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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른 채 허망하게 자식 잃은 억울함에서 벗어나고자 원치도 않았던 민사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재판 선고 이후 저의 억울함은 더 커졌습니다. 재판에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이 재판에 공정함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일명 신해철법·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조정절차 자동개시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의 개정을 이끈 예강이 어머니 최윤주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10월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고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민사소송 1심 판결'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원신 부장판사)가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에 대해 내린 지난 10월 25일, 1심 패소 판결선고 이후 이루어졌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공정한 재판, 병원의 진정한 사과, 국회의 신속한 진료기록 조작 방지법 통과'를 요구했다.

고 전예강 어린이 유족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10월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법원의 공정한 재판, 병원의 진정한 사과, 국회의 신속한 진료기록 조작 방지법 통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고 전예강 어린이 유족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10월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법원의 공정한 재판, 병원의 진정한 사과, 국회의 신속한 진료기록 조작 방지법 통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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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이번 민사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합의부의 구성"이라면서 "3인의 판사는 실질적인 합의를 거쳐 사건을 재판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심급제도와 함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민사소송 합의부 판사 중 1명이 전예강 어린이가 사망한 병원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판사"라며 "해당 판사는 재판 회피 신청을 하거나 재판장이 전예강 어린이 유족에게 해당 판사 참여에 대해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의료사고가 난 병원의 동일한 의과대학을 졸업한 동문이면서 의사인 판사가 해당 의료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관련 제도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측 "1심 결과 납득 안 가, 즉시 항소할 것"

유족측은 중요한 진료기록 내용을 허위기재한 의료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진 점도 재판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예강 어린이의 사망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는 최초의 농축적혈구(RBC) 수혈시간과 응급실 내원 당시의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을 해당 병원 의료진들이 허위기재한 것에 대해서 민사재판부가 일체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6월 26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응급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각각 100만원, 200만원에 벌금 구약식 처분을 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처럼 진료기록 허위기재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는데도 이를 민사재판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상황에 있던 예강이에게 신속한 응급수혈이 최우선이었고 농축적혈구 수혈은 3시간 4분이 경과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면서 "응급으로 농축적혈구 수혈이 이루어졌더라면 30~40분 내에 수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생체 징후도 회복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주씨는 "1심 민사법원의 판결은 병원 측의 주장만 모두 수용한 결과"라면서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최씨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면서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과 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 열람, 사본교부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윤주 씨는 ‘고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민사소송 1심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부 구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윤주 씨는 ‘고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민사소송 1심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부 구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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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의료사고, #예강이, #의료법 개정안,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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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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