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추행 사건을 '커밍아웃'으로 덮으려 했던 케빈 스페이시가 연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배우 앤서니 랩이 14살이던 1986년, 당시 26세였던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케빈 스페이시는 웨인스타인 못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앤서니 랩의 폭로 직후 케빈 스페이시는 트위터를 사과문을 올리며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의 태도가 무척이나 논란이 되었다. 그는 사과문에 "30여 년 전 사건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랩의 주장대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술에 취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올렸다. 또한 "이 이야기는 삶의 다른 부분을 털어놓을 용기를 줬다. 그동안 남녀 모두와 관계를 가졌지만 앞으로 게이로 살겠다"는 말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하지만 사과문에서 진정성을 느껴지기 어려웠고, 성추행범죄를 커밍아웃으로 물타기 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의 이런 태도 탓에 그는 배우로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퇴출

지난 5일 넷플릭스는 제작 중인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에서 케빈 스페이시를 빼고 촬영하겠다고 밝혔다. 케빈 스페이시는 72회 골든글로브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었다. 또한, 넷플릭스는 제작 중이던 작가 '고어 비달'의 전기영화 <고어>의 제작도 중단하기로 했다. 케빈 스페이시는 영화에서 주인공 '고어 비달'로 캐스팅되어 촬영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9일 리들리 스콧 감독이 12월 개봉을 앞둔 신작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고 재촬영한다고 밝혔다. 케빈 스페이시를 대신할 배우로 <인사이더>로 전미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적 있는 크리스토퍼 폴리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제작사 소니는 이대로 개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을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석유 재벌 존 폴 게티의 손자가 납치되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만든 작품으로 케빈 스페이시는 폴 게티 역을 맡았었다. 영화는 재촬영하는데도 불구하고 개봉일은 예정대로 12월 22일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연일 그에 대한 성추행 소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CNN에서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진 8명이 익명으로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케빈 스페이시가 연출했던 영화 <알비노 앨리게이터>의 현장 스태프도 성추행당했다며 폭로했다. 그리고 런던의 공연 예술 교사로 일하는 케이트 에드워즈도 17살 때인 1986년 파티장에서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관계 제의를 받았었다고 폭로했다.

전직 TV 앵커 헤서 운루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 아들이 지난해 7월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당했다고 밝혔으며 그를 고발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폭로, 끝없는 추락


성 추문뿐 아니라 그의 고압적인 태도도 폭로되었다. <베이비 드라이버>에 함께 출연했던 존 번탈은 케빈 스페이시가 촬영장에서 마치 깡패처럼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폭로했으며, 그는 촬영이 끝난 뒤 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존경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일 퇴출과 폭로 속에서 수모를 당하고 있는 케빈 스페이시는 아카데미 2회 수상자라는 명성도 성 추문으로 얼룩져 점점 빛을 바래가고 있으며 한동안 재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