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MBC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대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과 임기에 관한 30년 학자적 양심마저 저버리고 정권의 방송 장악에 화답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 '민주당 문건'의 최종 목표인 MBC 경영진 축출을 위해 방문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는 이어 정권 입맛에 맞는 방문진과 MBC 경영진을 구성하는 데 선봉에 선 이 위원장의 결정은 정권의 '새로운 언론 적폐'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26일, < MBC, 이효성, 정권의 방송장악에 화답>이란 제목의 MBC <뉴스데스크> 보도다. 이때만 해도, 망가진 MBC는 발악 중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새로운 언론 적폐'로 규정하는 패기(?)를 자랑했다. 위와 같은 사측 입장을 무려 세 번째 꼭지로 내보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MBC 경영진은 믿는 구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날 방통위가 방문진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4일 현 여권 이사들이 제출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은 다음 달 2일 정기 이사회에서 통과가 가능해졌고, 고 이사장 불신임 이후에는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유한국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 불법적인 날치기 폭거라고 규정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9월 27일, <뉴스데스크>는 자유한국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통위를 항의 방문했던 뉴스가 두 번째였다. 그렇다. 이때까지만 해도, MBC는 나름 격렬히 저항했다. 세 번째 꼭지로 자사 입장을 내보내며 현 정권을 '새로운 언론 적폐'로 규정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지난 13일 김장겸 MBC 사장은 결국 해임됐다. 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71일 만이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을 호기롭게 전하던 패기를 과연 유지됐을까.

그간의 패기는 어디 가고... 김재철만 챙긴 <뉴스데스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MBC주주총회가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정치권의 반응은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원천 무효라는 반발이 엇갈렸습니다."

배현진 앵커의 목소리와 표정은 차분했다. <김장겸 MBC 사장 해임…"사필귀정" vs "원천무효">란 제목의 리포트는 6번째 꼭지였다. 내용 역시 애써 기계적 균형을 잡으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공영방송 장악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길 바란다"는 김장겸 사장의 입장을 담는 한편 MBC 노조가 내놓은 "촛불의 명령"이란 평가도 다뤘다. <뉴스데스크>의 중립성(?)은 정치권 반응을 다룬 부분에서 도드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정권이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본래의 자리를 찾는 시작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챙기려는 폭거라며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피의 숙청 작업과 정치 보복을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바른정당도 "가장 노골적인 방송 장악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해임된 김장겸 사장은 서운(?)할 만했다.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이후 <뉴스데스크>가 김장겸 사장을 언급한 리포트는 지난 8일 <방문진,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논의 10일로 연기>라는 단신이 전부였다.

이 리포트는 물론 "언론노조원들이 막말과 욕설을 하면서 김 사장의 출석 소명을 막았다"며 "언론노조의 폭력적 행위가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는 MBC의 성명을 그대로 대변한 바 있다. 반면 <뉴스데스크>의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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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해임됐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스데스크>의 신뢰성 추락과 시청률 하락은 더 이상 재론할 여지가 없다.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극우 보수의 스피커가 된지 오래라는 평가도 많았다. 언론노조 MBC 본부가 총파업 중이던 지난달 28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촛불 1년'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전작권을 준비도 안 된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것은 허울뿐인 군사 주권인 것이고 결국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촛불 1주년' 곳곳서 기념행사…태극기 집회 맞불>이란 제목의 이 리포트는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동등하게 다루는 것도 모자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란 정체불명의 단체 회원과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거치며 극우보수 단체가 애정을 기울였던 MBC,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철저히 망가졌던 MBC 시사보도의 맨얼굴의 현재형과 같은 보도였다고 할까.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기뻐하는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가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킨 13일 오후 여의도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부등켜 안고 기뻐하고 있다.

▲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기뻐하는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가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킨 지난 13일 오후 여의도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이 부등켜 안고 기뻐하고 있다.ⓒ 유성호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지난 2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도 역시 해임됐다. MBC 노조는 오는 15일 총파업 중단을 예고했다. 13일 MBC 노조는 "폐허로 전락한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역사적 첫 발을 뗐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MBC 노조는 또 "오늘 김장겸의 해임은 지난 9년 MBC를 장악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 MBC에는 적폐의 잔재가 곳곳에 쌓여 있다"며 "우리는 김장겸 체제의 잔재를 몰아내고, 이들의 사법적 단죄를 위한 진상 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MBC 노조는 14일 파업 정리 집회를 갖고 제작 복귀를 선언했다.

김장겸 사장 해임은 단연 'MBC 정상화의 신호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제는 남아 있다. 백종문 부사장 체제에서 새로운 사장을 선출하기까지 시간도 걸리거니와 총공세를 예고한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압박과 현 경영진의 저항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대전 MBC는 김진숙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총파업은 끝났지만, MBC 노조의 투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다.

'김장겸 사장 해임'을 둘러싼 <뉴스데스크>의 기계적 균형(?)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지금껏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뉴스데스크>를 제작해 온 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 아닐까.

그와 동시에 <뉴스데스크>의 논조 변화야말로 향후 철저하게 망가졌던 MBC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기능할 것이 분명하다. 배현진 앵커는 차분했지만, 시청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을 전하는 <뉴스데스크>를 차분하게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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