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레베카>의 김금나를 만나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매번 올라올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받는 작품, <레베카>가 믿고 보는 익숙한 얼굴과 참신한 새 얼굴을 함께 어우르며 네 번째로 돌아왔다. 지난 8월 1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레베카>는,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오는 18일까지 서울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이후에는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 순회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뮤지컬 <레베카>에는 정작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인물들에 의해 여러 번 호명되지만, 그는 작품에서 이름으로만 등장한다. 누군가에겐 완벽한 집주인, 누군가에게는 애정과 충성의 대상, 누군가에게는 증오와 위선의 상징….

그 반대편에는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한 번도 작품에서 불리지 않는다. 반호퍼 부인에게 고용되어 반쯤을 말벗으로, 반쯤은 시종처럼 일하는 주인공. 뮤지컬 <레베카>는 철저하게 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이 이름 없는 주인공은 끝까지 호명되지 못한다. 막심 드 윈터와의 인연을 계기로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이 된 후, '드 윈터 부인'으로 불리지만, 그나마도 아름답고 완벽했던 '레베카 드 윈터'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레베카를 그리워하는 댄버스의 끊임없는 핍박 역시 그 앞에 놓인 고난이다.

"더 이상 못 참아, 내 맘대로 살래. 당신의 의견 따윈 상관없어. 그동안 내게 자신을 부정해왔죠. 이제는 아냐. 이 어두운 집안에 빛을 비출 거예요.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손님 노릇은 안 해. 이 집주인은 나야." - 뮤지컬 <레베카> No.2-6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중에서

'나', '아이(I)' 혹은 '이히(Ich: 독일어의 1인칭 주어)'로 불리던 주인공은 하지만 이 고난을 극복하기 시작한다. 1막에서 소심하고 불안정했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를 통해 2막에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넘버인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의 카타르시스는 댄버스와 주인공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극대화된다.

기본적으로 <레베카>는 주인공의 '성장 서사'이다. 극적인 멜로디 위에서 폭발적인 고음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뿜어내는 댄버스에 방점이 많이 찍혀 있지만, 그와 마주한 주인공 '나' 역시 댄버스나 막심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다. 이번 레베카 사연에 '나'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김금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3일, 블루스퀘어 1층에 위치한 스테이지B에서 배우 김금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으로 가득찬 주인공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행복한 배우 김금나 "<레베카> 하면서 정말 행복해요. 제가 무대에서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고, 작품 안에서 '이히'가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쾌감도 있고요. 정말 좋은 넘버에서도 느끼고, 내가 꿈꾸던 무대에 서고 있다는 행복감도 있어요. 관객분들이 커튼콜 때 정말 많이 환호해주시는 그거에 또 '와'하면서 행복하고요." ⓒ 이정민


"너무 재밌어요. 제 성격이랑 정말 비슷한 거 같아요. 저를 보고 여태까지의 '이히'랑 다르다고 하시는데, 사실 저는 제가 느끼는 대본을 봤을 때의 느낌대로 연기를 하니까요. 그렇게 봤을 때 저랑 되게 닮아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를테면, 되게 솔직하거든요, 제가. 솔직하고, 잘 우울해지고, 어떤 주변 상황의 영향을 잘 받고, 두려움도 많고…. 이런 게 되게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처음에 <레베카> 소설을 봤을 때도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그 사람의, 그 친구의 감정 변화가 계속계속 서술되어 있잖아요. '내'가 느끼는 것, '나 지금 너무 두렵다'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말들 하나하나가 다 너무 그냥 저 같았어요. 저도 그 상황이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

어떤 사건에 딱 부딪쳤을 때 '아니야 나 이겨낼 수 있어'라는 사람이 있잖아요. 긍정적인 면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부정적인 걸 먼저 생각하고 그냥 무너지는 편이거든요. 이런 게 비슷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안 그런데…. (웃음) 옛날에 그랬었어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되게 공감이 많이 갔어요.

