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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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쏘우>(2004)는 신선한 스토리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단숨에 전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이후 <쏘우>의 후속작은 매년 할로윈 시즌에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다. <쏘우> 시리즈는 2010년 7편 격인 <쏘우 3D>까지 전 세계적으로 8억7천만 달러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올려 가장 성공한 공포 영화 시리즈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3편을 기점으로 점점 흥행 수익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평단의 반응도 싸늘해졌다.

영화 <쏘우 3D>를 마지막으로 영면에 들어갈 것만 같았던 <쏘우> 시리즈가 <직쏘>라는 이름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쏘우> 시리즈를 제작한 제작자 오렌 쿨스와 마크 버그는 7년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팬들에게 완벽한 속편을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긴장감과 독창성을 영화에 불어넣기 위해 각본은 영화 <여대생 기숙사> <피라냐>를 공동 작업한  조쉬 스톨버그와 피트 골드핑거에게 맡겼다. <언데드> <데이브레이커스> <타임 패러독스>를 연출한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다.

7년 만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반전

 <직쏘> 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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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직쏘>는 <쏘우> 시리즈가 세운 공식, 앞서 나온 전개를 뒤집고 재조합해 반전으로 치닫는 전개를 충실히 따른다. 시점은 <쏘우 3D>로부터 10년이 흐른 뒤를 다룬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헛간에 갇혀 직쏘가 만든 생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열 개의 인디언 인형>처럼 차례차례 희생된다.

헛간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희생자들은 하나씩 살해된 채 발견되고 모든 수사 결과와 증거는 이미 사망한 존 크레이머(토빈 벨 분), 일명 '직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두 개의 이야기는 후반으로 가며 하나로 합쳐진다.

암으로 죽어 장례식까지 치른 직쏘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모방범이 저지른 범죄인가? 이러한 의문이 씨실이라면 직쏘가 만든 트랩과 생존 게임은 날실로 기능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직쏘가 주는 미션을 풀면 살고, 풀지 못하면 죽는 게임 룰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세발 자전거를 탄 인형, 녹음기로 재생되는 존 크레이머의 "게임을 시작하지", "선택은 자네 몫이야" 등의 음성도 어김없이 나온다.

'고문 포르노' 호러 장르 부흥의 주역

 <직쏘> 영화의 한 장면

<직쏘> 영화의 한 장면 ⓒ (주)코리아스크린


하역장과 사료 저장고, 착유실까지 갖춘 헛간 세트는 역대 <쏘우>의 세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트랩 중 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빨간 원통 모양 모양의 '스파이럴 라이즈'다. 미술 감독 앤서니 카울라는 주방 기구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으로 색깔과 질감 유지에 매우 공을 들였다고 설명한다.

영화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와 <쏘우> 시리즈는 2000년대 할리우드 호러 영화를 주름잡았던 주역들이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가 죽음을 놀이기구화 시켰다면 <쏘우> 시리즈는 얼마나 잔혹한 방법으로 인물을 죽이는가에 열중한, 일명 '고문 포르노(Torture Porno)'라는 호러 하위 장르를 부흥시켰다. <쏘우> 시리즈는 <호스텔> <콜렉터> <힐즈 아이즈> <왼편 마지막 집> 같은 고문 영화들이 나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대 할리우드 호러 영화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컨저링>로 대표되는 오컬트의 시대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 위기라는 사회적 공기를 집과 연결했다. 그 속엔 가족 해체와 집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담겨있다. 이어서 도착한 <팔로우>와 <겟 아웃>은 다음 10년을 예고하는 서막이다. 차별과 혐오를 담은 이들은 트럼프 시대에 발맞춘 경고장에 가깝다.

재기 발판 마련했지만... 시대 착오적 면모는 아쉬워

변화의 흐름 속에 영화 <직쏘>는 동어반복이란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났다. 직쏘가 만든 트랩이 전하는 공포는 이전보다 수위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오싹하다. 존 크레이머가 죄를 심판하는 장면이 주는 통쾌함도 그대로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고문 포르노의 쾌감도 변함없다. 이야기의 맛도 괜찮다. <직쏘>는 1, 2, 3, 6편엔 미치지 못할지라도 4, 5, 7편보다 완성도가 높다. 한계점에 달한 시리즈를 훌륭히 되살려낸 셈이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직쏘>의 귀환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프레디 크루거(나이트 메어), 제이슨(13일의 금요일), 마이클 마이어스(할로윈), 처키(사탄의 인형)가 돌아왔을 때처럼 말이다. 더는 맥도날드식 공포는 주류가 아니다. 결국, 모든 상황은 존 크레이머의 대사를 인용하여 정리할 수 있다. "영화를 시작하지,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자네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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