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KBS <더유닛>의 아이돌 대표 선배로 나선 비.  절실함을 강조하는 비의 말과 달리 정작 제작진에겐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KBS <더 유닛>의 아이돌 대표 선배로 나선 비. 절실함을 강조하는 비의 말과 달리 정작 제작진에겐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 KBS


또다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대성공에 자극받은 공중파(KBS)와 종편(JTBC)이 하루 간격으로 각각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아래 <더 유닛>)과 JTBC<믹스나인>이다.

일찌감치 각 프로그램의 제작이 알려졌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린 편이었다. 환영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후죽순 아이돌 프로젝트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제법 나왔다.

어찌 되었건 간에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첫 단추는 과연 제대로 채워졌을까.

양지원이 보여준 절실함, 그러나 프로그램 구성은 기대 이하 <더 유닛>

 멋진 무대를 선보인 양지원(스피카), 준(유키스)의 절실함이 그나마 KBS 2TV <더 유닛> 첫 회의 부실함을 메워줬다.

멋진 무대를 선보인 양지원(스피카), 준(유키스)의 절실함이 그나마 KBS 2TV <더 유닛> 첫 회의 부실함을 메워줬다. ⓒ KBS


<더 유닛>에 대해선 이미 두 달 전 일찌감치 필자도 쓴소리를 마구 던진 바 있다. 불행히도 당시에 적었던 우려 사항 상당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관련 기사: 엠넷 따라하는 KBS? 공영방송 본분 잊은 이상한 '오디션')

KBS 측은 "심사위원장 격인 아이돌 대표 선배 비의 목소리를 통해 실패를 맛봤던 이들에게 다시 한번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더 유닛>의 취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첫 방송에서는 신인 또는 연습생 출연자들이 필요 이상 큰 비중으로 다뤄져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도 제법 컸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 그룹, 실력조차 의심되는 유명 연기자 전문 기획사 소속 연습생, 심사위원 측 소속사의 13살 연습생 등이 방송 분량의 상당수를 가져가는 게 과연 '리부팅'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맞는 것일까.

부랴부랴 제작진 측은 "데뷔를 하고 싶고 데뷔를 했지만 기회가 적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를 선뜻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양지원(스피카)이 만든 기적 같은 무대,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로 최근 주목받는 준(유키스) 정도 만이 그나마 첫 회의 부실함에 호흡기 구실을 해줬다.

더 큰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재미가 결여됐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숨 돌릴 틈 없을 정도로 속도감 있는 편집과 화면 구성을 자랑하는 케이블표 서바이벌 경연에 눈높이가 맞춰진 상황이다. 반면 <더 유닛>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화면에 담아야 할 지 가늠못할 만큼 갈피를 못 잡아 보였다. 이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KBS 파업 여파로 능력있는 젊은 PD들이 참여하지 못해서였을까? 시청자들의 젊은 감각을 연로한(?) 제작진이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단순히 '독설 없는 착한 경연 프로그램'만을 강조하기엔 <더 유닛>을 계속 봐야할 당위성을 첫 회에선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양지원의 절실함이 정작 제작진에겐 없었던 게 아닐까.

<믹스나인> 기존 엠넷 서바이벌+백종원의 푸드트럭(?)

 JTBC <믹스나인>에 출연한 주요 기획사 연습생들. 톱스타 아이유의 소속사부터 강화도에 위치한 이름 모를 회사까지 다양한 기획사 연습생들이 재능을 뽐냈다.

JTBC <믹스나인>에 출연한 주요 기획사 연습생들. 톱스타 아이유의 소속사부터 강화도에 위치한 이름 모를 회사까지 다양한 기획사 연습생들이 재능을 뽐냈다. ⓒ JTBC


JTBC를 통해 방영된다곤 하지만 <믹스나인>은 사실상 YG 엔터테인먼트 표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를 비롯한 YG의 유명 스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Mnet <쇼미더머니> <프로듀서 101> 시즌1의 주역이었던 한동철 PD가 YG로 회사를 옮기면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28일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데뷔조와 ABC 클래스 연습생들의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인 <믹스나인>은 29일 첫 방송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의 고수들이 만드는 <믹스나인>은 생각 이상의 모습들을 첫 회부터 보여줬다.

서울을 중심으로 강화도까지 출장 방문하며 각 기획사 및 연습생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의 구성은 마치 최근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컨설팅을 담은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연상케 했다.

아직은 이른바 '악마의 편집' 수준까진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하는 각종 연출 기법이 이어졌다. 또 늘어짐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편집은 '욕하면서 보는' 엠넷 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더 유닛>보다 몇 배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믹스나인>은 기계적으로 참가자들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경연 외적인 부분까지 담아내며 재미있는 분량을 만들어냈다. 특히 양현석과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의 불화설을 언급하며 해명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건 <더 유닛>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심지어 각 기획사 사무실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로도 짧게나마 분량을 만들어낸건 기발함 그 이상이었다.

 JTBC <믹스나인>의 한 장면.  SBS <K팝스타>를 비롯한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친 양현석 대표 특유의 독설은 여전했다.  특히 그간 불화설이 나돌던 용감한 형제와의 만남은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JTBC <믹스나인>의 한 장면. SBS 를 비롯한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친 양현석 대표 특유의 독설은 여전했다. 특히 그간 불화설이 나돌던 용감한 형제와의 만남은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 JTBC


다만 첫 방송에서 양현석 대표가 언급했던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력자 배제'라는 항목은 실제 제작과정에서 느슨하게 적용됐다.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양현석의 말과 달리 <프로듀스 101>과 SBS <K팝스타>를 거친 이수민이 이날 추가로 합격했고 28일 인터넷 생방송 쇼케이스에선 허찬미, 응씨카이, 박해영, 우진영(이상 <프로듀스 101>), 아라(<K팝스타>), 우태운(<쇼미더머니>) 등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경험자들이 대거 경연 참가자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또한 28일 인터넷 쇼케이스 생방송 도중 벌어진 음향 사고, 노홍철의 아쉬운 진행 실력 등은 수개월 후 열리게 될 최종 결승 무대에선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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