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 MBC


지난 9월 4일 시작된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이 파업 시작 72일 만인 11월 15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잠정 중단됐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파업 이후 파행을 빚어왔던 TV/라디오 프로그램들도 곧 정상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제일 먼저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분야는 라디오다. 파업 기간 표준FM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축소 편성됐고, 그 외 시간대 프로그램과 FM4U 전 프로그램은 모두 진행자 없는 음악 방송으로 대체됐었다. 우선 축소 편성됐던 프로그램들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가 시작되는 15일 오전 9시 프로그램부터 본래 편성으로 돌아간다. 제작 중단됐던 프로그램들은 진행자 일정 조정 등을 거쳐 다음 주 월요일인 20일부터 정상 방송을 시작한다. 

당초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이 진행하던 <신동호의 시선집중> 팀은 제작 거부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14일 오후 라디오국 조합원들은 총회와 라디오국장 협의를 거쳐 기존 진행자인 신동호 아나운서를 하차시키고 <시선집중> 팀도 함께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새 진행자가 결정될 때까지는 임시 진행자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은 2012년 파업 참가 아나운서들의 부당전보 인사에 관여하는 등의 부당노동 행위로 MBC 아나운서 28명에게 피소당한 바 있다.

여러 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던 아나운서들도 모두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한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부당전보자들은 본 보직 복귀한다'는 지침에 따른 것이다. 신사업개발센터에서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하다 2017년 7월, 부당전보 소송에서 승소해 복귀한 김범도 아나운서를 필두로, 변창립(심의실), 강재형(주조정실), 황선숙(TV심의부), 최율미(심의실), 김상호(주조정실), 신동진(뉴미디어 뉴스편집부), 박경추(라디오국), 차미연(경인지사 문화사업제작센터), 손정은(사회공헌실), 오승훈(매체전략국) 아나운서가 오랜만에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예능프로그램은 파업 해제 당일 <라디오스타>가 정상 방송을 시작하며 복귀의 포문을 연다. 15일 방송분은 파업 이전 녹화된 분량으로, <라디오스타> 팀은 같은 날 파업 이후 첫 녹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무한도전> 팀도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통과된 13일, 팀 회의를 한 뒤 새 녹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등 기촬영 분량이 있기는 하지만, 파업 중단 첫 주말인 18일 방송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25일 방송 재개를 목표로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철영 언론노조 MBC본부 편성제작 부위원장은 "이전 파업 때는 어떤 시점에 일괄 방송 재개됐지만, 이번에는 개별 프로그램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상 방송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성 부당개입·방송종사자 탄압 밝히고 회사 손해배상 청구할 예정"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지난 8월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 권우성


다만 가장 먼저 제작거부 투쟁에 나서며 파업의 불씨를 댕긴 <PD수첩> 등 시사교양국 PD들과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와 보도·시사프로그램은 간부들의 아이템 검열 등 제작 자율성 침해가 직접 행해진 곳이고, 해당 간부들이 여전히 자리에 남아 '데스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영 부위원장은 "공정성이 의심되는 데스크들과, MBC가 권력에 장악되고 유린당하던 상황을 방관하고 동조하던 사람들이 책임자 자리에 앉아있다. 때문에 시사교양 진영은 제작 거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뉴스를 '적폐 뉴스'로 규정했다. 김 본부장은 "보도국은 꽉 짜인 조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개별 제작자들의 희망만으로 바꿀 수 없다"면서 "오정환 보도본부장, 문호철 보도국장과 같은 사람들 아래에서 뉴스를 만들 수 없다. 보도간부 전원의 사퇴와 적폐 뉴스 중단을 요구하며 쟁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박지민 보도부문 부위원장은 "보도본부에서 제작하는 <시사매거진 2580> <통일전망대> <경제매거진> 등의 제작 중단도 계속된다. 논설위원들과, 심의실, 김사실에 있는 보도본부 소속 조합원들도 제작 거부 등 쟁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알렸다. 다만 <백분토론>에 대해서는 "<백분 토론> 팀에는 우리 조합원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13일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사장권한대행을 맡은 백종문 부사장은 권한대행을 맡은 지 만 하루만인 14일,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사장 권한대행은 MBC 사규에 따라 최기화 기획본부장이 맡게 됐다.

백종문 부사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언론노조 MBC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백 부사장은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주요 피의자이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인사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백씨의 범죄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법정에 세워 공영방송을 파괴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부당하게 편성에 개입하고 방송 종사자를 탄압한 백종문씨의 범죄 행위와 진상을 추가로 밝혀내고,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끝까지 청구할" 예정이다.

MBC 총파업 언론노조 방송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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