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식아 사랑해 포스터

ⓒ ASTER 문화사업단




*주의! 이 기사에는 연극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 <경식아 사랑해>(연출 정범철)의 주인공 '강영배'는 서울에 있는 애스터 그룹 자산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33살 청년이다. 그의 부모님은 5년 전 복음을 전파하러 서 아프리카에 있는 세네갈로 선교활동을 떠났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강영배는 매주 일요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조부모 댁을 찾고 있는 훈훈한 외모의 솔로 남성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인근에 사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유일한 손자인 영배의 방문은 행복이자 기쁨이다. 어느 여름 날 목요일 오후, 연락도 없이 조부모 댁을 방문한 영배는 양가 어르신들 앞에서 "승진과 함께 해외파견업무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의 손주 붙잡기 프로젝트

경식아 사랑해 출연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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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예정일이 일주일 정도 남은 상황, 어르신들은 손자의 미국 LA 지사 파견을 막기 위해 고심한다. '결혼하면 외국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어르신들은 포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차수연을 강영배에게 소개할 계획을 세운다.

목요일, 병원에 갔던 조부모는 우연히 만난 간호사 수연에게 반해 영배가 방문하는 일요일에 그녀를 집으로 초대한다. 알고 보니 수연은 영배의 외갓집 아랫방에 세들어 사는 29살의 젊은 싱글 여성이었다. 이미 영배의 외 조부모도 아랫방에 사는 예쁘고 참한 수연을 손주 며느리 후보로 마음에 두고 있었던 상황이다. 일요일 영배의 조부모 댁에서 조우한 수연과 영배는 만나는 순간 서로 깜짝 놀라고 만다.

사실 몇 달 전 영배가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갔을 때, 실수를 많이 했던 '덜렁이' 간호사가 바로 수연이었기 때문이다. 수연은 영배에게 "검사하기 위해 피를 뽑아야 한다"며 여러 번 도전했지만 혈관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의사가 달려와 "피를 뽑아야 하는 사람은 영배가 아니라 다른 환자"라고 질책한다. 이 실수 때문에 '덜렁이' 간호사 수연은 서울병원에서 포천병원으로 전출을 오게 됐다. 아무튼 우스꽝스러운 조우에 영배와 수연은 서먹서먹하다.

경식아 사랑해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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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식사와 함께 술자리가 이어졌다. 술자리에서 수연은 "부모님이 일찍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며 "이제는 조부모님까지 돌아가셔 아무도 없다"고 고백한다. 이어 수연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영배는 무심한 척 수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미있어 한다. 술을 과하게 마신 수연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오빠' '언니'라고 부르는가 하면, 신이 나서 춤추며 노래까지 부르는 등 실수를 연발한다.

이 일로 어른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착하고 귀여운 면이 있어서 나름 넉넉한 점수를 받았다. 술에 만취한 수연은 자신의 집에도 가지 않고 마당 평상에서 잠을 청한다. 여자 혼자 밖에 둘 수 없는 상황이라 영배도 수연이 잠든 평상에 앉아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한뎃잠을 자게 된다.

젊은 선남선녀, 술자리에서 피어오른 애정

경식아 사랑해 수연과 영배의 만남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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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보다 먼저 깬 영배는 수연을 공격하는 모기를 잡는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 살짝 앉은 모기를 잡다가 실수로 그녀를 깨우게 된다. 놀라 잠에서 깬 수연과 영배는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수연은 "어린시절 꿈은 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꿈을 이루지 못해 늦은 나이에 다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3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내 날이 밝아오자 두 사람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다음 주, 영배의 조부모 댁에 우연히 방문한 수연은 할아버지가 저혈당 증상으로 가끔 어지럽고 힘이 없으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연은 링거 주사와 함께 약간의 당분이 있는 음료를 권했고 영배의 조부모는 수연을 더없이 마음에 들어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외 조부모와 함께 버스터미널에서 공항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영배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 급히 경운기를 몰고 터미널로 오던 조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연극 경식아 사랑해 조부모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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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장례를 치르는 문제로 출국 예정일은 보름 정도 늦춰진 상황. 조부의 장례를 마치고 다음 주일에 할머니를 뵈러온 영배는 이곳에서 외조부모는 물론 수연과 다시 만나게 된다. 수연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조만간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평소 원하던 서울의 노인전문병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영배에게 전한다.

그리고는 영배에는 "내 꿈은 얼마 전에 말했고,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영배는 대답하지 못하고 떠났다. 며칠 후 홀로 계신 영배의 조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방문했던 수연은 "영배에게 전달해달라"며 편지 한 장을 조모에게 주고 떠난다.

일요일 아침 조모 댁에 방문한 영배는 수연이 "몇 달 전 병원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당신을 좋아했다"는 편지를 읽고는, 자신에게도 '가장 소중한 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에 서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연을 터미널에서 만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이로써 영배는 미국행을 포기하고 그가 사랑하는 수연과 함께 조모와 외조부모의 곁을 지키게 된다. 이어 수연과 영배는 결혼하게 되고, 1년 후 임신한 수연과 영배의 곁으로 세네갈에 가 있던 부모님도 돌아온다.

경식아 사랑해 가족사진을 보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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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네 가족과 늘 함께한 경운기

재미있게도 연극 <경식아 사랑해>의 주인공은 영배지만, 경식이는 바로 영배의 조부모님 댁에 있는 40년 된 경운기다. 이 경운기는 사람의 이름을 가진 것으로 지난 40년 동안 집안의 큰 일을 해온 소중한 보물이다.

우선 40년 동안 조부모와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했고, 평소에는 할아버지의 발이 되어주었다. 또한 조부가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에도, 급하게 서울로 떠나가는 수연을 잡기 위해 터미널까지 가는 영배에게 발이 되어 주었다. 또한 임신 후 산기가 있는 임산부 수연에게는 가족 모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하게 도와준 구급차 같은 역할을 한다.

당초 올 5월 '둥지'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던, 연극 <경식아 사랑해>는 이번 11월에 제목을 바꾸어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 9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이화동 'JTN 아트홀 1관'에서 공연한다.

경식아 사랑해 조부모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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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인 정범철이 연출로 참여해 극이 더욱 짜임새 있게 재정비되었다. 이미 연극 '만리향'과 '돌아온다'로 2014, 2015년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연속 수상했다. 그는 대학로를 대표하는 젊은 연출가 겸 극작가로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극 시작 직전 공연장 입구에서 우연히 만난 예술 감독 이세창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휴먼 코미디연극으로 최소 3년 동안은 장기공연계획이다"며 "연출과 배우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울다 보면 마음이 편하고 따뜻해지는 작품이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 가족과 사랑의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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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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