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가수 아이유가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 4집  <팔레트> 음악감상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이유의 정규 4집 <팔레트>는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제한되지 않은 10개 트랙을 담은 앨범으로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빅뱅 지드래곤, 이병우, 손성재, 이종훈, 선우정아, 오혁, 샘 김, 김제휘 등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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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가 지난 4월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 4집 <팔레트> 음악감상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왜 아저씨? 난 싫은데(Why ahjushi? I don't like that)"
"난 아저씨 싫어요(I hate ahjussi)"

지난 8일, 가수 아이유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출연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아이유의 SNS 계정에 달린 댓글이다. 해외 팬들까지 '아저씨'를 거론하며 출연을 만류하고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출연에 찬성한다는 댓글 역시 많았지만, 국내 팬들도 "나의 개저씨 찍지 말자", "나의 아저씨 제발 하지 마요 제발요", "아저씨랑 연기는 아니잖아 또래 배우랑 연기해 줘" 같은 댓글을 달기도 했다.

출연에 반대한 팬들의 주장을 보자. 댓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대부분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아이유의 나이가 20대인 반면 상대 배우인 이선균이 40대라는 점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최근 더 있었다. 지난 7월, 배우 이병헌이 차기작으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하고, 상대 배우로 김태리가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두 사람이 기자회견에서 상대 배우와 작품에 관해 소감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기자회견 현장에서 이병헌은 캐스팅을 두고 "김태리와 어떤 '케미스트리(궁합)'가 생길지 궁금하다. 영화 <아가씨>를 봤는데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은 "집 나간 케미를 찾습니다"라며 두 사람의 구도가 아이유-이선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대 여성-40대 남성'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트위터에는 두 사람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함께 촬영된 사진과 함께 "아버지와 딸 같은 모습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폐녀' 거론되는 한국, '영포티'는 여성을 포함하는가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tvN 드라마 <도깨비>가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부쩍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짝 짓는 드라마가 많아졌다. ⓒ tvN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최근 OCN에서 제작한 드라마 <블랙>에도 40대 남성인 송승헌과 20대 여성인 고아라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큰 인기를 끌었던 <도깨비>도 38세의 공유와 26세 김고은이 주인공을 맡았다.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을 짝으로 만드는 드라마가 늘어나는 추세. tvN <도깨비>의 흥행 이후 비슷한 감성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연달아 제작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런 추세와 더불어 배우에게 국내외 팬들이 '출연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는 반대 여론까지 커지는 이유는 어떻게 봐야 할까.

<조선일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영 포티(Young forty)'와 맞물려 증폭됐다"고 지적했다(2017년 11월 10일 <조선일보> 아이유 팬은 왜 '아저씨'에게 돌을 던졌나?). '영 포티'란 '나이는 40대지만 감성과 소비 경향은 10~20대와 비슷하고 문화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집단'을 일컫는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해당 단어는 지난 4월 정부 통계청 계정의 블로그 게시글 '지금은 아재 시대, 대세는 영포티(Young Forty)!'에서 처음으로 주요하게 다뤄졌다.

권김현영 페미니즘 연구자는 8일 '페미니즘x민주주의 특강'에서 "'영포티'는 간단히 말해 '20대 여자들과 연애하려는 젊은 40대 남자들'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영포티'라는 구호를 중년 사내들에게 던져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우성은 이어 "그들(중년남성)은 거기에 40대 여성도 포함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대신 저 구호로 '나는 아직 젊기에 20대 여성과 사귈 수 있다'는 생각을 용인해버린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젊은 40대'라는 콘셉트나 소비 패턴이 젊어지는 현상에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이와 같은 문화 트렌드가 드라마 장르로 옮겨올 때 유독 '남성' 중심으로 반영되는 경향, 그리고 이런 경향에 반발이 나오는 것까지 하나의 현상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중년 여성과 20대 남성이 사랑을 나누는 설정도 JTBC 드라마 <밀회>(2014)로 제작된 바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40대 남성-20대 여성'이 줄지어 제작되는데 반대의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면 이걸 '취향의 문제'로 가볍게 치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이 20대 중반이 되면 '연애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다'는 뜻으로 '상폐녀'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한국 사회에서, '영포티'는 '한국 여성'을 포함하는가?

'여배우는 오늘도' 고민하는데...

 <여배우는 오늘도> GV에 참석한 문소리와 전도연.

<여배우는 오늘도> GV에 참석한 문소리와 전도연. ⓒ 메타플레이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중년 남성-젊은 여성' 구도가 늘어나는 현상에 관해 "검증된 20~30대 남자 배우 중 상당수는 군 복무 중이고, 안정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남자 배우는 대부분 40대에 접어든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드라마 제작사 대표의 말이 인용된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40대에 접어든 여성 배우들은 집단으로 강제 징용이라도 갔다는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트위터에서는 배우 전도연 문소리 김혜수 같은, 검증된 여성 배우들조차 캐스팅 되기 쉽지 않다며 영화계 현실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능력 있는 배우라도 여성이라서 '고군분투' 해야만 겨우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의미다.

특히 문소리는 여배우로서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직접 증언한 바 있다. 지난 10월 13일 부산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행사 중, 배우 문소리는 "'왜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이 줄어들었는가'란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여러 상황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배부른 것보다 약간 배고플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건강하다. 그런 점에서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 숙제로 남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성 영화 중심의 기획 영화가 유독 많았던 2017년 한국 영화계에서 문소리는 한국에서 여성 배우들이 흔히 겪었을 법한 일화와 대사를 엮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또한 영화 제작으로 그치지 않고 '여성캐릭터들이 줄어든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지적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바꾸자면 배우들만 고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영화계, 그리고 최근 지적이 늘고 있는 드라마 제작자들도 같이 돌아봐야 할 사안 아닐까. 미국 드라마처럼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면, 주인공을 남녀로 짝지어 '러브라인'을 만드는 것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있다. 그런 수준까지 나아가기에 앞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여성 배우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아빠-딸뻘 주인공 설정을 언제까지 봐야 하느냐'는 물음은 그만 나오게끔 해야 할 일이다. 문소리씨의 말대로, "약간 배고플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건강하다"는 걸 드라마계에도 적용해본다면 말이다.

 남성, 직장인

'젊은 40대'라는 콘셉트나 소비 패턴이 젊어지는 현상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다만 이와 같은 문화 트렌드가 드라마 장르로 옮겨올 때 유독 '남성' 중심으로 반영되는 경향, 그리고 이런 경향에 반발이 나오는 것까지 하나의 현상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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