오히려 <맘마미아!> 때 소피는 되게 긍정적이고 밝고 당찼잖아요. 저는 사실 당찬 아이가 아니거든요. 인간 김금나는 당차지 않아서 그거 때문에 진짜 너무 힘이 들었다면, 여기서는 내가 처음부터 굳이 당차지지 않아도 되죠. 2막 때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을 때는 당연히 당당해지지만, 그건 뭐 자의적으로 당차지는 건 아니니까요."

앨프레드 히치콕의 원작 소설 <레베카>는 다소 음울하고, 기이하며(Creepy), 스릴러 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 주인공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막심과 레베카 사이의 진실을 알게 된 '나'가 먼저 떠올린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실치사'가 아니라 '막심은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다'니까.

"그게 독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근데 사실 내가 정말 누군가를 미친 듯이 사랑하면요. 그거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이 더 먼저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막심이 그냥 '이히'가 사랑하는 막심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제가 너무나 죽을 듯이 사랑하는 막심이거든요. 포인트가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남들이 봤을 때는 돌을 던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이 공연 자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얘기한다고 보거든요. 정말 조건 없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랑."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원작과의 차이 "제가 연습 들어가기 전에 원작을 열심히 읽었거든요. 원작에서는 저의 감정변화가 상세하게 설명이 돼 있잖아요? '나'가 두려움에 가득 하고,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처럼 묘사가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 초반에 되게 힘들었어요. 책에서 읽은 '나'를 토대로 표현하다 보니까 첫 장면 나갈 때부터 너무 우울한 거죠, 저의 '이히'가. 그래서 연출님이 계속 왜 이렇게 우울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웃음)" ⓒ 이정민


뮤지컬은 원작과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재공연을 거듭할수록 더욱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게끔 연출의 방향이 잡혔다. 이번 네 번째 공연에서 특히 그런 점이 더 두드러진다. '막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들이 진행되지만, 그 가운데에는 막심과 '나'라는 두 연인의 사랑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이 가능한 원작에 비교해 다소 아쉬운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노선이 '틀렸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배우 김금나도 '사랑'을 수차례 강조했다.

"막심이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고 증오했다는 걸 깨닫고 나서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러고 나서 급 발전해서 그다음 베아트리체 신부터 '나'는 이미 확신에 가득 차 있어야 해요. 근데 그게 처음에 연습할 땐 너무 힘들었어요. 막 눈물이 고여 있는 채로 '아 베아트리체 왔어요?'라고도 하고….

그런데 막상 공연에 들어가니까, 계속 회차가 거듭될수록 내가 나 스스로 확신이 드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연습 때에 비교하면 훨씬 수월해요. 사실 공연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진짜 힘들었어요. 그 확신을 갖고 '내'가 말을 하기까지."

나와 댄버스의 관계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도전하고 싶은 배역? “옛날에는 다른 종류의 배역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제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를 하면서 정말 깨달았어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걸 일단 잘 표현하는 걸 먼저 잘하는 게 좋겠구나’라고…. (웃음) 일단 저의 성향과 비슷한 배역을 잘 해내는 게 우선인 거 같아요. 사실 배우가 ‘진짜 깨 내고 싶다. 깰 거야’라고만 해서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주어지는 거를 일단 잘 해내는 게 먼저인 거 같아요. 하다가 정말 관록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오겠죠?” ⓒ 이정민


레베카가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레베카의 대리인으로 존재하는 댄버스가 레베카의 자리를 대신한다. 안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저택을 통제하는 관리자이며, 언젠가 레베카가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모든 것을 레베카가 있었던 그 시절과 똑같이 유지하고자 한다. 그런 댄버스의 눈에 갑자기 이곳으로 굴러들어온 주인공이 결코 '드 윈터 부인'으로 보일리 없다. 그렇기에 그의 존재를 지워버리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레베카가 사용하던 방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것을 종용하기까지 하는 댄버스가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밉지는 않을까.

