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오는 19일 열린다.

메아리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오는 19일 열린다. ⓒ 메아리 동문회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 메아리, '금관의 예수' 가사 중에서.

1980년대 대표적 운동가요 중 하나였던 '금관의 예수' 첫 소절이다. 1970년대 후반, 노래패 메아리의 1집 앨범을 통해 널리 알려졌던 '금관의 예수'는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함께 각종 집회 현장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였다. 1987년 6월 항쟁이 이어지던 서울 명동성당에서도 누군가가 나직이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따라 부르고는 했다.

"천년을 굵어온 아름 등걸에
한 올로 엉켜엉긴 우리의 한이
고달픈 잠 깨우고 사라져 오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 - 메아리, '그루터기' 가사 중에서.

역시 80년대 초반 많이 불린 노래인 '그루터기'는 메아리 2집 수록곡이었다. 군사독재가 이어지던 암흑의 시대 대학가 선술집에서 종종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이들 노래들의 공통점은 1979년과 1980년에 나온 '메아리' 음반의 수록곡이라는 점이다.

노래로 울분을 토해내던 발표회

이 노래들을 만들어낸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가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1977년 만들어진 '메아리'는 한국 노래운동의 출발점이었다. 1970~80년대 무수한 민중가요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많은 노래들이 메아리를 통해 만들어졌고 대중에게 퍼지며 반독재 투쟁 현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북돋아 줬다.

메아리는 기존의 대중가요와는 다른, 의식 있는 노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면서 노래운동의 지평을 넓혔다. 또 노래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각인시켰다. 군사독재에 모든 것이 장악 당했던 시절, 지금처럼 가수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때 메아리의 정기 발표회는 민중들의 억눌렸던 울분을 노래로 토해내던 순간이었다.

지난해 광화문 광장을 메웠던 탄핵 촛불에도 '메아리'는 함께 했다. 노래로 반유신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메아리 출신 77학번부터 94학번까지 민중가수 1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시 돌아온 거리에' '바로 우리가 세계다' 2곡을 윤창(돌림노래)과 중창으로 촛불시민들에게 헌정했다. 메아리를 대표했던 여성보컬 윤선애씨(노래모임 '새벽' 활동)와 이혜원씨('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가 리드 보컬로 동참했다.

[관련기사] 서울대 동문들 뭉쳤다... 31일 촛불집회 때 울려퍼질 노래

평범한 대학 서클이었던 '메아리'가 노래운동의 중심에 선 것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부터였다. 군사독재의 총칼에 무참히 짓밟힌 민중들의 모습에 그들은 노래로 저항을 선택했다. 독재 정권은 1984년 11월 메아리 회원 10여 명을 용공혐의로 연행하는 등 그들의 활동을 억누르려 했다.

메아리의 운동은 각 대학 노래패와 함께 민중운동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노래패 연합모임인 '새벽'을 결성했다. '새벽'은 1980년대 후반 대중적인 관심과 새로운 노래에 대한 열풍을 일으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전신이었다.

6월 항쟁 이후에도 군사 독재 정부는 메아리 노래에 색안경을 씌웠다. 메아리 노래집은 1992년 군 지정 불온도서간행물 574종에 포함되기도 했다. 현실 왜곡, 안정 저해 저서로 분류됐는데 서울대생 의식화 불순 노래집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도 했다.

민주, 자유, 운동의 불꽃이 되었던 노래들

 19일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서울대 메아리 동문들

19일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서울대 메아리 동문들 ⓒ 이안 제공


메아리는 오는 19일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을 연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세대가 만들어낸 치열했던 시간를 기억하는 콘서트다.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콘서트에는 메아리의 40년 시간이 담겨 있다. 메아리는 그동안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건강한 노래를 고민하고 만들고 불렀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민주', '자유', '운동'의 불꽃이 되었던 메아리의 노래들이 다시 불린다. 그 시절의 기억을 다함께 공유하는 시간으로, 75학번부터 16번까지 40년의 동문들이 한 자리에 선다.

공연에 오르는 노래들은 '그루터기' '오월의 노래' '부활하는 산하' '만주출정가' '대결' '철의 기지' '선언'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그날이 오면' '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 '기억하니 너는' '다시 돌아온 거리에' '바로 우리가 세계다' '우리 함께 할 수 있음에' 등 20여 곡이다.

1970~80년대 수없이 불린 노래들부터 1990년대 이후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선보인 노래들까지 아울렀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의 '바다여 바다여'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의 청아한 음색의 주인공 조경옥을 만날 수 있고, 1980~90년대 수천의 군중 앞에서 '민주'나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불렀던 80년대 민중가요의 아이콘인 윤선애도 무대에 선다. 1990년대 이후 메아리의 잔향을 밴드 그룹을 통해 이어가고 있는 '브로콜리너마저'의 김잔디도 키보디스트로 무대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를 준비한 메아리 동문회 측은 "민중가요와 문화예술운동, 인디음악의 작은 마중물을 자처한 40년 동문이 한 자리에 모여 세대를 뛰어 넘은 역사의 페이지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의의를 강조했다. 이어 "40년 역사를 수놓은 명곡들 중에서 아주 일부만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지만, 곡명만으로도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지성들의 역사를 만나고 노래로 함께 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졸업 후 각자 직업이나 문화적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도 메아리 동문들이 어렵게 1년 동안 준비한 "기억의 소환식"은 오는 19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80~90년대 노래패들의 발표회와 민중가요 콘서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아리는 창립 40주년 사업으로 이번 콘서트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는 메아리 출신 영화인들이 나서 촬영 중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AND 사전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메아리 콘서트에는 이안 이주민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김영덕 부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등 영화인들이 동문 멤버로 참여한다.

메아리 노래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