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 빈센트 반 고흐

영화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삶 한 자취를 더듬어 나가는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제작기간 10년 동안 고흐를 사랑하는 107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6만2천450점의 유화 프레임을 직접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고흐의 작품 속에 있던 인물들과 배경이 살아 움직이는 경험은 '보는 것 자체'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 <러빙 빈센트> 포스터

영화 <러빙 빈센트> 포스터 ⓒ 판씨네마(주)

포스터의 배경이 되는 작품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으로 고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왼편에 턱을 괴고 있는 나이 든 남성은 가셰 박사로 빈센트의 주치의이자 절친한 사이였으며 오른편의 젊은 여성은 가셰 박사의 딸로 빈센트와 로맨스가 있었다는 풍문이 있기도 했다.

가셰 부녀는 빈센트의 친동생 테오와 함께 그의 천재성을 확신했던 유일한 사람들이자 고흐의 죽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다. 빈센트는 살아 생전 동생 테오에게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썼다고 하는데, 우체부 룰랭은 아들 아르망에게 마지막 편지의 메신저가 되어주길 부탁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맨 오른편의 노란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바로 아르망이다.

고흐는 1890년 7월 26일 프랑스 오베르의 한 들판에서 권총으로 복부를 쏘아 자살시도를 했는데 중상을 입고 삼일 뒤 3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두 개의 심장, 하나의 마음'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각별했던 동생 테오에게 전하지 못한 마지막 편지. '메신저' 아르망의 발자취를 따라 관객은 광기의 베일로 가려져 있던 '인간 빈센트'에 대해 추적해 나간다.

빈센트, 그가 아름다운 이유

고흐의 비극은 같은 이름을 가진 죽은 형 '빈센트'의 그늘로 인한 어머니의 우울증에서 시작된다. 가족과의 불화와 사랑의 거듭된 실패, 고갱과의 결별로 인한 이상의 좌절, 그의 혁명적 기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간의 외면, 살아 생전 단 하나의 작품밖에 팔지 못한 시련과 경제적 궁핍, 동생 테오로부터 평생을 재정적 지원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죄책감, 미친 사람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오해와 멸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 것 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바닥 중의 바닥... 그런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이 야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한이 아닌 사랑, 격정이 아닌 평온한 느낌에 기반을 두고 있다." (1882년 7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영화 <러빙 빈센트> 스틸컷

영화 <러빙 빈센트> 스틸컷 ⓒ 판씨네마(주)


그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그의 작품 안에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어둠 속의 희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나가 그림을 그렸고 자살 시도 직전까지도 캔버스와 함께였을 만큼 예술이 절실했고, 절박했던, 노력하던 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깊은 연민과 동질감을 자아냈다.

영화는 '바라볼 순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로 마무리되었지만, 지독히도 고독했던 한 남자에게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는 것 자체로 후한 평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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