"댄버스와 노래하다 보면 사실 소름 돋아요. 실제로 뛰어내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아무도 널 원하지 않아'라고 할 때는 무너져요, 마음이. 하지만 그래도 댄버스를 진심으로 미워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악의도 갖지 않았을 것 같고요. 그냥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전 여자이고,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다웠고, 나랑은 다른 사람이고…. 어쩌면 동경 같은 느낌이 더 강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댄버스 부인과의 갈등을 계속 겪으면서, 잘못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이 집에서 내가 설 곳이 없어질 수 있다고 느꼈을 때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잖아요."

댄버스가 주인공에게 쏟아내는 감정이 일관된 악의와 증오라면, 주인공이 댄버스에게 투영하는 감정은 조금 더 다면적이다. 1막에서는 댄버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2막에서는 댄버스에게 밀리지 않고 맞부딪히며 제자리를 확고히 한다. 레베카가 사용하던 방에서 그녀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난초 대신 진달래꽃을 갖다 두고, 그녀가 아끼던 조각상도 일부러 깨버린다. 그러면서도 후반부에 충격을 받고 비틀거리는 댄버스를 부축하며 다소곳이 잡아주기도 한다. 어떤 '이히'가 마지못해서 손을 내미는 느낌이라면, 김금나의 이히는 안쓰러움과 걱정을 안고 진심으로 잡아준다는 느낌이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히'에게 하고 싶은 말 "'이히'에게…. '수고했어. 정말 장하다' (웃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정말 그 어린 나이에 모든 걸 극복했잖아요." ⓒ 이정민


"'잡아준다'가 연출의 디렉션(Direction)이기는 한데, 저라면 진심으로 그랬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그 전에 '난초 신' 같은 경우에도 대립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 단단한 사람은 싸울 때도 절대 흥분하거나 화내지 않아요. 정말 단단한 사람, 내 안에 확신이 차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땐 그랬어요, 거기가. 저는 더 급할 일이 없었어요, 댄버스에게.

정말 이 집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에 '당신 아니야. 틀렸어. 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이 사람한테 윽박지르거나, 나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넌 그냥 내가 내보내면 가야 돼' 이 정도의 마인드에요, 저는.

그리고 사실 그게 댄버스 부인을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저의 이히는, 저는, 댄버스가 너무 불쌍해요. 그 사람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당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당신의 세상을 사세요'라는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내 입장뿐만 아니라 '다 당신을 위해서예요. 이거 내가 깨트리는 것도 당신을 위해서고…. 당신도 정신 차리세요. 이거 제가 깨트릴 테니까요. 정신 그만 차리세요' 같은 거죠.

마지막에 레베카에게 버림…. 버림까진 아니지만, 배신을 당하잖아요. 그게 또 너무 불쌍했어요. 그 여자의 삶이 없어진다는 게.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삶을 바친다는 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그래서 조각상도 깨트리고, 그 여자의 물건을 제가 다 버리면서, '지금은 아프고 쓰라리고 죽을 거 같겠지만, 당신 이거 버리고 나면 훨씬 자유로워질 거예요'라는 거죠."

김금나, 그녀 자신의 이야기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솔직하게, 진실하게 "저는 <레베카>에서 솔직함을 배웠어요. 연기함에서의 진정성 같은? 물론, 그동안 진정성이 없었단 얘기는 아니지만, 억지로 애쓴 적도 많았죠. 그런데 <레베카>에서는 그러지 않아요. 확실한 건 저는 <레베카>에서 매 순간 진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보다 <레베카>를 사랑한다는 것, <레베카>에서 이 배역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작품 하는 매 순간 행복하고, 커튼콜도 너무 행복해요." ⓒ 이정민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2013년에 데뷔한 김금나. 이후 대학로에서 <그리스>도 소화했지만, 이후로의 필모그래피는 모두 대극장이었다. 성남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를 맡았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를 소화했고, <맘마미아!>의 소피로서 장기간 지방 공연까지 끝냈다. 그리고 <레베카>까지 참 쉴 새 없이 왔다. 하지만 본인은 이번 <레베카>를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프레스콜 때도 말씀 드렸는데, 제가 <레베카>를 초연 때 극장 3층 객석에서 봤어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전율을 느꼈죠. 넘버도 너무 좋고. '나 이거 죽기 전에 꼭 해야지!' 이랬었거든요. '해야지 해야지'했는데, 늘 <레베카> 오디션 떴을 때 제가 뭔가 다른 걸 하고 있어서 여유가 없을 때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맘마미아!> 지방 공연 끝날 때쯤 오디션이 떴어요. 그래서 '아! 이때다!' 하고 제가 직접 지원해서 봤어요. (웃음)

