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김명신-김윤동-임기영-박세웅 ⓒ 경성대학교, 경성고등학교
2011년 경북고등학교의 마운드와 타선을 이끌었던 4인방이 오는 16일 개막하는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대표팀에서 다시 뭉쳤다. 이들은 졸업 후, 각자의 팀에서 마운드의 미래로 성장하며 태극마크의 영광까지 안았다. 김명신, 김윤동, 임기영, 박세웅이 그 주인공들이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하다, 김명신김명신은 사실 내야수 출신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2루수와 3루수를 보다가 스스로 '타자로서 경쟁력이 없다'라고 판단한 그는 그해 11월, 당시 경북고 감독이었던 강정길 감독을 찾아가 투수로 전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이라도 한 듯 전향 이후 윈터리그 투수상(15이닝 무실점), 주말리그 후반기 투수상을 수상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경성대학교에 진학한 후 2016년 팀의 3관왕(춘계리그, 왕중왕전, 전국체전)을 이끌며 대학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1년 차를 맞이한 김명신은 '싸움닭'의 모습을 보여주며 두산 불펜의 미래로 자리 잡았다. 시즌 도중 상대 타자의 타구에 맞아 안면부가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그는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프로 데뷔전에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라는 말을 남겼던 김명신이 '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에서도 싸움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4번 타자에서 불펜의 핵심으로, 김윤동김윤동은 경북고 시절 투타를 겸업하였으나 팀의 4번 타자로 보여준 임팩트가 강해 2012년, 기아 타이거즈에 타자로 입단했다. 하지만 입단 후 변화구에 약한 모습과 더불어 불안한 수비력까지 보이며 2013 시즌부터 다시 투수 글러브를 꼈다. 2013 시즌 1군에 단 한 경기만 등판한 뒤 상무에 입단했는데, U-21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투수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전역한 후, 2016 시즌에 31경기에 나와 53이닝을 던지며 가능성을 보인 김윤동은 올 시즌 65경기에서 80.1이닝을 책임지며 기아 불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활약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4차전 1.1이닝 무실점, 그리고 5차전에서 팀이 한 점차로 추격당하던 8회 무사 1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여 2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1이닝을 깔끔하게 지웠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의 존재가 이번 대표팀에서 더더욱 빛날 것이다.
유일한 사이드암, 임기영김윤동과 함께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임기영은 고교 시절 한현희(넥센), 변진수(두산)와 함께 사이드암 '빅 3'로 평가되며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세 시즌 동안 그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2014 시즌이 끝난 12월 11일, 송은범의 FA 보상선수로 지목되며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이적하자마자 상무에 입대한 임기영은 후 올 시즌을 앞두고 기아에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 118.1이닝 동안 완봉승 두 번을 포함하여 8승과 3.6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에 등판, 5.2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삼진 6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기아에서 충실하게 선발투수의 역할을 맡았던 임기영이지만, 이번 대표팀에 유일한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선발보다 중간 계투로 나올 확률이 매우 크다. 그의 오른손에 대표팀 투수 운영의 키가 쥐어져 있다.
박세웅 "이제는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될래요"경북고 시절 박세웅은 대구상원고의 에이스 이수민(삼성)과 함께 대구지역의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당시 삼성에서 1차 지명으로 선택할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삼성이 이수민을 지명하면서 박세웅은 신생팀 kt의 품으로 가게 된다. 프로 입단 첫 해, 당시 퓨처스 리그에 소속되어 있었던 kt에서 118이닝을 소화하며 북부리그 다승 1위, 탈삼진 1위 등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탓일까? kt의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5 시즌 구위가 하락하며 결국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그렇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1군에서의 첫 시즌을 아쉽게 보낸 뒤, 2016 시즌에 27경기 모두 선발로 나와 선발투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내비친다. 그리고 올 시즌, 박세웅은 28경기에 나와 171.1이닝을 던지며 팀 내 다승 2위(12승), 방어율 1위(3.68)의 성적을 기록하며 거인군단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오는 16일, 도쿄돔에서 대망의 한일전이 열린다. 선발투수로는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좋은 활약을 펼친 박세웅이 유력하다. 주무기인 포크볼이 변화구에 강한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가 롯데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6년 전 함께 한솥밥을 먹던 그들이 이번 APBC에서 경북고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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