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소드>

ⓒ (주)엣나인필름


영화 <메소드>가 관객들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영화가 '퀴어 무비'(동성애를 다룬 영화-편집자 주)인가를 놓고 관객 및 평단, 감독의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방은진 감독은 <메소드>에 대해 "두 배우의 멜로를 그리고 싶었을 뿐, 퀴어 영화로 만든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2017년 11월 3일 <엑스포츠 뉴스> 방은진 감독 "'메소드', 퀴어 영화로 만든 것 아니다" 발췌) 8일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메소드> 시네마톡에서도 방은진 감독은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문제는 <메소드>가 이미 퀴어 영화로 많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연 배우 박성웅은 23일 언론시사회에서 "(전작인) JTBC 드라마 <맨투맨>은 브로맨스였지만 <메소드>는 퀴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감독의 의지와 상관 없이 <메소드>는 대중에게나 배우에게나 퀴어 영화로 간주된다. 그러나 정작 감독에게 '퀴어물인가'를 물을 때마다 방은진 감독은 강하게 이를 부정했다.

동성 간 연애를 다뤘다고 모두 '퀴어물'은 아니다

 영화 <메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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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항변대로 '퀴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퀴어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아래 <응칠>)도 강준희(이호원 분)가 윤윤제(서인국 분)를 짝사랑해 강렬한 퀴어 멜로 서사를 묘사했기 때문에 퀴어물로 불러야 마땅했다. 그러나 아무도 단지 퀴어 멜로를 묘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응칠>을 퀴어물로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캐릭터 소재를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다른 문화권, 특히 영미·유럽권에서 제작하는 작품에는 '퀴어'가 보다 더 자주 묘사되고 '퀴어물'이 제작되는 빈도도 높다. 그렇다고 퀴어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퀴어물이라고 칭하진 않는다. 한국에서도 퀴어 로맨스에서 한발짝 물러난 작품은 '브로맨스'라든가 '걸크러시' 쯤으로 뭉뚱그리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관객들이 <메소드>에 던지고 있는, "<메소드>는 퀴어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은 퀴어 중심 서사가 작품 전체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퀴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퀴어물'이 아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사실 <응칠>도 퀴어 로맨스 파트만 떼어서 보면 퀴어물이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떼어서 보면'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렇다면 장르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결국 '작품 전체에서 주로 무엇을 어떻게 다루느냐'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럼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겠다. "<메소드>는 주로 무엇을 다루려고 했느냐"고. 방은진 감독은 부인하고 싶어했지만 <메소드>는 남자 배우 두 명의 멜로를 그린 작품이 맞다. 여기서 "퀴어 무비냐"고 채근해 묻는 건 질문 받는 쪽의 방어 심리만 높이는 공격성 발언처럼 비칠 수 있다. 감독 또한 이에 놀라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잘 만들지 못한 '퀴어' 영화인가, 'BL물'인가

 영화 <메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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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성 간의 연애를 주로 묘사하지만 '퀴어물'로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BL(Boys Love: 남성 간 사랑을 그린 장르-편집자 주)물'이다. BL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등장인물이 명시적으로 동성애자인 것은 맞지만, 철저히 이성애자의 시각에서 타자화 돼 그려진 동성애를 묘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성애는 소재의 흥미를 유발하는 도구로서만 작용하며, 궁극적인 내용은 일반적인 이성애 로맨스물의 형태에 가깝다. 때문에 'BL물'은 젠더적 진정성을 무시한, 얕은 서브컬처 정도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방은진 감독이 <메소드>를 'BL물'로 만들려던 건지, 아니면 퀴어 로맨스로 그리고 싶었던 건지 궁금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이 퀴어 영화냐'는 질문은 감독 본인의 젠더 인식과 그 깊이에 대한 질문이었던 셈이다.

"퀴어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던 건지"를 묻는 질문에 감독은 계속해서 "사실 소재에 대해 잘 몰라서"라고 회피했다. 결국 관객이 궁극적으로 묻고 싶었던 '어떻게'를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회피했을 거라고 본다. '자신 없음'은 일면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편집자 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무려 10년도 더 전에 개봉했던 퀴어 영화 <후회하지 않아>(2006)도 당시에 'BL물 실사화'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 동성애자였던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를 '퀴어물'이라고 부르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퀴어는 왜 신파극 하면 안 되냐는 논조의 인터뷰 또한 화제가 됐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또한 기준에 따라 퀴어 무비로 분류되기도 하며, 퀴어물의 해석틀로 비평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여성끼리의 사랑에 대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맞서 싸우는 퀴어영화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얼핏 방은진 감독의 태도와 비슷해보이지만 다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그동안 동성애 문제를 전투적으로 다루고 차별에 맞서 싸운 노력들이 있어서다"(2016년 6월 6일 <씨네21> [스페셜] <아가씨> 본격 스포일러하는 인터뷰 - 박찬욱 감독에게 묻다)고 언급해 결국 퀴어물이 갖는 의의를 긍정하는 발언으로 해석의 여지를 열어뒀다.

방은진 감독이 앞서 언급한 감독들처럼 <메소드>는 퀴어물이라고 완곡하게나마 인정했으면 '아직 많이 서툰 퀴어물' 정도의 평가에서 마무리 되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감독이 어설프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던 게 논란을 키웠고 결국 본인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어쩌면 그는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성적으로 무례한 질문들을 차단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 방어는 배우 본인에게 맡길 일이며, 연출자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과 등장인물을 충실히 보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방은진 감독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

 영화 <메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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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가 '서툰' 퀴어 영화로 평가 받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연출이란 '검증'이나 '판결'이 아니라 '변호'라는 말이 있다. 사실 <메소드> 작품 밖에서의 논란에서 뿐만 아니라, 작품 내에서조차 방은진 감독은 캐릭터들을 잘 변호하지 못했다. 특히 영우(오승훈 분)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숱한 문제를 일으켜 자숙까지 들어갔던 막무가내의 아이돌 스타(영우)가 단지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재하(박성웅 분)에게 연기로 인정 받고 싶어하는 부분이 그랬고, '인정 욕구'가 연애 감정으로 옮겨가는 과정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 그저 순정만화의 한 컷처럼 느낌표가 뜬 듯한 표정 한 번으로 감정선 변화를 퉁 치고 넘어가려는 듯했다.

사실 <메소드>가 보여준 이러한 연출 방식은 'BL물'의 작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영화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영화 연출에 대한 비평적 의문들을 단지 '호모포비아'에 의한 공격으로 오해하고, 어떻게든 '퀴어물'을 부정하고 싶어했던 부분은 그 자체로 '동성애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호모포비아로 보일 수 있다. 소수자를 연출한다는 것은 곧 소수자를 변호하는 일이다. 보호하고자 하는 이를 제대로 변호하려면 생각보다 큰 담대함이 필요하다.

성 소수자로 보일 법한 연기를 한 배우는 현실적으로 여러 스트레스와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옳은 일이니 이를 모두 감내하고 당당해지라고 말하기에는 일부 호모포비아들이 마구잡이로 던지는 공격의 수준은 노골적이고 저열하다. "게이 연기 했으니까 게이 아니에요?"와 같은, 무지에 의한 호모포비아적 공격은 누구나 피할 권리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방은진 감독은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감독이 "성 소수자이냐, 그렇지 않냐"는 류의 저급한 공격을 받을 일은 배우보다 적다. 진정으로 출연 배우들의 상태를 걱정한다면 영화 안에서든 밖에서든 어떻게 변호하고 연출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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