물론 캐스팅이 됐을 때는 그 부담감이 정말 이루 말할 표현이 없을 정도였죠.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많지 않다 보니까, 한 작품이. 부담됐는데 막상 하면 또 제가 너무 재밌으니까 빠져들어서 해요. 별로 그런 것들이 중요해지지 않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할 것에 집중해서 더 하고 이러면요. 사실 저희 직업이 그런 부담감에 눌려서 내가 할 거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직업인 거 같아요. 그리고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해내는 게 또 제 직업인 것 같고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린 적 있는데, 저 원래 아나운서 준비생이었어요. (웃음) 명지대학교에서…. 그 전까지 사실 뮤지컬의 '뮤'자도 몰랐고요.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 없었어요. 다만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했었죠. 그러다가 교회에서 성극을 했어요. 실제로 작곡하시는 분들이 노래도 만들어주시고, 일종의 창작 뮤지컬(성극)을 교회에서 올린 거죠.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던 거예요. 노래에 드라마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대사도 있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저한텐 모든 게 참신했어요. 너무 좋아서 '이거 뭐지? 이런 게 뮤지컬이란 건가?'하게 된 거에요. 그때부터 공연도 보러 다니고, 포털에 검색도 하면서 열심히 알아보다가 '아, 나 뮤지컬 오디션 봐야겠다'라고 마음먹었죠. 그 후로 공부해서 오디션 보고, 그러다가 여태까지 하고 있게 된 거죠. (웃음) 너무나 갑작스럽게 된 건데…. 어렸을 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했으면, 그때부터 준비를 했었을 텐데 아쉬워요.

뮤지컬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힘들 때는 있었어요. 왜냐하면 노래도 잘 해야 되고, 춤도 잘 춰야 되고…. 춤도 필요한데, 연기도 잘 해내야 되고…. 또 무대 뒤에선 의상 퀵체인지를 포함해 정말 많은 것들을 하잖아요. 그 모든 것들을 다 하고 나와서 무대 앞에서는 그 순간에 집중해야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게 어려울 땐 있었어요.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할 걸' 그런 생각이 후회에요. (웃음) 더 일찍 했으면 더 많은 경험이 쌓였을 텐데 말이죠. 그런 것들이 좀 아쉬울 때는 있어요."

 뮤지컬 <레베카>에서 나 역의 배우 김금나가 23일 오후 서울 한강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히'와 이별할 때 "저, 이히랑 못 헤어질 것 같아요. 이별 못 할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서. 아직 생각하기 싫어서 안 하고 있어요. 지방도 많잖아요. 지방도 있으니까!" ⓒ 이정민


이제 4년 차, 해낸 작품보다 해야 할 작품이 더 많은 위치에 있는 배우 김금나. 장단점이 뚜렷한 이 젊은 배우는, 자신을 향한 관객의 평가에서 계속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지녔다. 그러면서도 관객에게 자신이 무언가 하나라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는 사람. 몇 년 후 '배우 김금나'를 떠올릴 때, 2017년의 <레베카>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관객분들의 평가가 무섭지는 않아요. 오히려 감사하죠. 좋은 평가도 감사하지만, 사실 전 안 좋은 평가가 더 감사해요. 정말 많은 분이 작품을 보시잖아요. 각자의 취향들은 다 다르지만,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잖아요. 사실 그런 평가 중에서는 평소에 못 들어본 말들이 많거든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얘기해주셨을 때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럴 때도 있고요.

제가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용기가 무엇인지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극 중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관객분들도 성장해서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뮤지컬이 단순히 한순간 즐기려고 보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분명히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레베카>는 분명 그 정도의 메시지가 있는 공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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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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