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분,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엔조가 오른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순간

27분,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엔조가 오른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더이상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보는 이들조차 더욱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2부리그(K리그 챌린지)로의 강등을 면하기 위해서 이제 정말 마지막 경기 하나만을 남겨놓았다.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말이 '인천 유나이티드-전남 드래곤즈-상주 상무' 3팀 모두에게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5일 오후 3시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두 명의 외국인 선수(부노자, 웨슬리)가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키퍼 이진형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2-2로 비겨 1부리그(K리그 클래식) 잔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두 명이나 퇴장당한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시작 후 129초만에 벼락골이 나왔다. 홈 팀 전남 드래곤즈 미드필더 김영욱이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전남이 일찍부터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2017 K리그 클래식 최다 실점 팀이라는 불편한 수식어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 경기 전까지 전남 드래곤즈는 36경기를 치르며 무려 66골을 내줬다. 경기당 실점률이 1.83골이니 뒷문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기록이 말해주듯 전남의 골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열리고 말았다.

18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날개 공격수 문선민이 김도혁의 전진 패스를 받아 경쾌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통렬한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전남 골키퍼 이호승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막아내기 어려운 코스로 빨려들어갔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5분 뒤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역전 기회를 잡았다. 수비수 이지남이 인천 공격수 엔조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린 것이다. 송민석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에 의뢰하여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했지만 최초 판정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엔조는 오른발 인사이드 파넨카킥으로 귀중한 역전골을 확인시켰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는 자력으로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경솔한 반칙을 너무 많이 저질러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핵심 선수 1명도 아니고 2명씩이나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베테랑 수비수 이윤표가 팔을 다치는 바람에 더이상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센터백 부노자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지만 그는 37분과 41분에 연거푸 두 장의 옐로 카드를 받는 반칙을 저질렀다. 반칙 순간마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송민석 주심은 손과 팔을 거칠게 썼다며 어김없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것도 모자라 후반전에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49분에 전남의 키다리 수비수 토미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준 것만으로도 전반전에 퇴장당한 부노자의 빈 자리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었고, 전반전 추가 시간에 1차 경고를 받은 공격수 웨슬리가 71분에 전남 김영욱의 역습 드리블을 차단하기 위해 다리를 뻗어서 2차 경고를 받고 쫓겨났다.

이진형이 온몸으로 지킨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

이로써 전남 드래곤즈는 20분 이상의 시간 동안 9명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 이진형을 제외하면 겨우 8명이 1선과 2선을 형성하며 수비에 치중해야 하기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센터백 부노자, 멀티 플레이어로서 없어서는 안 될 웨슬리가 빠진 자리는 너무나도 컸기에 이미 쓰러진 팀이나 다름없었다.

먼저 퇴장당한 부노자의 빈 자리로 인해 49분에 2-2 동점골을 내준 인천 유나이티드는 재역전 결승골을 어느 시점에 내주느냐를 두고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진형 골키퍼 덕분에 기적이나 다름없는 승점 1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전반전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과 정산이 손을 스치며 교차하는 순간

전반전 종료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과 정산이 손을 스치며 교차하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은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된다.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 멤버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벽은 높았다. 두 시즌 동안 공식 경기에 이름을 한 번도 올리지 못한 것이다. 2013년부터 FC 안양(K리그 챌린지)에서 뛰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많은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안산 무궁화에서 군복무까지 마쳤다.

이진형에게는 이번 시즌이 실질적인 1부리그 첫 시즌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매 경기가 소중했다. 이번 시즌 초기에는 정산과 이태희가 번갈아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지키느라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하지만 권찬수 GK 코치와 함께 묵묵하게 몸을 만들었다.

