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좋은 기회다. 이제는 중소 독립극장뿐 아니라 멀티플렉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재개봉 영화 여러 편이 11월에도 관객을 찾는다. <원스> <초속5센티미터> <히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프 온리> <스쿨 오브 락>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작품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재개봉된다.

10월 재개봉 영화는 적게는 4천여 명부터 많게는 1만7천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극장과 배급사에 쏠쏠한 수익을 가져다 줬다.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에 맞춰 개봉한 영화 <루터>에는 1만7146명의 관객이 들었고 데이비드 린치의 괴작으로 꼽히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7814명,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5975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수익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남한산성>, <토르: 라그나로크> 등이 개봉한 10월과 비교해 11월에는 규모 면에서 다소 작은 신작들이 개봉할 예정이다. 고로 11월은 재개봉작들에게 최대 성수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을에 강세를 보이는 로맨스 영화와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영화가 여러 편 재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수년 동안 재개봉 영화 가운데 로맨스물이 가장 큰 사랑을 받아왔음을 감안하면 관객수 1만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는 작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11월 재개봉작 다섯 편을 가려 뽑아 소개한다.

[하나]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감동의 음악 <원스>(2006)

원스 재개봉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때로 음악은 말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는 존 카니 감독의 믿음에서 출발한 명품 음악영화 <원스>가 1일 재개봉했다. 2007년 개봉한 이 영화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절실한 감동을 주는 음악, 배우들의 깊이 있는 표현력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연출로 영상과 음악이 만날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지점을 창출했다.

감독인 존 카니는 <원스>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에 입성해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흥행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많은 관객은 최고 작품으로 <원스>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남녀가 음악을 매개로 만나 교감한다는 다소 평범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존 카니 감독의 손을 거쳐 더없이 섬세하고 매력적인 영화로 태어났다.

여자가 CD플레이어의 배터리를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가 남자가 만든 곡에 자신이 붙인 가사로 노래를 부르며 밤거리를 함께 걷는 장면, 남자와 여자가 대출을 위해 은행에 가서 상담받는 장면에서의 위트 어린 반전, 녹음실에서 PD를 감동시킨 기분 좋은 순간. <원스>가 낳은 수많은 명장면을 극장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건 11월 가을날 누릴 수 있는 손꼽을 만한 호사가 아닐까?

[둘] 걸출한 액션 영화 <히트>(1995)

히트 재개봉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액션 영화의 교과서 <히트>가 20년의 세월을 건너 오는 9일 재개봉한다. <히트>는 액션 연출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이클 만 감독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자타공인 걸출한 '액션' 영화다. 한때 할리우드 누아르 영화를 양분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일 중독 형사반장과 따스한 가정을 동경하는 범죄자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만약 당신이 격렬한 시가전을 느끼고 싶다면, 또 강렬한 카리스마에 취하고 싶다면 이보다 적합한 작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히트>를 최고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건 단 15분의 총격전 장면이다. 로버트 드 니로의 패거리가 은행을 털다 알 파치노가 이끄는 경찰의 바리케이드에 도주로를 차단 당한다. 이후 15분 간 이어지는 양측의 시가전은 마이클 만이 어째서 액션 연출의 대가인지를 증명한다. 순찰차를 박살내고 바리케이트를 초토화시키는 이 장면의 액션은 20년의 시차를 넘어 2017년의 액션 마니아층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한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한 영화에 출연해 연기 대결을 벌인다는 점만으로도 개봉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발 킬머, 톰 시즈모어, 애슐리 쥬드, 나탈리 포트만, 윌리엄 피츠너 등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도 다수 출연한다.

[셋] 애틋한 사랑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재개봉 포스터

ⓒ (주)일레븐엔터테인먼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16일 재개봉한다. 애초 4월과 10월 말 각각 재개봉을 계획했으나 배급 문제로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핀처 감독은 <세븐> <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을 통해 한국에도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배급을 위한 투자금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리우드의 얼굴이라 할 만한 두 배우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지난 2009년 2월 국내 개봉해 174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핀처의 작품 가운데 한국 내 최다 관객 기록을 가진 흥행작이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미술·분장·시각효과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카데미 외에도 전 세계 65개 영화제에 출품, 7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의 주인공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말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80세 외모의 아기 벤자민이다.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 그는 우연한 계기로 데이지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점차 젊어지는 남자와 늙어가는 여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11월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일 준비를 갖췄다.

<위대한 개츠비>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을 모티브 삼아 제작됐다.

[넷]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프 온리>

이프 온리 재개봉 포스터

ⓒ 유니코리아문예투자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가 멜로영화 <이프 온리>를 단독 재개봉한다. 2004년 가을 국내 개봉해 85만 관객의 가슴을 적신 이 영화는 눈앞에서 연인의 죽음을 목격한 남성이 다시 주어진 하루를 보내는 내용을 담았다. 일에 치여 소홀히 하던 연인의 죽음을 겪은 뒤 꿈처럼 다시 그녀와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된 남자의 애틋한 모습에 적지 않은 관객이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고 전한다.

귀여운 얼굴에 성숙한 몸매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배우 제니퍼 러브 휴잇이 여주인공 사만다 역을 맡았다. 사만다의 애인 이안 역을 맡은 폴 니콜스는 이후 연이은 흥행 실패로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얼굴이 됐다. <이프 온리>는 별다른 흥행작을 남기지 못한 길 정거 감독에게도 인생작으로 기록됐다.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프 온리>가 다시금 감성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재개봉.

[다섯] 잭블랙의 매력이 가득한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 재개봉 포스터

ⓒ 윤스


잭 블랙이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취업해 록 밴드를 조직한다는 즐거운 이야기 <스쿨 오브 락>이 29일 재개봉을 확정 지었다. 실제 가수이며 작곡가로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독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 <보이 후드>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맡았다. 코미디이자 성장 드라마인 <스쿨 오브 락>에서 그는 잭 블랙과 조앤 쿠삭, 밴드를 구성하는 아역배우들로부터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아역배우들은 이전엔 연기 활동이 전무한 신인들로 5개월여에 걸쳐 선발했으며 전문적인 음악훈련을 별도로 진행했다고 한다.

개봉한 지 13년이 됐지만 여전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소문난 명작 <스쿨 오브 락>은 재개봉관을 찾은 관객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줄 게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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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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