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공주>로 시민평론단을 수상한 이수진 감독.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공주>로 시민평론단을 수상한 이수진 감독.ⓒ 이동윤


"시장님께서 부산영화제를 망친 주범이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의 질문이다. 이 용감한 순간은 올여름 개봉한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에서 감독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했던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화살은 다름 아닌 서병수 부산시장을 향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으로 활동했다. 영화제 웹진에 리뷰를 기고하고, '시민평론단상'이라는 이름으로 심사도 진행하며 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왔다. 횟수로 5년쯤 되었고, 중·고교 시절까지 돌이키면 결코 짧은 역사는 아니다. 영화제를 오게 되면 많은 동료를 만난다. 영화제 기간의 안부 인사는 식사의 여부도, 컨디션도 아닌 어떤 영화가 좋은지에 대한 것이다. "이 영화 최고예요" "아무개 감독의 신작은 조금 아쉬워요" 등 오가는 질문들과 선택의 과정들. 하지만 우리들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의견과 시선들에 대해 서로 존중한다.

이런 영화제와 영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사례가 2014년 발생한다. 이상호 감독의 <다이빙벨> 상영이 그 출발이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서병수 시장은 14년도 영화제 직전, '부산영화제에 <다이빙벨>을 틀지 말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취지가 어떻든 간에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그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할망정 초청된 상영작을 취소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이다.

이후 그는 조직위원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영화인들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퇴를 선언했다.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는 채 말이다. 사태 이후 영화제는 내·외부 가릴 것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고 예산은 15억에서 8억으로 반 토막이 났으며,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았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부산시로부터 사퇴종용을 받고,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에 많은 영화조합은 보이콧을 선언했고 관객 수 역시 2015년도에 22만 명을 찍고, 2016년도에는 16만 명으로 30% 넘게 감소했다.

그렇다면 맨 처음 질문에 서 시장은 어떻게 답했을까?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망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시간은 2014년에서 3년이 흘러,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증거들이 특검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서 시장 역시 2014년도 영화제 때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2년간 수없이 많은 정치적인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되어왔다. 혹여 논란이 있을지언정 그것은 작가가 작금의 현실을 투영해 창작한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의 표현 자유와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수차례 들어온 이 문장이 지금, 부산국제영화제엔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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