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추승균(42·190cm) 감독은 현역시절 지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로 불렸다. 전국구 인기스타도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득점머신도 아니었지만 공수에서의 균형 잡힌 플레이를 통해 팀을 편하게 하는 유형의 살림꾼이었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한국의 스카티 피펜'등의 수식어가 추승균의 경기 스타일을 잘 말해주고 있다.

추승균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팀 공헌도였다. 득점력, 패싱력, 스타근성 등 한 가지씩 따지고 보면 최고라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체적 공헌도를 놓고 봤을 때 팀내에서 대체불가 자원이었다. 신선우 감독, 허재 감독으로 이어지는 왕조시절 수많은 선수가 바뀌었지만 추승균 만큼은 언제나 굳건한 믿음 속에서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중용됐다.

추승균은 궂은일 전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만큼 다재다능했던 선수도 드물다. 주로 수비와 팀 플레이에 집중하며 다른 동료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묵묵하게 지원해주는 '도우미' 역할에 전념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에이스 모드'로 변신해 직접적으로 팀을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매경기 그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상황에 따라 1~4번까지 모두 커버 가능한 전천후 수비능력이 워낙 부각되어서 그렇지 추승균은 슈터로서도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전문 3점 슈터들에 비해 슛거리가 다소 짧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미들라인에서의 슛은 국내 최고 수준이었고 외곽에서 역시 한번 감을 잡으면 거침없이 들어가는 폭발력이 있었다. 접전에서 자유투를 쏠 때 가장 믿음을 줬다. 거기에 포스트업은 물론 드라이브인에도 능해 속공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추승균이 공격에만 집중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좋은 기록을 보유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낙 몸 관리를 잘해 체력이 좋은데다 누구보다도 다양한 공격옵션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수에 그치기에는 팀은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나 팀 전술 이해능력이 워낙 뛰어나 다른 선수들을 보좌해주면서 승리에 기여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추승균 역시 별다른 불만 없이 여기에 임하며 기록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웠다. 그야말로 선수로서의 추승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구성원이었다.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은 선수시절 조직력, 수비 등에서 대단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재의 KCC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직력, 수비가 최대 약점이다.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은 선수시절 조직력, 수비 등에서 대단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재의 KCC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직력, 수비가 최대 약점이다.ⓒ 전주 KCC


무능하다는 오명? 선수시절만큼만 해라!

KCC팬들의 자랑중 하나는 이지스라는 팀은 감독이 거의 바뀌지 않은 팀이라는 점이다. 무수히 감독교체가 이뤄지는 타팀과 비교해 이전까지 신선우, 허재 단 두명의 사령탑만이 장수체제를 이뤘었고 두 번다 왕조가 결성된 바 있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스타 추승균이 감독으로 낙점될 때만 해도 팬들의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워낙 성실한 선수인데다 두 명의 명장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웠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정식감독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쓰기는 했으나 안드레 에밋(35·191cm)이라는 득점머신과 하승진(32·221cm) 효과를 본 영향이 크다. 그로인해 당시에도 에밋에 대한 파훼법이 나오게 되면 고전할 것이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를 입증하듯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추 감독은 경험이 많지 않은 지도자다. 이것저것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나가야 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에밋에게 지나치게 의존했고 이는 3시즌 째인 지금까지도 달라진게 없다. KCC는 멤버구성이 어떻든 간에 에밋의 플레이에 따라 매 경기 울고 웃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8일 현대모비스전에서도 에밋의 개인플레이가 이어지며 4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에밋이 팀플레이에 신경 쓰며 패싱게임을 함께해줄 때는 그나마 전체적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현대모비스전에서는 스스로 망가지며 팀과 함께 자폭해버렸다. 물론 추감독은 멘탈이 나간 듯한 에밋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아무리 에밋이 필요해도 흔들린다 싶은 순간 잠시 벤치에 불러들여 진정을 시키거나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팀플레이를 펼쳐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추 감독은 그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알아서 잘 하겠지하는 믿음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입증됐다시피 에밋은 분위기를 타는 선수인지라 무조건 신뢰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쉬운 '양날의 검'타입이다. 아무리 외국인 에이스라해도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팀내 수장이 해줘야한다.

에밋은 득점 본능이 뛰어난지라 접전 상황에서 클러치슛을 넣는데 능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에밋혼자 날뛰게 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상대 수비가 집중됨에 따라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으며 공을 만져보지 못한 동료들 역시 경기 감각이 하락하게 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에밋을 재계약하지 않는게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정현(30·191cm), 전태풍(37·178cm), 송교창(21·201cm) 등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팀플레이를 등한시하는 에밋같은 타입은 '약보다 독'이 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구태여 에이스 스타일을 원한다면 대체자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에 못지않은 기량을 자랑하는 애런 헤인즈(36·199cm), 테리코 화이트(27·192.5cm), 디온테 버튼(23·192.6cm), 브랜든 브라운(35·193.9cm) 등은 에밋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결코 나홀로 플레이로 일관하지 않는다.

어찌됐든 추감독은 에밋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에밋을 본인이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끊임없이 무너지는 수비에 대한 시스템 변화도 어느 정도 받아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감독은 선수시절 신선우, 허재 등 좋은 감독들과 함께했다. 두 감독 모두 기본적으로 수비전술을 잘 짰고 활동력 있는 선수들을 통한 로테이션도 활발하게 운영했다. 팀플레이를 망치는 것에 대해서도 엄격한 편이었다. 때문에 팬들은 추감독의 답답한 행보를 보면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선수시절 했던 방식만큼만 운영해주세요. 지금 팀에 필요한 것은 감독님 현역시절의 농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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