지난 4월 9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경기(포항 스틸러스 2-0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실질적인 1부리그 데뷔전을 치르면서 두 골을 내주고 고개를 숙인 이진형은 다른 기회를 또 기다려야 했다. 6월 28일 자신의 첫 프로 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다시 글러브를 낄 수 있게 되었다. 결과도 1-1로 비기면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진형은 공교롭게도 8월 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나오면서 확실하게 주전 입지를 굳혔다. 3397명 홈팬들 앞에서 0-0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13경기 연속 출장 기록(인천 유나이티드 통산 15경기 15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록은 2017 시즌을 기준으로 보면 K리그 클래식 톱 클래스 수준임을 알 수가 있다. 신태용 감독의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대구 FC의 조현우가 34경기를 치르며 48골(경기당 실점률 1.41골)을 내줬으며, 우승 팀 전북 현대의 홍정남(30경기 30실점)이 경기당 실점률 1골로 이진형과 같다.

베테랑 골키퍼라 말하는 울산 현대 김용대(27경기 34실점, 경기당 실점률 1.26골), 수원 블루윙즈 신화용(32경기 28실점, 경기당 실점률 0.87골)의 기록과도 어깨를 펼 수 있을 정도다.

 후반전, 전남 공격수 자일(왼쪽 10분)의 오른발 감아차기를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진형이 몸 날려 기막히게 쳐내는 순간.

후반전, 전남 공격수 자일(왼쪽 10분)의 오른발 감아차기를 인천 유나이티드 GK 이진형이 몸 날려 기막히게 쳐내는 순간. ⓒ 심재철


이진형의 존재 가치는 핵심 동료 두 명이나 퇴장당한 바로 이 경기에서 단연코 빛났다. 33분, 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토미의 헤더가 날아드는 순간 몸을 날려 오른손 끝으로 쳐낼 때부터 이진형은 새처럼 가벼워 보였다.

수비수 부노자가 퇴장당한 뒤 전반전 추가 시간에도 전남 수비수 이지남의 결정적인 헤더 슛이 날아들었다. 누가 봐도 이것은 동점골이었지만 이진형은 골 라인 위로 날아올라 그 공을 쳐냈다. 골문 바로 뒤에 자리잡은 인천 유나이티드 비상 원정대 응원단의 환호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놀라운 반사신경이었다.

이진형은 후반전에 필드 플레이어가 8명으로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페체신의 헤더 슛(76분), 최효진의 왼발 슛(84분), 자일의 오른발 감아차기(87분) 모두를 신들린 듯 막아내며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승점 1점을 끝내 지켜내고 말았다.

이진형이 지켜낸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점 1점은 오는 18일(토) 오후 3시에 벌어지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부리그 잔류 팀을 결정하는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 1경기씩을 남겨놓은 이 시점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강등을 피하기 위한 경쟁 구도 속에서 승점 1점이 앞서 9위에 올라있다. 한 마디로 상주 상무(11위)와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자력으로 1부리그 잔류를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잔류 왕' 수식어를 또 붙여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주 상무를 만나서 2승 1무(4득점 2실점)의 좋은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진형 골키퍼는 물론 필드 플레이어들의 자신감이 넘친다.

이에 비해 전남 드래곤즈는 같은 시각 대구 스타디움으로 들어가서 일찌감치 1부리그 잔류 목표를 이룬 대구 FC와 만나야 한다. 시즌 상대 전적 1승 2패(6득점 9실점)로 밀리고 있기 때문에 전남이 37라운드에서 9명이 뛴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기지 못한 것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진형 덕분에 2017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들이 더욱 뜨거워진 셈이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전남 드래곤즈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고 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전남 드래곤즈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고 있다.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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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결과(5일 오후 3시, 광양축구전용경기장)

★ 전남 드래곤즈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영욱(3분), 토미(49분,도움-김영욱) / 문선민(18분,도움-김도혁), 엔조(27분,PK)]

◇ 2017 K리그 클래식 하위 스플릿 순위표(11월 5일 현재, 최종 11위는 2부리그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
7위 포항 스틸러스 49점 14승 7무 16패 60득점 60실점
8위 대구 FC 44점 10승 14무 13패 49득점 52실점 -3
9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36점 6승 18무 13패 30득점 53실점 -23
10위 전남 드래곤즈 35점 8승 11무 18패 53득점 68실점 -15
11위 상주 상무 35점 8승 11무 18패 41득점 64실점 -23
12위 광주 FC 30점 6승 12무 19패 33득점 57실점 -24 ***** 2부리그 강등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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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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