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공식 포스터.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공식 포스터. ⓒ CJ E&M


'응답하라' 시리즈로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왔다. 단골 레퍼토리인 '남편 찾기', '추억 소환'은 없다.

tvN 새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원호 PD가 1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인공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배경은 낯설고도 생소한 공간, '감옥'이다.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박해수, 서인국-박보검 성공 신화 이을까?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김제혁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김제혁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 ⓒ CJ E&M


감옥을 배경으로 한 만큼, 등장인물들의 형기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중간에 출소해 극에서 사라지고, 누군가는 새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신 PD는 김제혁을 제외한 인물 캐스팅을 위한 미팅 마다 "분량이 작을 것 같다", "드라마 끝까지 함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과로 시작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극 안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인물은 주인공 김제혁이다. 그간 <응답하라> 제작진은 서인국, 정우, 유연석, 류준열 등 무명의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스타덤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김제혁이 감옥에 들어가며 시작하고, 나오면서 끝나는 스토리로, 주인공의 분량이 절대적인 명실상부 남주 '원톱물'이다. '스타행 특급열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특급열차에 올라탄 행운의 주인공은 배우 박해수다.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한 박해수는 2015년 <육룡이 나르샤> 이지란 역,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형사 홍동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아직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배우다.

"박해수씨는 이우정, 정보훈 작가가 워낙 좋아했어요. 저는 이번 작품 보다 다음 작품 정도에 함께 하는 게 어떨까 싶었고요. 그러다 박해수씨가 출연하는 <남자충동>이라는 연극을 보러 갔죠. 정말 멋있더라고요. 우리가 그린 김제혁이라는 인물에 어울리는 외관과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더라고요. 연극 보는 내내 고민하다가,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이우정 작가에게 전화했죠. 이번에 같이 해도 될 것 같다고요." 

무명 배우 캐스팅 고집하는 이유 

KBS에서 예능 <남자의 자격> 등을 연출한 신원호 PD는 tvN으로 이적하며 드라마 PD로 변신했다. 신 PD가 <응답하라 1997>를 준비할 당시, tvN의 위상도 지금과 달랐던 데다, 드라마 PD로서는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고, 때문에 신인과 가수 위주로 캐스팅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7>의 성공에도, 신 PD는 후속작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에서도 신인과 무명 배우, 아이돌을 주연급으로 캐스팅했다. 이제는 tvN의 위상으로 보나, 신 PD의 명성으로 보나, 이른바 'A급'으로 분류되는 스타 배우들도 충분히 캐스팅할 수 있을 텐데, 왜 신 PD는 이번에도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캐스팅 한 걸까?

"만약 회사에서 충분히 돈도 주고, 김제혁 역할에 잘 맞는 톱스타가 있다면 안 쓸 이유가 없죠. 그런데 저나 이우정 작가 모두 낯을 많이 가려요. 그래도 이번엔 한 번 용기를 갖고 만나보자 했는데, 유명한 분들 만나면 쫄아서 이것저것 못 물어보겠더라고요. 저희는 인터뷰 때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묻고, 캐릭터에 녹여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유명한 분들에게는 '성격 어때요?' '연애할 때 어떤 스타일이에요?'... 이런 질문 잘 못 묻겠더라고요. 

또 톱스타들 출연료가 정말 어마어마하거든요. <응팔> 전체 출연료를 한 배우에게 몰아줘야 하는 식이에요. 이건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도 별로 올바른 일이 아니지 않나... (웃음)"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CJ E&M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시언, 이성균, 손호준, 이동휘, 안재홍 등이 일찌감치 남편 후보에서 제외됐지만, 개성있는 연기력으로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는 실력파 배우들도 대거 발굴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들 같은 배우가 있는지, 눈 여겨 볼 만한 배우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자, 신 PD는 "너무 많다"며 "배우들 모두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너무 많아요. 메인 포스터에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홍보팀에서 순서를 정해 달라 하더라고요. 근데 정말 못 정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리딩 기사 낼 때도 박해수씨와 정경호씨, 그리고 성동일 최무성 등 어른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나다순으로 했어요. 그나마도 미안해서 메인 포스터에서는 배우들 이름을 모두 뺐어요. 혹시라도 누군가 기분 나쁘거나 할까봐요. 그 정도로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 든든하게 포진돼 있어요.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좋은 배우들, 아직 인지도도 높지 않아 발견되지 못했던 친구들이 우리 드라마를 통해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잘 안 되더라도 배우들은 '그 친구 연기 좋더라' 소리 들으며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드라마 성패의 마지노선이고,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옥이 탈출해야할 곳, 혹은 주인공을 옥죄는 구조적 장치로 쓰였다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주거 공간'으로서의 감옥을 생생한 묘사를 통해 그릴 예정이다. 현실성 있는 배경과 실화 같은 스토리라인은 <응답> 제작진의 가장 큰 장기. 이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발휘될 예정이다.

"<응팔> 종영 직후부터 수감자, 전과자, 교도관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어요. 저희가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감옥을 배경으로한 <피고인>이나 <프리즌> 같은 좋은 작품들이 나와서 긴장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희와 코드가 다르더라고요. 감옥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한 페이소스,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교도소 생활 등을 보여드릴게요. 저희가 잘만 살릴 수 있다면, 시청자 분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신원호 이우정 응답하라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해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