기간에 잠시 1군에 올라 왔지만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3점을 내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ERA 13.50).

NC는 훗날 팀의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장현식을 일찌감치 군대에 보냈다. 경기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장현식에게 경찰 야구단은 경험을 쌓기 좋은 무대였다. 장현식의 빠른 공과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된 유승안 감독은 장현식을 팀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47경기에 등판한 장현식은 8승 2패 13세이브 4홀드 ERA 3.47의 뛰어난 성적으로 북부 리그 세이브왕에 올랐다.

장현식은 2015년에도 14세이브를 기록하며 1군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상무의 이용찬(두산 베어스, 19개)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다. 비록 ERA는 5.86으로 다소 나빠졌지만 43이닝 동안 4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전역 후 1군에 올라온 장현식은 2경기에서 2점을 내주고 시즌을 마감했다.

2016년 6월 1군에 올라와 롱릴리프 보직을 받은 장현식은 9월초까지 불펜에서 활약했지만 1승 2패 1홀드 ERA 6.23으로 썩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마운드에서 주눅들지 않는 장현식의 두둑한 배짱에 높은 점수를 줬고 정규리그 2위가 유력해진 시즌 막판 장현식을 선발로 활용했다. 선발 기회는 각 구단의 유망주 투수들에게 자주 주어지나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장현식은 선발 자리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현식은 선발 전환 후 5번의 등판에서 28.1이닝을 던지며 단 5점만 내주는 놀라운 호투를 선보였다. 특히 2016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는 8.2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록 5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장현식이 9월 이후에 기록한 1.48의 ERA은 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 받는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ERA 기록(2.36)보다 좋았다.

APBC 개막전이자 한일전을 통해 국제대회 데뷔전

2016 시즌 막판에 보여준 무궁무진한 가능성 덕분에 장현식은 2017년 NC의 유력 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2013년 신인왕 출신의 이재학이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황에서 NC는 장현식이 '토종 에이스'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 마지 않았다. 최저연봉(2700만 원)을 받았던 2016년에 비해 무려 137%가 인상된 장현식의 연봉(6400만 원)이 군복무를 마친 23세 영건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를 보여줬다.

하지만 당시 장현식은 전반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8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5.46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5월에는 제구 불안으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나마 후반기에는 붙박이 선발로 나서면서 안정을 찾았지만 9승 9패 ERA 5.29라는 조금은 아쉬운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시즌 10승에도 1승이 부족했고 4점대 ERA을 기록하지도 못했으며 사실상 풀타임을 치렀음에도 규정이닝에도 9.2이닝 모자랐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구위가 좋은 장현식을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로 활용했고 장현식은 10월 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비록 NC는 롯데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를 비롯한 롯데 마운드에 맥을 못 추며 패했지만 장현식은 7이닝 3피안타 비자책 1실점 호투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장현식이 박세웅(롯데), 임기영(기아) 같은 투수를 제치고 한일전 선발로 낙점된 것도 분명 가을야구에서의 활약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선발로 등판하긴 하지만 장현식이 한일전에서 한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한국은 장현식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구위로 일본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준다면 이어 좌완 함덕주(두산)와 구창모(NC), 우완 박진형(롯데)과 김윤동(기아), 잠수함 임기영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일본에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주자를 내보낸 후 퀵 모션 등은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특별한 계기가 되는 한 번의 '인생경기'를 통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2승 투수 다니엘 리오스(두산)를 꺾은 후 다음 해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김광현(SK)이 대표적인 예다. 과연 국제대회 데뷔전을 치르는 장현식은 '가위 바위 보도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에서 자신의 야구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 호투를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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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APBC 2017 장현식 선동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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